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학교에 온 아이들이 코코페리라는 허름한 옷 차림의  남자를 만나고, 그로부터 게임을 하자고 제안 받았을때,  누구도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운명에 대해 알 지 못했다. 급작스레 '지어스'를 타고 정체 불명의 로봇을 쓰러트린 후, 아이들은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게 된다. '지어스로 적을 물리치지 못하면 지구는 멸망한다. 그리고 지어스로 적을 물리치면 지어스의 조종사는 반.드.시. 죽.는.다.'

몽테뉴는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보면,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지 어떤지를 알게 된다' 라고 했다. 만약 내 앞에 확실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떨까? 왜 하필 내가 죽어야 하냐고 세상에 분노를 터트릴까? 모든 것을 체념하고 절망에 빠질까? 쾌락과 방종으로 애써 죽음을 외면할까?

운명의 장난으로 지어스에 탑승하는 계약을 맺어버린 14살의 아이들도 죽음을 앞두고 여러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각자가 뒤에 남겨놓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다. 죽음을 앞둔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와 고귀한 희생은 너무도 벅 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들 중 첫번째 조종사였던 와쿠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장래를 두고, 두번째 조종사 마사루는 속물 아버지 처럼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두고 각자 눈을 감는다. 이른 죽음이었지만, 뒤의 아이들에 비하면 차라리 이들의 죽음은 행복했다.

세번째 조종사 다카이치는 부모를 잃고, 14살 어린 나이로 동생 세 명을 부양하며 정말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이번에는 그가 조종석에 앉아야 한다는 통고가 왔을 때, 다카이치는 마지막으로 동생과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약속을 한 참이었다. '동생들을 잘 부탁합니다' 라고 말하고 사라지는 그의 뒤모습을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놀이 동산 쪽으로 향하는 적 로봇을 있는 힘 껏 막고, 다키이치는 '간다'라고 짧게 말하고 사라진다. 동생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시체를 사라지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네번째 조종사 마코의 엄마는 창부였다. 창부 엄마를 둔 마코는 학교에서 온갖 모멸을 받아지만, 엄마를 위해 그 모든 것을  참아낸다. 다음 번은 자기 차례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마코는 몸을 팔아 돈을 모우려 한다. 그 과정에서 내심 부끄럽게 생각했던 엄마가 얼마나 사실은 얼마나 강하고 떳떳한 여성이었는가를 알게 된다. 몸을 파는 대신 엄마가 모아놓은 돈으로 마코는 유니폼을 만들어 지어스에 탄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자신을 가장 모멸혔던 아이가 호텔에서 몸을 팔고 있는 것을 구해주고, 그 아이에게 시원스레 따귀를 한대 날린 후 모든 것을 털고 눈을 감는다

 

   

 다섯번째 조종사 카코 죽음 앞에서 추하게 망가졌다. 현실에서 괴롭힘 당하던 것을 끝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망상속에서나 자기를 괴롭힌 아이들에게 보복한다. 결국 자기 보다 약한 치즈루를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고, 조종석에 앉게 된 후에도 겁에 질려 떨던 와중에 치즈루의 나이프에 살해 당한다.

카고를 살해하고 난데 없이 조종석에 앉은 여섯번째 조종사 치즈루. 망설임 없이 카고의 목을 나이프 그어버리는 것을 보고, 그저  제정신이 아닌 여자애로 여겼다. 그녀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치즈루를 그 지경으로 몬 것은 그녀의 담임선생님이었다. 풋사랑에 빠진 치즈루와 오랜 기간 성관계를 맺은 후, 선생님은 그녀를 자기 친구들에게 판다. 담임 선생의 친구들에게 윤간당한 후 치즈루는 처음부터 속았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후 선생님의 아기를 밴 사실을 고백하자 선생은 아기는 떼어버리고, 그 장면을 찍어 팔자고 제안한다. 

지어스에 조종석에 앉은 후, 치즈루는 자기를 윤간한 어른들을 하나씩 죽여 나간다. 게중에는 어린 아이와 함께 피난 중인 한 가정의 아버지도 있었다.  체 펴보지도 못하고 더러운 흙발에 짓밟힌 꽃 봉오리. 치즈루의 복수는 차라리 슬펐다. 마침내 선생님을 죽일려는 찰라, 선생님 앞을 치즈루가 경애하던 친 언니가 가로막는다. 언니는 그 짐승같은 선생의 연인이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친언니를 끝내 어떻게 하지 못하고, 치즈루는 언니의 행복을 빌며 뱃속의 아이와 함께 잠든다.

일곱번째 조종사 모지에게는 나기와 츠바사라는 소꼽친구가 있었다. 마치 이다치 만화의 주인공들 처럼 모지와 나기는 모두 츠바사에게 연정을 품고, 미묘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같이 중학생이 되고 영원히 함께라고 생각한 친구 나기는 심장병으로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츠바사는 심장병에 걸린 나기의 곁에 늘 머물게 되고, 모지는 차라리 나기가 죽어버리기를 바란다. 지어스에 탈 차례가 오자 나기는 전투 후 쓰러지면, 자신의 몸을  병원으로 옮겨 자기 심장을 나기에게 이식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죽음을 앞두고 모지는 질투를 이겨낸 것이다. 그리고 친구를 위해 자기 생명을 바쳤다. 심장 이식 수술을 위해 병동으로 들어서는 모지의 얼굴에는 눈부신 빛이 비치는듯 했다.

 

여덟번째 조종사 마키는 남자 보다 더 씩씩한 여자얘였다. 그런 그녀는, 실은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되어 온 고아였다. 죽음을 앞두고, 양어머니가 친자식을 임신한 것을 알게 된 마키.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끼는 마키였지만, 양부모들이 마키를 곧 태어날 동생 보다 더 사랑하고 아낀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여동생의 얼굴을 꼭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얄궂게도 여동생의 출산 직전에 적이 습격해온다. 

적을 쓰러트리고 난 후, 지어스 계획의 전모가 밝혀진다. 그들이 지어스로 지구를 지키면, 다른 곳에서 100억명의 인명이 사라진다. 감당할 수 없는 생명의 무게. 우리와 너무도 닮은 사람들이 사는 또 다른 우주의 지구. 그러나 마키는 사랑하는 양부모를 위해, 방금 빛을 본 동생을 위해 자신의 어깨위에 100억의 목숨을 짊어진다.  마지막 순간 마키는 동생의 출산을 알리는 빛을 본다.'좌절할 때도 힘들때도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네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으면 안돼. 이렇게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으니깐'

아홉번째 조종사 요스케. 어린 나이에도 이미 자신의 삶은 평범하리라는 것을, 이름없이 살다 사라질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요스케는 앞의 아이들이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을 한다.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위해 다른 세계를 짓밟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나의 소중한 것을 위해 100억명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도 좋은지.

복잡한 심경을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타나카에게 고백하고 그녀로 부터 해답을 듣는다. 나의 존재는 결국 다른 존재의 생명 위에 서 있는 거라고.  지금까지의 너의 삶이 얼마만한 생명을 짓밟고 서있는 지를 알면 그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라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적의 로봇앞에 서지만,적의 파일롯이 그 앞에 나타나 자살흔으로 가득한 자신의 손목을 보여준다. 그 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가지만, 그녀는 타나카와 똑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나 죽고 싶었어.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싸우고 있잖아?  그러니 너도 싸워줘. 너를 위해 죽은 다른 생명들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저 다음 조종사의 차례가 왔을 뿐.

열 번째 조종사 타카미. 군인인 아버지의 슬하에서 인형같은 삶을 살아왔다. 가장 친한 친구 마키의 죽음을 보고, 비로서 새장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된다.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답다. 세상은 이렇게 멋지다.설령 내가 상처 받을지언정.' 전투 도중 돌연 도주한 적의 조종사에게, 타카미는 자신이 느낀 세상의 아름다움을 피아노로 표현해 들려 준다. 삶의 의욕으로 가득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적성 파일롯은 묵묵히 타카미의 아버지의 총구에 자신을 맡긴다.딸을 희생하고 싸움에서 이긴 후, 무뚝뚝한 아버지는 죽은 딸을 안아든 손으로 피아노를 배우기로 한다.  

 

 

'나는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어. 다음은 네가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위해 싸워줘' 고작 13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나이에, 무수한 꿈들을 남긴채, 아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희생이기에, 그들의 죽음을 보며 벅 찬 감동에 휩싸인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 앞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에 감격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어떤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나의 소중한 것들이란 모두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고작 군대 가는 것에 벌벌 떨었던 내 소심함이 부끄러웠다. 목록의 첫머리에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적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부끄러웠다.

15명이 앉았있던 조종석. 어느새 그 중 반은 빈자리가 되어버렸다. 예정된 죽음을 앞두고, 소년, 소녀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어스와 세계의 종말을 알아버린 세상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 싸움과, 지어스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앞으로의 전개가 기다려진다. 또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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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12-2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눈에 정리가 다 되는군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파티 Party 2
아베 슈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어지게 가난했던 여자아이가 사실은 대부호의 상속녀였다 식의 소공녀 스토리는 이미 지겹도록 반복됐다. 터무니 없는 돈지랄을 하는 부자 캐릭터도 일본 만화에서라면 꼭 한명 씩은 등장하는 고정 캐릭터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서 지겹기 까지 한 소재들을 가지고 파티는 얘기를 시작한다.

  겨운 소재라는 것은 작가 자신도 알 고 있었던 듯 생각을 바꾼다. '아예 돈지랄의 규모를 확 키워 보는 건 어떨까?' 몇 억엔이 왔다갔다 해서 내 경제감각을 마비시킨 카이지나 검은 사기류의 만화도 파티에 비하면 껌값가지고 장난치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서는 기본 단위가 '조'다. 마음만 먹으면 건담 실사화에 야마토 전함 건조도 장난이다. 미국 대통령이고, 일본 수상이고 우습기 그지없다.

  러나, 판을 키우면 키울 수록 더 재밌을 거라 생각한 작가는, 일본 버블 경기의 추락에서 아무것도 얻질 못한듯하다. 돈지랄에도 정도가 있다. 어느 정도라면 부럽고 대단하다고 여기겠다만, 건담을 만들고 야마토 전함을 만들고 마음에 안든다고 세계 대전을 벌이는 것은 초딩에게 디밀어도 '에이, 거짓부렁 치지마!' 하고 코웃음 칠 유치한 얘기일 뿐이다. 겨우 2권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걸 보니 일본에서의 평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림체가 예쁘고 마음에 들어 처음에는 많은 기대를 했는 데 아쉽다. 더불어 파티의 작가는 제법 유명한 개그 만화인 '엘리트 건달'의 작가이기도 하단다. 엘리트 건달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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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퀸 Ace Queen 5 - Q-1 Rival
쿠라시나 료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스 퀸은 표지만 봐도, 건장한 남자라면 누구나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는 만화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대의 미인 기준에 딱 맞는 최고의 미녀 호스티스들이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옷갖 교태를 다 부린다. 오호라, 내 평생 저런 고급 호스티스 클럽에 갈일이 있겠냐 만은 에이스 퀸을 보고있는 와중에는 내가 밤의 황제인 듯 한 환상에 빠진다. 19딱지는 커녕 출판금지 판정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수위의 xxx 장면도 매우 빈번히 등장한다.

  이스 퀸은 도저히 좋은 만화라고는 할 수 없다. 참신한 소재나 감동, 지적 자극, 새로운 세계의 발견등과 같은 좋은 만화의 효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예쁜 여자애들 심심하면 벗겨대고, 최고의 호스티스를 뽑는 다는 얼토당토 않은 황당한 줄거리에, 호스티스들도 자부심에 차서 일한다는 궤변만 줄줄 늘어놓을 뿐.

  래도 벗기고 하는 게 끝인 만화라고 하면 지나친 혹평일게다. '치유계 호스티스'라는 '치유계'의 새로운 갈 길을 모색(?)하는 에이스 퀸의 주인공 아야. 잿구덩이에서 뒹굴어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언제나 순수하게 남자를 대하는 모습이 제법 매력적이었다. 궤변이라고는 해도, 자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최고의 호스티스를 꿈꾸는 여자들의 얘기도 재미있었고. 최고의 대기업들이 호스티스업에서 경쟁한다는 판타지 스토리도 그럭저럭 흥미롭다.

  직히 잘 모르겠다. 쓰레기 같은 만화라고 줄창 까대줄 수는 있지만, 그게 내 진짜 감상인지, 아니면 그렇게 까대라고 교육 받아온 탓인지. 어쨌든 남자로서는 무척이나 즐거웠던(?) 것은 사실이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만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나 저나 나도 저러고 노는 날이 언젠가 올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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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Bartender 8 - 이덴홀의 행운
조 아라키 지음, 나가토모 겐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은 느낌의 만화인데 아마도 리뷰를 써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감으로 보기 시작한 만화지만 첫 느낌은 '신의 물방울의 아류' 정도였다. 지금 와서는 신의 물방울 보다 훨씬 뛰어난  만화라고 생각하지만.

  삶에 지친, 고독한 영혼들이 매일 밤 '신의 글라스' 사사쿠라 류의 '에덴홀'을 찾아온다. 류가 내놓는 한 잔의 칵테일에 다시금 삶을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고, 손님은 기분좋게 웃으며 두꺼운문을 밀고 나간다. 신의 글라스는 카운터에서서 조용히 웃으며 손님을 배웅한다.  바텐더는 그런 만화다. 다양한 삶 이야기에, 독특한 칵테일 소개받는 재미를 섞으면 최고의 만화 바텐더가 완성된다. 이번 권에서도 이러 저러한 인생 이야기, 칵테일 이야기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었다.

 금이라도 바텐더에 나온 칵테일들을 맛 보러 가고 싶지만, 아직은 bar를 찾지않을련다.  언젠가 나도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연륜을 지니면,  bar에 들러 영혼을 치유해줄 한잔의 칵테일을 마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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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노 Bambino! 1
세키야 테츠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가 아는 이탈리아 요리는? 피자, 스파게티, 파스타, 젤라또(이것도 요린가?) 정도가 전부.그나마 파스타는 먹어보지도 못했다. 피자라고 해봐야 미국식 패스트푸드나 줄창 먹었을 따름이고, 스파게티는 학교 식당에 나오는 거라든지, 편의점에서 파는 걸 먹어 봤을 뿐. 백화점 지하에서 파는 젤라또는 이탈리아 직수입이라지만 진짠지 의심스럽고.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내 이해의 정도가 이 정도니, 본격 이탈리아 요리 만화라는 밤비노를 보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비노에는 요리사라기 보다는 무술의 달인같은 중국 요리사도 안 나오고, 천재 초밥  요리사도 안나오고, 사람 잡는 빵 만드는 제빵사도 안 나온다. 예의 '판타지' 요리 만화에 나오는 화려한 요리에 비하면 밤비노의 요리는 차라리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초딩'도 비웃을 만화들에 비하면 밤비노는 너무도 생생한, 있는 그대로의 이탈리아 요리점의 모습을 보여준다. 환타지 요리 만화에는 비춰주지도 않는 웨이터의 세계, 군대 보다도 더 엄격한 요리파트, 예술을 창조해 내는 돌체 파트 등. 리얼한 요리 세계는 판타지 요리 세계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탈리아 요리라는 소재에 걸맞게 그림도 '이탈리아 풍'(?) 이다. 강렬하고 굵직굵직한 그림은 예쁘장한 보통 일본 만화 그림체와는 완전히 딴 판이다. 차라리 미국 코믹스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탈리아 요리사들의 몸동작에 중점을 두고 묘사한다던가, 인물들의 개성을 강렬하게 표현한다던가 하는 그림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인공 '밤비노'(별명으로만 불려서 이름을 잊어버렸다.)에 대해서도 몇 마디 붙여주고 싶건만, 절대 포기않는 근성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녀석이라 별 수 없다. 앞으로 쭉쭉 성장해 가겠지만. 주인공 외의 일에 열중하는 요리의 프로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재도, 그림도, 내용도 독특한 만화였다.  밤비노는 인지도가 낮은 데 비해 매우 뛰어난 질의 수작이다. 일드 '밤비노'만 보지 말고 원작에도 주목해 보는 게 어떨까.(의외로 드라마는 아는 사람이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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