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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론
롤랑 바르트 지음 / 현대미학사 / 1995년 11월
평점 :
품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신화란 신화학이다. 신화학은 문화인류학의 한 갈래라면, 신화론은 논리학 혹은 기호학의 한 갈래다. 그래서 신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덥썩 집어들었다가 낭패감에 휩싸일지도 모르는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힘을 확인하고 싶다면, 혹은 신화가 어떠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지를 알고 싶다면 적극 권할만한 책이다.(이런데 호기심을 가질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
몇 년 전부터 대입시험이 수능으로 바뀌고, 논술이 첨가되면서 논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처음 수능이 등장했을 때에 비해 지금은 논리에 대한 그 열기가 많이 식은 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에 관한 책이 꾸준히 출판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은 늘어나긴 한 것 같기도 하다.
논리하면 무수한 명제들이 난무하기에 따분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쓸데없는 말장난 같은 명제들이 가지는 놀라운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얼마나 많은 명제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지를 발견하게 된다. 설득하고 권유하고, 무엇보다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수한 명제들이 그 본질은 감춘채 얼마나 사람들 속을 횡행하고 있는지... 그런데 그 명제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신화적인 언어였다는 사실을 작가는 수많은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신화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이야기다. 내용만을 보아도 그렇지만, 그 플롯을 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언어 혹은 기호(한국어나 영어를 비롯한 수많은 말, 논리(인문학의 언어), 수학(자연과학의 언어)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이 신화적인 언어이자 플롯이다. 언어, 기호, 옛날이야기... 말장난 같이 웃고 넘어 가는 수많은 명제들이 얼마나 우리의 사고를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지는 언어가 가지는 힘의 강력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놀라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