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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수수께끼 -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
시정곤 외 지음 / 김영사 / 2002년 4월
평점 :
'ㄱ'을 왜 기역이라고 읽는지, 우리말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우리가 우리말에 갖는 궁금증을 중심으로, 역사로 풀어놓은 우리말 이야기라기에 제법 호기심이 동했다. 처음에는 흥미있게 읽었지만, 얼마못가 이두와 향찰에 대한 장이 나오면서 굉장히 불쾌해졌다.
'이두는 설총이 만들었을까'라는 제목은 이두에 대해 제법 호기심을 자아냈지만, 단지 호기심을 위한 제목이었을 뿐 이두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뿐이다. 논문보다는 훨씬 쉽게쓴다고 썼겠지만, 언어학이 전공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썼다고 보일 정도로 불친절하다. 한자 뜻 풀이도 별로 없고, 어떤 경우에는 괄호로 읽는 법도 나오지 않은채 한자를 중간에 섞어 쓰기도 한다. 정말이지 이두와 향찰부분은, 내 기필코 이 책을 다 읽어 확실하게 씹어주리라는 일념만으로 읽어냈을 정도로, 읽기 곤혹스러웠다.
각 장마다, 이두는 설총이 만들었을까, 글자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 뒤 해답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썼다는데, 내가 볼때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솔직히 내눈에는 한글에 대한 연구내용을 그러한 질문에 꿰맞춰 나열해 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논문쓰기가 가지고 있는 불친절함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 논문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인만큼, 글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지식들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냐하면 독자들에게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니까. 또한 글을 읽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는 보다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칠 뿐, 독자들이 글을 읽는데 들이는 수고로움이나 난해함은 고려하지도 않는다. 논문이란건 자료로서 필요하면 읽기 어렵든 말든간에 반드시 읽어야 하니까. 그리고 이론을 입증하기 위한 예시와 입증자료들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제시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간혹 쓸데 없어 보이는 예문까지도 읽어야 한다.
사실 작가들의 의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자신의 전공분야의 대중화를 위해 글을 쓴다면, 전문지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낼 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거쳐 써야 옳았다.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급급해 전문가의 시각으로 대중을 인식하고 글을 썼을 뿐, 대중들의 시각으로 전문지식을 접근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작가가 4명이다 보니, 책의 전체적인 통일성도 약했다.
이토록 혹독한 비판들 뿐임에도 차마 별셋에서 별을 더 이상 빼지못한 이유는 그럼에도 나름의 참신함때문이며, 한글 창제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들이 제법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내가 애초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한글 창제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