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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년만 혼신을 바쳐라
히구치 히로타로 지음, 하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
책을 접할 때 종종 이런 감격에 젖을 때가 있다
평생 한 번을 볼 확률조차 거의 없는 대가들의 고견을(심지어 죽은 사람들의 그것조차)
이렇게 손쉽게 들을 수 있다니!
이 책 역시 들고 있자니 그런 데서 연유한 기쁨과
책 안에 들어 있을 내용에 대한 기대, 설렘에 열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와, 행복해!

*
망해가던 아사히 맥주에 취임해 아사히 슈퍼드라이를 통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히구치 히로타로의 경영 철학과 그에 관련한 경험담이다
최근에 책을 보면서 울어 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을 보면서 눈물을 여러 번 훔쳤다
위기의 시기, 낙담에 빠지고 그로 인해 의욕없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한동안 외로운 싸움을 진행했을 그에 대한 연민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그의 굳은 자기 철학이 감탄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직접 글을 썼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문화 컨텐츠에서 가져 와
경영 상황에 접목시킨 비유와 인용들도 흥미 유발과 함께 감동에 한 몫 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재미를 주는 사람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계기로 재미를 넘어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차원에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점들을 적어 놓았더니 어느새 다이어리 두 바닥을 가득 채웠다
읽은 내용들이 잊혀질 때쯤 한 번 다시 읽어도 아깝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런 CEO가 앞장서는 회사라면 당장이라도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 선택을 할 땐 직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부의 사람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
영업 거점은 소비자의 불만을 모으는 곳
영업사원의 첫번째 임무는, 상품이 순조롭게 시장에 흘러가도록 하는 일과, 나쁜 정보를 귀기울여 듣고, 왜 판매량이 올라가지 않는지를 분석하여 경영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p. 62-

*
지사와 지점은 주류 판매점과 특약점, 그리고 소비자의 불만을 수집하는 곳이다. 따라서 영업부는 매상을 올리는 것보다도 우선 특약점이나 주류판매점을 찾아가 여러가지 나쁜 정보를 모아오라고 주문했다. 그래야만 진정한 영업력이 생기는 것이다. 매상을 최우선으로 할 경우 결코 영업력은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p.65-

*
`직원 교육`을 시작하다
˝회사 실적이 나쁘기 때문에 아사히 맥주 배지를 달고 걷는 게 부끄럽다. 회사 밖에서는 몰래 배지를 뗀다. 우리 회사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없다.˝ 당시에는 직원들 사이에 이런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직원들이 회사에 긍지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의 마케팅을 담당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광고들을 보면 황당하리만큼 애매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주로 신입생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보다는 재학생들의 자부심을 높여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재학생들로부터 뽑아낸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
사원은 `직상인`이 되어라
우리들의 일은 소비자들이 `맛있다`라고 하는 맥주를 만드는 일이며, 술을 마시러 온 고객들이 `잘 왔다. 즐거웠다`라는 말을 하도록 서비스하는 일이다. 그러면 높은 품질의 상품과 질 좋은 서비스만 제공하면 그것으로 족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교토에 곤도 유조 씨라는 인간국보 도예가가 있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도교시립예술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특히 염색 기술이 탁월한 분이다.
곤도 씨가 한 말 중에 `직상인(職商人)`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옳은 말이다. 곤도 씨의 생각에 따르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좋은 일을 하고,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다˝라고 불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직인 더하기 상인`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직인(職人)은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상인(商人)은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여러 궁리를 하여 그 물건을 소비자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직상인`은 질 좋고 독창적인 상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장인 정신과, 상품을 소비자들이 납득하여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상인 정신을 겸비한 사람이란 뜻이다. 어떻게 하면 상품을 팔 것인가만 생각하는 완고한 사람은 `직상인`이 될 수 없다.
일에 있어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직상인`의 자질이다. `직상인`의 사고를 이해한다면, 남을 흉내내지 않는 독창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
한번은 마츠시다 씨가 나에게 ˝히구치 씨, 당신은 대학을 나왔죠. 이해가 가나요?˝하고 묻기에 내가 ˝글쎄요˝하고 모호하게 대답하자, ˝이 사람은 대학을 나왔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내가 어떻게 알아듣겠나˝라고 부하직원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말하고 있는 당사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관적으로 느꼈을 때, 마츠시다 씨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게 말하는 것이다. 정말로 이해하고 있다면, 누구나 알아듣도록 표현할 수 있다.˝

*
나는 자세를 낮추고 예의를 갖춤으로써, 주위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비와 호수(시가 현 중앙부에 있는 일본 최대의 호수)는 깨끗한 호수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주위에 비해 지반이 낮아서 수많은 강에서 다량의 물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간이나 조직에 비유하면, 자세를 낮추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열었을 때, 상품에 대한 불평과 불만, 다양한 의견 등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와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잘난 체하고 있는 동안은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거만한 태도로 설교나 하고 다닌다면, 소비자들과 주류판매점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자세를 낮추고 예의를 갖출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살아가라. 그렇게 산다면,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듣지 못했던 것들이 들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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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가 온다 -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개정증보판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정지훈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전에 이 책을 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먼저 읽었다던 지인은 `그냥 뻔한 소리`라는 서평으로 날 실망시키는 바람에 말았었더랬다. 역시 뭐든 자기가 직접 체험을 해봐야해. 이런 책을... 이제야 보다니 ㅠ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새로워진다. 책 읽기 전과 후의 세상이 달라 보이는 또 하나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봤다.

지식, 정보화 사회(하이테크 시대)를 지나 오는 새로운 시대는 하이컨셉, 하이터치(개념과 감성)의 시대다!
이전에 좌뇌 중심의 사고가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좌뇌와 `더불어` 우뇌의 창의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 직관력, 공감력 등이 필요해진다.

저자는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첫째는 `풍족함`으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이다. 훌륭한 기능을 가진 상품들과 물질의 양이 풍족해짐에 따라 그 외의 감성적인 부분에 차별화의 촛점이 맞춰지고 이로써 소비자의 선택과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아시아의 부상`으로 기존 화이트칼라 업무가 비슷한 업무처리능력을 가지고도 저렴한 임금을 받는 아시아 사람들에게로 이동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산업화 이후 대량 생산 체제가 되면서 기존의 인력(체력 노동력)을 요하던 일들이 타국가로 아웃소싱되면서 정보와 지식을 다루는 것이 새시대 인재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던 과거의 패턴과 유사한 모양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는 자동화다. 컴퓨터의 발달은 인간의 논리적 사고 속도의 수백, 수천배에 달하는 속력으로 일처리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굳이 비싼 돈 주고 자존심 세고 성능도 비교적 좋지 않은 인간 논리력을 쓸 필요가 없어진단 말씀. 인간과의 체스게임에서 슈퍼컴퓨터 딥블루(맞나?)의 승리는 이러한 인간 논리력의 컴퓨터 대체화를 알리는 서막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새시대에 맞는 인재에 대해 다니엘 핑크는 여섯가지 요소를 제안한다.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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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1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다보니 미래학 도서에 있는 예견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어요. 그래서 지인은 미래학 도서가 뻔한 소리만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푸른알밤 2015-03-12 23:02   좋아요 0 | URL
현상 하나하나는 알고 있는 뻔한 팩트였지만 작가 관점으로 묶인 팩트들의 인과관계는 흥미로웠어요~ 미래학책이라는데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씌여진 것도 인상깊었고요. 저 북플 시작하고 첫 댓글 달아주셨어요. 넘 반가워요!ㅎㅎ
 

지금이야 다위니즘적 생각이 받아들여지는 편이지만
저 책이 나왔던 1967년 당시 모 종교에서는 금서로 정하고 -.-
서평을 실은 잡지들이 불태워지고 그랬댄다
(얼마 전에 읽은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에서
의인화의 유용함과 타당성에 대해서 그토록 긴 논리를 펴야 했던 이유가 이 책과 심리학사 중간고사범위를 보면서 이해가 갔다
덧붙여 과학에서 비유대상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계 있어 중요하다)

제목인 털없는 원숭이는
동물과의 연장선상에 놓여진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본성이 현대의 도시를 사는 우리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이 책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인간을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생명`으로 비하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며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가 가족을 이루고 아기를 잘 양육하고 타인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등등의 행위도 이러한 오래 묵은 본능에 의한 것이지 않은가)
이를 지혜롭게 이용하여 닥쳐 올 인구폭발과 그에 수반되는 문제들을 헤쳐 나가자고 말한다

동물생태학자인 모리스가 말하는
동물들의 행동과 이와 목적이 같은 인간의 변형된 행동들 사이의 비교, 대입이 재미있다
아, 인간이 털이 없게 진화된 이유에 대한
주장도 흥미롭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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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ironment to each must be
˝All that is excepting me˝
Universe in turn must be
˝All that is including me˝
The only difference between
environment and universe is me......
The observer, doer, thinker, lover, enjoyer

개개인에게 있어 환경이란
`나를 제외한 존재하는 모든 것`임에 틀림없으리
그에 비해 우주는
`나를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것`이리라
환경과 우주 사이의 단 한 가지 차이는 나......
보는 사람, 행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받아들이는 사람인 나

- Buckminster Fuller (버크민트서 풀러) -


도서관 옆 나즈막한 산에 혼자 처음 올라갔던 날-
정상에서 안양 시내를 내려다보며 들었던 그 느낌은..
자그마하게 보이는 자동차랑 아파트랑 건물들이랑 천이랑 도로 등등을 보면서 저렇게 쬐만한 세상에서 아옹다옹 사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아 잘 해낼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생기고 어쩐지 무슨 일이라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무한히 관대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이래서 신이 `하늘`에 있다고 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더랬다
여튼 그 벅차오르는 느낌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 이후로 답답한 마음에 힘들거나 귀한 손님이 오면 종종 오르곤 했다
그 때 그런 느낌이 답답하던 차에 트인 곳에서 맑은 공기 마시니 그런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물리적 경험이 실질적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주는 중요한 경험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네 뒷산 정도가 아니라 `우주`라는 공간에서 푸른색 마블이나 농구공 만한 지구를 볼 수 있었던
우주인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지식 거인이라 일컬어 지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긴 시간 공들여 조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테크놀로지의 변화라는 시각에서만 연구되어왔던 우주여행(여행은 아니지만)이 종교와 신, 자아와 세상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의 변화와 진보라는
인문과학적? 차원에서도 영향력있음을 보여준다
상하와 좌우라는 기본적인 개념마저 무의미한 무한의 우주 공간에서 연약하게도, 강인하게도 보이는 푸른 별 지구를 지켜보는 것은 강한 귀속의식을 느끼게 하고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하게 부각된다
또한 그 좁고 작은 별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나 나라, 민족간 분쟁은 의미없는 것일 뿐더러 바다에서 육지로 오르는 동물의 진화처럼 지구공간에서 우주인간으로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선긋기는 공동의 발전을 지연시키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책을 정독해도 우주에서 느꼈다던 경이로움이나 통찰을 아주 약간의 간접체험조차 할 수 없다
단지 체험이(물리적인 체험조차!) 우리의 인식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며 우주체험을 동경하게 한다 ㅠ
우주까진 어렵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이러한 인터뷰와 책을 기획할 수 있었던 다치바나 다카시에게 존경을!)


*
단지 우주 체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체험은 시간과 함께 성숙해간다. 특히 그것이 중요하고 극적인 체험일수록, 체험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는 체험 속에 몸을 맡기는 것 이외에 시간적인 여유도 의식적인 여유도 없다. 그 때문에 체험이 내적으로 품고 있는 의미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그 후에 반성과 반추를 거듭하고 나서이다. 물론 그것은 각성한 의식하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여서, 잠재의식하에서는 체험 순간부터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어떤 체험이라도 체험자를 조금은 변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저 그런 체험은 그저 그렇제, 작은 체험은 작게, 큰 체험은 크게 체험자를 변화시킨다. 그렇다고 해도 체험의 가치적 크기는 주관적 판단이므로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체험에 지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생애를 바꿀 만큼의 커다란 체험이 되는 경우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어쨌든 잠재의식하에서 시작된 변화가 본인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사람은 그것을 초래한 체험의 내적 의미를 해석하려고 의식적인 반성을 시작한다.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하는가는 오로지 그 사람의 성찰 능력에 달린 문제이다.
세상에는 어떤 체험에 대해서도 손쉽게 해석하기 편리한 상용구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여기에서 만족한다. 그러나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인식을 찾아내면 성찰의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한 잔의 차를 마시다 문득 떠오른 기억을 시작으로, 남은 여행을 바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인물도 나온다.
- P. 32 -

*
그러면 그 신비 체험이란 무엇인가. 신비주의의 고전적 분석으로 유명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한길사, 2000)에서는 ˝신비적 체험의 가장 단순한 단계는 어떤 격언이나 글이 가진 깊은 의미가 한순간 더욱 깊은 의미를 띠고 갑자기 확 떠오르는 경우가 보통이다˝라고 하며, 유명한 마틴 루터의 계시 체험을 예로 들고 있다.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의 수도승이었는데, 수도원의 탑에 있는 서재 안에서 시편을 펴 놓고 공부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동료 수도승이 ˝저는 죄의 사함을 믿습니다.˝라고 사도신경을 읊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자신도 지금까지 몇 만 번이나 읊었던 구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나는 성서가 완전히 새로운 빛에 비추어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낙원의 문이 활짝 열려진 것을 본 것 같았다˝고 한다.
어떤 일상적인 계기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깊은 통찰을 한순간에 열여 젖혀, 세상이 그때까지와는 달리 보이는 체험은 종교인이 아니라도 정도의 차는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험한 일일 것이다.
- P.132 -

*
_왜 우주 체험으로 인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첫째는 사물을 보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이 변했다. 사람이 가진 시각은 모두 경험의 산물이다. 작은 경험밖에 하지 못한 사람은 생각도 좁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린아이였을 때 당신의 우주는 집뿐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집 밖에 나와 주위를 걸어다니게 되면 그만큼 세계는 넓어지고, 세계관도 넓어진다. 더 크게 이웃 동네까지 나가게 되면 더욱 넓어진다. 이웃 주, 이웃 나라까지 가 보면 더욱더 넓어진다. 경험하는 세계의 확대가 보는 시각을 넓힌다. 우리들 우주 비행사는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보았던 체험을 가졌다. 이것은 그 체험을 한 사람의 시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그런데 지구로 돌아와 워싱턴에 가서 정치가들을 보았을 때, 그들의 머리가 어쩔 수 없이 낡앗고, 고루하고, 좁다는 것을 알고 이래서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 P.218 존 스와이거트와의 인터뷰 중 -

*
무한한 우주 속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여행으로 움직인 거리도 무에 가깝다. 그리고 무한한 우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정말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분, 정말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아무리 우주 비행을 계속해도 지금 시야 속에 있는 우주의 일부를 벗어나, 그 너머가 보이는 곳까지 갈 수 없다. 즉 우리들은 무한한 우주 속에 있고 아주 작은 부분에 갇혀 있는 존재이다. 멀리 떨어진 달까지 가서 달에서 우주를 바라볼 때 비로소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건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느끼는 자신의 행동에서 얻어진 인식이다.˝

_그것은 동시에 지적 인식이기도 하다.
˝맞다. 우주의 넓이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얻어진 지적 인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지식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실물로서의 우주를 그 공간에서 감각적으로 보는 것과 합해진 지적, 감각적 인식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 P. 260 유진 서넌과의 인터뷰 중 -

*
특발성발작성 심장심방진전증. 심방의 근육이 가끔 실룩실룩 떨려서 부정맥이 발생하는 병인데, 그냥 내버려 두면 금방 사라지며 별다른 장애는 없다. 그러나 원인이 불분명하고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 P.2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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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부모와 자식이 뿔뿔이 흩어지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나이 든 자식들이
다시 좁은 집구석에 모여 든다.

3남매가 결혼에 실패하고,
도전에 실패하고,
낙오자가 되어
마지막 밑천이었던 젊음 마저
잃었을 때의 일이었다.

세상에 패배한 자신에 대한 실망과 미움은
서로에게 투사되어 남매들은 으르렁거린다.
사실 그들이 손톱, 발톱 내세워 싸워야 할 대상은
착한 나를 핫바지로 보고 속이려 하는 세상,
실패한 나에게 모든 죄를 떠넘겨 매장해버리려는 세상,
인자한 미소 뒤로 고달픈 나를 비웃는 세상이다.

아웅다웅 살면서 이 사실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푼 남매들은
엄마가 하루가 멀다하고 구워주는 고기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또 다른 가족을 꾸려 다시 세상 속에 흩어진다.
모진 세상속에서 부대끼며 살 수 있는 힘은
가족에서 나오기 때문에_

작가의 책은 이걸로 두 권째인데
두 권 다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는 이야기여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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