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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ㅣ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평점 :
작품 초반에 흔히 말하는 강압수사가 등장한다. 나루미와 와타세는 '어르고 달래가며' 구노스키에게 자백을 얻어낸다. 나루미의 행동은 지나쳤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물증이 나와서 의아했다. 이 장의 이름이 원죄였기
때문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읽다 보니 살인의 추억의 한장면이
떠올른다. 용의자에게 고문에 가까운 취조를 하던 모습. 최근에
누명을 쓴 것으로 밝혀진 화성 연쇄 살인의 8차 사건 용의자도 떠오른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그리고 법정에서 원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다. 우리나라 법 체계는 일본과 유사하다. 일본의 법체계를
많이 참고했을 테니.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것도 같다. 일본에서
검찰이 기소하면 대부분이 유죄가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질만 한 사건은 기소도 안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삼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책의 사건처럼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는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씁쓸하다.
시간이 지나 진범을 알게 된 와타세는 양심의 가책으로
내부고발을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개인의
양심과 조직의 안녕, 무엇을 택했을까? 나는
와타세를 응원한다. 진정한 용기와 반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신이
행동한 결과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의 맞서는 모습도 멋지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도.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실수한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면 실수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양심은 쉽사리 작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선할 수 있지만, 집단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집단을 위해 행하는 악행은 쉽사리 정당화된다. 사법이라는
시스템의 신뢰가 떨어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테니. 시스템을 굴리는 건 인간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보루는 개인의 양심이다.
이 책에서는 언론의 행태도 비판한다. 사건과 관계없는 자극적 기사를 써대는 황색 언론. 원인을
시스템이 아닌 개인에게 찾는 행태. 희생양 만들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또 씁쓸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의
인권, 범죄자의 진정한 갱생과 처벌,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 원죄, 사형제도... 현대를 관통하는 사회 문제-너무 많은 작품에서 봐서
흔하게 느껴지는 것이 안타까운-를 날카롭게 다루는 점이 좋다.
마지막 반전이 훌륭하다. 여배우의 증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범인까지
연결하지는 못했다. 편지를 보낸 이가 누군지 마지막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작가가 솜씨에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