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룬 산에 달이 높거든 - 한향(漢香) 두번째 이야기
스티에성 외 지음, 김혜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중고등학교때 너무도 줄줄이 읊어댔던 탓일까, 수필하면 붓가는 대로 쓴 글, 신변잡기적인 글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수필이라는 한자어가 가지는 조금은 무성의한 듯한 늬앙스,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게하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수필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이 주는 고전적인 서정성에 이끌려 사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안이 벙벙해졌다. 세상에 중국사람들의 신변은 만리장성이고, 자금성이었으니...중국이란 거대한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네들의 신변역시 거대하리란 생각은 미처 못했다.

중국의 어느 한쪽에서는 현대문명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교과서에 나온 전기를 어떻게 가르칠지 난감해 하던 선생님은 몇년간 모은 돈을 털어 며칠씩이나 기차와 버스를 타고 도시에 가서 전기가 어떤 것인지 배워(?)가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도시에서 선물받은 전구를 소중히 간직하다, 나중에 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그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광경을 학생과 선생님이 감동스레 지켜보는 모습에 감동적이면서도, 이런 감동이 생겨나는 중국이란 땅의 광대함에는 새삼 질려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는 동안 그 광대함에 어안이 벙벙해져 버린 채 멍하니 책장을 덮는다.

우리의 10~20년 전의 모습과 닮은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모습에 친근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낀다. 색다르면서도 다양하고, 익숙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일상의 이야기들... 고전과 현대가 뒤섞여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일부분들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이란 땅에서 살아가는 중국사람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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