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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년만 혼신을 바쳐라
히구치 히로타로 지음, 하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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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접할 때 종종 이런 감격에 젖을 때가 있다
평생 한 번을 볼 확률조차 거의 없는 대가들의 고견을(심지어 죽은 사람들의 그것조차)
이렇게 손쉽게 들을 수 있다니!
이 책 역시 들고 있자니 그런 데서 연유한 기쁨과
책 안에 들어 있을 내용에 대한 기대, 설렘에 열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와,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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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던 아사히 맥주에 취임해 아사히 슈퍼드라이를 통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히구치 히로타로의 경영 철학과 그에 관련한 경험담이다
최근에 책을 보면서 울어 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을 보면서 눈물을 여러 번 훔쳤다
위기의 시기, 낙담에 빠지고 그로 인해 의욕없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한동안 외로운 싸움을 진행했을 그에 대한 연민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그의 굳은 자기 철학이 감탄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직접 글을 썼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문화 컨텐츠에서 가져 와
경영 상황에 접목시킨 비유와 인용들도 흥미 유발과 함께 감동에 한 몫 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재미를 주는 사람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계기로 재미를 넘어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차원에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점들을 적어 놓았더니 어느새 다이어리 두 바닥을 가득 채웠다
읽은 내용들이 잊혀질 때쯤 한 번 다시 읽어도 아깝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런 CEO가 앞장서는 회사라면 당장이라도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 선택을 할 땐 직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부의 사람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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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거점은 소비자의 불만을 모으는 곳
영업사원의 첫번째 임무는, 상품이 순조롭게 시장에 흘러가도록 하는 일과, 나쁜 정보를 귀기울여 듣고, 왜 판매량이 올라가지 않는지를 분석하여 경영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p.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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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와 지점은 주류 판매점과 특약점, 그리고 소비자의 불만을 수집하는 곳이다. 따라서 영업부는 매상을 올리는 것보다도 우선 특약점이나 주류판매점을 찾아가 여러가지 나쁜 정보를 모아오라고 주문했다. 그래야만 진정한 영업력이 생기는 것이다. 매상을 최우선으로 할 경우 결코 영업력은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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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교육`을 시작하다
˝회사 실적이 나쁘기 때문에 아사히 맥주 배지를 달고 걷는 게 부끄럽다. 회사 밖에서는 몰래 배지를 뗀다. 우리 회사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없다.˝ 당시에는 직원들 사이에 이런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직원들이 회사에 긍지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의 마케팅을 담당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광고들을 보면 황당하리만큼 애매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주로 신입생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보다는 재학생들의 자부심을 높여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재학생들로부터 뽑아낸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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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은 `직상인`이 되어라
우리들의 일은 소비자들이 `맛있다`라고 하는 맥주를 만드는 일이며, 술을 마시러 온 고객들이 `잘 왔다. 즐거웠다`라는 말을 하도록 서비스하는 일이다. 그러면 높은 품질의 상품과 질 좋은 서비스만 제공하면 그것으로 족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교토에 곤도 유조 씨라는 인간국보 도예가가 있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도교시립예술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특히 염색 기술이 탁월한 분이다.
곤도 씨가 한 말 중에 `직상인(職商人)`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옳은 말이다. 곤도 씨의 생각에 따르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좋은 일을 하고,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다˝라고 불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직인 더하기 상인`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직인(職人)은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상인(商人)은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여러 궁리를 하여 그 물건을 소비자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직상인`은 질 좋고 독창적인 상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장인 정신과, 상품을 소비자들이 납득하여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상인 정신을 겸비한 사람이란 뜻이다. 어떻게 하면 상품을 팔 것인가만 생각하는 완고한 사람은 `직상인`이 될 수 없다.
일에 있어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직상인`의 자질이다. `직상인`의 사고를 이해한다면, 남을 흉내내지 않는 독창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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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마츠시다 씨가 나에게 ˝히구치 씨, 당신은 대학을 나왔죠. 이해가 가나요?˝하고 묻기에 내가 ˝글쎄요˝하고 모호하게 대답하자, ˝이 사람은 대학을 나왔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내가 어떻게 알아듣겠나˝라고 부하직원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말하고 있는 당사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관적으로 느꼈을 때, 마츠시다 씨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게 말하는 것이다. 정말로 이해하고 있다면, 누구나 알아듣도록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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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세를 낮추고 예의를 갖춤으로써, 주위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비와 호수(시가 현 중앙부에 있는 일본 최대의 호수)는 깨끗한 호수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주위에 비해 지반이 낮아서 수많은 강에서 다량의 물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간이나 조직에 비유하면, 자세를 낮추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열었을 때, 상품에 대한 불평과 불만, 다양한 의견 등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와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잘난 체하고 있는 동안은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거만한 태도로 설교나 하고 다닌다면, 소비자들과 주류판매점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자세를 낮추고 예의를 갖출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살아가라. 그렇게 산다면,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듣지 못했던 것들이 들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