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닌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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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는 게으르고 방종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런 내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며, 그런 후에 고시 합격이라도 해서 떵떵거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이제는 그것이 허망한 꿈임을 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내가 보통 사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의 중추에 서리라 믿고 있다.

 라닌의 그녀, 그들은 나와 많이 다른 유형의 인간들이다.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의 소시민적 삶에 진저리 내고, 언젠가 세상위에 서리라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똑같은 20대다. 흐르는 시간은차가운  현실을 자각시킨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그들은 그들이 진저리 내던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살고 있었다. 

  는 앞으로 5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 과연 내 환상대로 환골 탈태가 일어나, '떵떵 거리는 삶'을 살고 있을까? 아마도 소라닌의 그녀와 그들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씁쓸하다. 슬프다. 작은 내가 싫다.  그래도 게네들에게는 사랑도, 우정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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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가는 버스 1
우사미 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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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순정 만화가 싫다.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한 적 없는 내게 연애물은 염장질일 뿐이다. 봄으로 가는 버스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 두 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춘 만화다. 그런데도 재미있으니 이건 무슨 조화람!

 정만화가 싫은 까닭 중 하나는 그림체 탓이다. 순정만화 특유의 이상화된 인물상이 마음에 들질 않는 까닭이다. 봄으로 가는 버스도 대별하면 순정만화 그림체 속하지만, 소년만화 처럼 사실적이다. 덕분에 거부감을 느끼기는 커녕, 순정만화 특유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소년만화의 사실적인 표현을 두 개 다 즐길 수 있었다.

단편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최고의 염장질이건만 읽으면 내 가슴도 뭉클해지고, 흥분된다. 버스에서 엮인 우연한 인연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예쁘고 귀엽다. 온통 남성 시선의 하렘 식 사랑만 보던 내게 여성 시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랑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는 순정만화가 여전히 싫다. 그러나 봄으로 가는 버스 만큼은 몇 몇 예외 중 하나일 거다. 그나 저나 쟤들 보다 나이 훨~씬 많은 나에게 봄은 언제나 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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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자매 이야기 1
카즈토 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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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씩 주말에 TV를 보던 아버지가 나를 부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가 보면 으레 TV에서는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는 내 또래의 아이들이 나온다. 그걸 보며 '봐라, 제들은 저래도 저렇게 잘 산다' 라며 내게 뼈아픈 말 한 마디 툭 던지는 아버지에게 입을 삐쭉 내밀어보이면서도, 왠지 내 자신이 부끄럽다. 빈곤 자매 이야기를 보며 오랜 만에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양친 없이 어린 두 자매가 밝고, 씩씩하게 생활하는 모습에 비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밥 버러지' 일 뿐.

 막 짧막한 단편 형식의 만화로 그려지는, 빈곤자매들의 부족하지만 따뜻한 삶은 가슴에 후끈 후끈하게 데워준다. 특별히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나 좋은 느낌의 만화다. 꼭 찾아 보진 않더라도, 손이 간다면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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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1
와카스기 키미노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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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 본다거나, 책을 휘리릭 대충 넘겨보기만 하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그림체 이상한 마이너한 만화책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보지 않는 다면, 당신은 30분 동안 미친 듯이 낄낄 거릴 기회를 놓친 것이다.

 실은 세련된 팝을 하고 싶었건만, 꿈과는 아득이 먼 데스 메탈계의 총아, '클라우져II세'가 되어버린 네기시. 평범하며 팝을 좋아하는 네기시 본래의 모습과, 양친을 살해하고 겁탈한 지옥의 마왕 클라우져 II세라는 공연장에서의 모습이 엇갈리면서, 웃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클라우져 II세  앞에서 네기시의 평범한 생활과 소박한 꿈이 부서져 가는 눈물나는 상황에서, 나는 너무 웃겨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색적인 욕설 탓에 여성이나 청소년에게는 썩 권할 만한 만화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원색적인 단어는 단지 '소재' 이상으로는 쓰이지 않는 탓에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최신간인 2권도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줬다. 앞으로 이 압도적인 작품이 매너리즘에 늪에 빠지지 않고, 나에게 폭소를 선사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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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Mr. Know 세계문학 1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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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주의자들은 '어머니'에게 선동 전단지 전달 임무를 맡기며, 이러이러한 암호를 되면 될 것이라 가르쳐준다. 그런 그들은 자뭇 진지하지만, 스파이 놀이를 하며 노는 어린아이 처럼 보인다. 어머니는 '아직 어리구나' 라며 속으로 생각한다. 

 고리끼가 이 소설을 쓴지 언 10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사회주의자들의 혁명이 성공하는 것도,또 어떻게 실패하는 가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고리끼는 그럴 수 없었다. 신이 아닌 이상 100년 뒤를 내다 볼 수는 없었을 테고, 자신의 신념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테니.

나는 그로 부터 100년후의 사람,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으로서 어머니를 봤다. 체포 당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탈옥하고, 재판정을 모독하는 그들은 선생들과 부모의 권위를 비웃는 요즘의 비행 청소년과 닮았다. 마르크스 식의 이분적 대립각으로 밖에 사회를 볼 줄 모르는 그들은 너무도 맹목적이다. 착취도 계급도 없이 모두 평등한 이상적 사회를 쫓는 그들은 뜬 구름을 쫓고 있다. 

낡은 짜르 전제 하에 러시아에는 혁명이 필요했다. 고리끼를 비롯한 러시아 작가들은 모두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어머니와 같은 소설을 남겼다.100년 뒤에 태어난 혜택을 누린 주제에, 고리끼를 비웃는 것은 불공평하고, 또 오만한 짓거리다. 그래도 고리끼에게 100년 동안 있을 일을 알려준다면, 지금의 시대를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또 어머니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짖꿎은 호기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천박하고 오만한 제단 따위는 이쯤에서 그치자. 어머니라는 책 한 권에 낡은 짜르 전제 하에 신음하는 노동자와 농민의 삶과, 낡은 시대를 개혁하자는 시대 정신이 담겨 있다. 아들 뿐 아니라 모든 젊은 사회주의자를 포용하는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뭉클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끼게 한다. 그러니 고전이고, 또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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