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말과 글 -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스님의 생전 육성 강연과 원고 중 핵심 문장을 간추려 엮은 책이다. 나, 관계, 자연, 삶과 죽음, 무소유, 삶의 지혜, 종교, 책, 여유까지 총 9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문장은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다. 단정하지만, 사유는 깊다. 그는 모든 것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바라보았고 그 깊은 곳의 울림을 모아 절제된 언어 속에 감정과 사유, 결단을 함께 담았다. 그런 그의 가르침 가운데 필사에 적합한 핵심 문장 138개를 뽑아 좌측에는 문장을, 우측에는 필사 노트를 배치했다. 



각 장의 주제는 삶의 한 국면, 곤란함을 겪는 찰나를 담고 있다. 그 안의 문장들은 그의 말과 독자의 마음이 조용히 마주 앉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단순하게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게 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다. 그의 말에 자기 생각을 얹어 삶의 철학을 만들어가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 좌우를 살필 겨를 없이 육체와 영혼이 따로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영혼이 따라올 여유를 건넨다. 그 여유는 텅 빈 마음을 채울 틈이 된다. 이 책은 138일 동안의 필사 노트를 통해 마음을 돌보는 마음 챙김 시간을 선물한다



138일의 필사 노트, 마음 챙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을 읽고 필사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고요함이다. 긴 문장이 아니라 그의 일반 철학과같이 무소유 즉 비워냄을 고스란히 겪은 문장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법정 스님의 글에는 강한 주장도, 이념도 없다. 그저 한 사람의 시선과 침묵 그리고 사유 속 깨달음이 있을 뿐인데 그 속에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성찰의 물음이 반복해서 떠올리게 된다. 요란스러운 말보다 성찰을 통한 평온한 삶이 먼저인 글이었다.



스님이 남긴 문장들은 짧고 단아하다. 그러나 그 단아함은 누군가를 향한 꾸짖음과 탓함으로 인한 죄책감 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철학을 재건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흔히 말하는 강요하는 투의 자기 계발서와 달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한 페이지씩 필사를 하다 보면 눈에 띄게 필사 속도가 느려진다. 욕심에 의한 날뛰는 욕망이 줄고 삶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고요한 사람이 되어감을 느낀다. 이 책은 읽고 쓰는 독자를 조용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중심을 찾게 한다.



또한 너무나 많음은 없는 것과 같다는 선인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우리는 1초도 쉴 틈 없이 세상이 건네는 소리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정작 꼭 들어야 하는 것은 듣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전형적인 너무 많기에 진정한 것은 없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비워내고 멈추면 비로소 들리는 소리, 보이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이 인간에게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하여 비워내지 못하고 멈추지 못할 뿐. 이 책은 좋은 글귀로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런 여유를 가지게 한다.



이 책을 필사하면서 글쓰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문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무엇을 남기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말이 아니라 글로 보여주었다.  스님의 글은 읽고 나면 단순하게 감동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살아온 지난날, 앞으로 걸어야 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길게 남는다. 말을 줄인 만큼 생각은 깊어지고 침묵의 울림은 강해진다. 그는 하늘의 별이 되어서 직접 이런 진리를 전수한다. 덕분에 쓰는 이의 태도까지 배우게 만드는 도서였다.



글이란 결국 삶의 일부다. 법정 스님이 직접 살아온 방식이 그대로 문장에 녹아 있다. 굳이 삶을 설명하지 않아도 글에서 그 삶이 보인다. 고요하게, 검소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독자는 이런 그의 글을 보고 따라 쓰면서 스스로 얼마나 소란스럽고 필요하지 않은 욕심이 많으며 이런 것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유를 스스로 박탈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고요한 새벽에 그의 글을 한 글자씩 새기다 보면 자신을 속박하고 불행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세상이 아니라 스스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실천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용히 읽고 쓰되 오래 남는다. 스님의 말과 글은 독자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울리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되고 확장된다. 삶의 진리는 말하지만 실천의 방향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문장에 대한 경계심이 모두 사라진다. 세상에는 말과 글에 관한 책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말도 나의 말이어야 한다고. 타인의 말과 글에 자신을 맞춰 목적 지향형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그는 요란하지 않은 말로 일침을 가한다. 



138일의 필사 노트, 마음 챙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가르침이 아니라‘함께 걸음이다.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쓴 글이 아니라 한 생의 단면을 따라가며 독자가 스스로의 방향을 찾게 돕는 책이다.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하나의 문장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셰이크 통 속과 같은 요란한 삶을 살면서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필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슬퍼서, 감동스러워서가 아니라 나를 찾을 길을 발견한 기쁨으로.


#법정스님의말과글 #에세이 #샘터 #샘터사 #필사노트 #필사 #필사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장르가 바로 시이다. 모든 글 중 가장 언어의 밀도가 높기에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싫어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접근할 수 없는 장르. 이해를 기다리는 단어들은 시를 멀게만 느끼게 했던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춰준다. 샘터에서 출간한 이제야 작가의 에세이 시가 되는 순간들에서 지독하게도 꺼리던 장르의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기에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이제야의 시가 되는 순간들은 총 서른다섯 개의 이야기와 에필로그, 그리고 사진가이자 시인인 이훤 작가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으 그 안에는 오래도록 이해를 기다리는 단어들이 기다리고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작가가 직접 찍은 흑백의 사진 한 장, 시 한 편, 압축된 그녀의 말과 모든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마다 저자의 과거 경험을 따라가며 그 일상 속 깨달음들로 삶과 언어에 대한 자신의 시적 철학을 세워가는 모습을 섬세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전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려는 일이라는 말처럼, 이 책은 시인의 사적 체험과 그 감정들이 어떻게 언어로 변모해가는지를 기록한다. 예컨대 시를 쓰는 순간 기존의 믿음은 완전히 깨진다는 구절은 기존에 서로를 완벽하게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한,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균열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시는 결과가 아니라 삶에서 다가온 감정의 잔해를 언어로 발굴하고 사라져 가는 기억 속 단어들의 모호함을 조심스럽게 모으는 작업이다.



말이 되지 못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어떤 감정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제야 시인은 시가 되는 순간들을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간, 잊고 싶지 않은 이름, 끝났지만 남아 있는 감정 등과 같은 것들로 구체화한다. 책 속 문장 하나하나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그 감정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한 섬세한 채집이다. 그 과정의 첫 번째는 오랫동안 바라봄이라고 정의한다. 어떠한 것을 끈질기게 바라보며 그 안의 감정과 언어를 해체하고 그것을 압축하여 재조립하는 것이 시라고.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언어에 대한 겸허함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를 지워가며 사랑의 애초를 소중히 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보이듯, 시인은 언어를 소유의 도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잊힌 단어, 미처 붙들지 못한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언어를 다룬다. 이 언어의 선택은 쓰는 사람이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결코 자신만의 것으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감정을 던졌을 때 그것을 받아 독자 개개인의 현실에 맞게 공명하길 원한다. 가장 은밀한 단어가, 가장 보편적인 이해로 이어지기를.



시를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스스로의 언어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제야의 에세이 시가 되는 순간들은 그 드문 목소리 중 하나다. 이 책은 그녀가 쓴 작품과 찍은 사진, 그리고 그녀의 작품이 태어난 구체적인 배경 이야기를 함께 엮어낸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내면을 조심스레 따라가는 탐험에 가깝다. 읽으면서 먹먹했던 지점, 위로를 받는 부분, 무언의 말을 거는 듯한 포인트 등 다양하게 느낀 점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사진이다. 서른 장이 넘는 사진 중에서 한 장 정도는 컬러가 있을 법도 하지만 모든 사진은 흑백이다. 사진은 대부분 인물 없이 풍경만을 담고 있다. 오래된 골목, 휘어진 나무, 창문을 닫은 방처럼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은 침묵 속에 그 순간을 증언한다. 흑백 사진이라는 선택은 그 기억들이 지금과는 다른 시간대에 있었음을 조용히 말해주는 장치다. 이 사진들은 시와 산문 사이의 여백을 메우며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의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또한 흑백 사진을 작가가 말하는 대로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작품을 쓰게 하는 순간은 허기, 상실, 아픔 등 무채색의 시간들이라는. 그러나 막상 그녀의 글을 읽고 난 독자는 오히려 이 무채색으로 인하여 독자 스스로의 경험과 어우러져 자신만의 색을 입히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글 전반에서 그녀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상호 연결성. 이는 마치 서로 다른 시간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 있지만 진심은 공명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언어로 다가온다. 


이제야의 에세이 시가 되는 순간들에서 저자는 하나의 경험에 담긴 수많은 감정의 레이어를 벗겨 농축시킨 이해를 기다리는 단어들로 말하는 것을 시라고 정의한다. 다만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진술이 아니라 독자가 다시 느끼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열어둔 문장이다. 가장 내밀한 고백이 가장 넓은 감각으로 이어지는 것을 시라고 정의한 이 책은 장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는 결국 누군가의 진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므로.


#시가되는순간들 #이제야 #산문집 #에세이 #샘터 #샘터사 #시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에는 글쓰기는 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삶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책을 쓰는 것 이외에도 자기소개서, 기획서, 이메일, 프레젠테이션, 유튜브 대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은 개인 간의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제는 글쓰기 비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그것도 이론보다 실전 중심으로. 이를 전문용어 없이 쉬운 말로 기초 관점부터 대가의 비법까지 설명한 글쓰기 기초서인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초 관점부터 대가의 비법까지 설명한 글쓰기 기초서인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에서 저자는 살아가는 것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시간이든, 능력이든, 가진 것이든. 이런 자신을 좀 더 잘 팔 수 있는 도구가 바로 글쓰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는 많은 이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막상 시작하기에는 허들이 높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기에 이를 구분하면 그 허들이 매우 낮아진다고.



재능이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문학적 글쓰기와 누구나 연습만으로 쓸 수 있는 기능적 글쓰기인 비문학적 글쓰기로 나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생산 수단의 뿌리는 비문학이다. 글을 쓰는 건 5:3:2의 비율로 만들어지는 칵테일과 같다. 원리, 구조, 표현. 비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강조하는 요소는 원리이며 그 중심에는 시장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자기만족형 작문이 아니다. 팔기 위해서 쓰기에 당연하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을, 요구하는 방법대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질문이다. 시장은 단순히 자료를 얻기 위한 분석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문제점과 담아야 할 이야기의 틈을 찾기 위한 곳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때의 질문의 내용은 상관없다. 답을 듣기 위하여 하는 행위가 아닌 스스로 고백하게 만드는 무기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의 결과로 수많은 칭찬을 들을 수도, 불평을 들을 수도, 당부를 들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과정이 인위적이어서는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으며 반드시 자연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수많은 질문하기를 통하여 원리를 꿰뚫었으면 다음은 구조이다. 이 책이 말하는 구조는 기승전결이나 서론-본론-결론처럼 고전적 이론을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글쓰기의 구조 역시 체화되는 경험으로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손에 익지도 않은 채 남이 만든 특별한 구조를 배우는 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쓰기 강의 중엔 자기만의 구조를 비밀처럼 포장하며 수강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의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글을 망치는 길잡이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이 책이 권하는 방식은 오히려 그 반대다. 가장 익숙한 구조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변형하고 확장해나가는 실전 중심의 접근. 처음부터 이상적인 형식을 좇기보다 읽는 사람이 편한 글, 내가 말할 수 있는 리듬으로부터 출발해서 경험을 쌓고 나만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 이게 바로 팔리는 글쓰기에서 말하는 구조의 본질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첫걸음부터 확장하는 방식에 대하여 저자는 꽤 구체적이고 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마치 초등학생도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럼 이렇게 연습하여 내가 만든 구조가 괜찮은지, 이 글이 잘 됐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서도 복잡한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누군가에게 설명해 보는 것이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 봤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면, 그리고 상대가 들어서 이해가 쉽게 된다면 그 글은 이미 좋은 구조를 갖춘 것이다. 반대로 머뭇거리면서 설명이 꼬이거나 상대의 주의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그건 내가 쓴 글의 구조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증거이다.


너무 쉬워 보여 별것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건 단순한 점검법이 아니라 글을 쓰고 다듬는 데 있어서 가장 실용적인 리듬 테스트이기도 하다. 내 글이 설득력을 갖췄는지 독자가 글의 맥락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지, 이 모든 건 입 밖으로 말해보기라는 아주 단순한 행위 하나로도 확인 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두고 커피 두 잔과 I 성향의 친구 한 명이면 가능하다고 위트 있게 던진다. 다만 글로 전달하는 것은 금물이며 꼭 말로 하라고 한다. 



저자는 창의력이 무(無)에서 솟아나는 천재성이나 번뜩이는 직관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창의력은 방대한 지식과 훈련된 사고력 위에서만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뉴턴과 아르키메데스를 예로 든다. 뉴턴이 미적분이라는 수학적 기반이 없었다면 만유인력의 법칙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며, 아르키메데스 역시 물리학적 지식이 없었다면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창의력은 축적된 지식의 바닥 위에서만 점화된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방법,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은 선생님을 고르는 방법,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법에 대하여 말한다. 마지막 장에 가면 각종 대가에게서 그들의 글에서 방법을 훔쳐 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단순히 이렇게 가져온다는 1차원적인 설명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직접 사용하고 적용한 예시를 들어주기에 처음 자신의 글쓰기 토대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꽤 좋은 자료가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필로그에서 이 방법으로 공모전 수상을 시킨 제자들의 이야기였다. 의심되면 한번 시도해 보시길.



기초 관점부터 대가의 비법까지 설명한 글쓰기 기초서인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이론만 제시하지 않는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실전 편에서 직접 체크하면서 실행해야 할 목록이 나온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글을 쓴다는 공포가 자신도 모르게 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게는 자기소개서나 기획서를 크게는 자신만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다.


#팔리는글은처음이라 #제갈현열 #다산북스 #글쓰기기초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발짝 더, AI 세상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8
최재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재운의 한 발짝 더, AI 세상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AI 안내서이다. 그러나 차근차근 읽어보면 AI의 기본을 잘 모르는 성인들에게 가장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쉬운 설명, 재미있는 예시로 인하여 인공지능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chatGPT를 즐겨 쓰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하여 개인을 진단한 결과 의외로 제대로 쓰지 못함을 알 수 있었으며 그 진단 과정도 공유해 보려고 한다.



보통 인공지능에 관련된 책을 보면 독자가 어느 정도 안다는 가정하에 바로 AI에 대하여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재운의 한 발짝 더, AI 세상으로는 작가 스스로 지식의 늪에 빠지지 않고 프롤로그에서 인공지능의 역사와 그 기본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꼼꼼하게 설명한다. 이 파트에서 우리 인간은 생각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그말리온의 그녀, 골렘,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에서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까지. 이런 갈망이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넘어왔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종류와 그들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청소년을 위한 AI 안내서에서 가장 폭넓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2장부터 나오는 인공지능의 문제들이다. 단순하게 저작권이나 사생활 침해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쪽도 중요하지만 뒤로 넘어가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사례들이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 편향이라는 부분은 우리가 재판장을 AI로 바꾸라고 말하는 것에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뉴스에 나온 적도 있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던 아마존 채용 과정에 사용된 인공지능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기존에 남성 합격자가 많았다는 데이터로 인하여 이 일에는 남성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여성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더 낮게 주었던 사례이다. 이후로 인종 차별 등에 관하여 스스럼없이 작업을 한 케이스는 생각보다 두려웠다. 이 AI들은 딥 러닝을 사용자들에게 배웠는데 그 사용자들이 매우 심각한 인종 차별주의자들이었다. 즉, 환경에 따라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후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인  AI 리터러시와 AI의 거짓말 할루시네이션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특히 할루시네이션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 용어는 원래 의학적 용어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듣거나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첫 사례로 챗 GPT가 만든 세종대왕 맥북 프로 던짐 사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왜 이런 이미지가 나왔는지 궁금하여 당사자에게 물어보았다. 본인도 매우 민망해하며 한 답이 아래의 이미지이다.





결국 AI의 연결성이 엉뚱한 곳으로 튄 사례이다. 그 외에도 그간 우리는 자세하게 몰랐지만 인공지능이 친 사고는 꽤 많았다. 아마 주식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을 쓸어내린 가짜 펜타곤 폭파 사건도 떠오를 것이다. 이런 할루시네이션은 점점 정교해져 우리에게 가짜 뉴스를 교묘하게 섞어 주어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AI 리터러시가 더욱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무조건 인공지능을 믿어서는 안 되고 최대한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교차 검증을 신경 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인 사례를 말해 보자면 너무나 유명한 고전의 작가나 주인공 이름을 잘못 알려주는 경우, 있지도 않은 설화를 스스로 만들어와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경우 등 꽤 당황스러운 경험이 있었다. 만약 이를 교차 검증하지 않았다면 아마 만천하에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5장에 넘어가면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얼마나 이 원칙에 따라 챗 GPT를 사용하고 있는지 몰라 본인에게 물어보았다. 그 결과가 좀 충격적인데 재미있으라고 공유해 본다. 아마 엄청 웃으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예상한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멋대로 챗 GPT를 윽박지르며 그동안 사용했던 것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망정이지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오래전에 파업했을 것 같다.






이 원칙에 따라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은 최소한의 대화로 효율적인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이다. 프롬프트 쓰는 예시가 본문에 꽤 많이 나온다. 챗 GPT와 구글 검색과의 차이를 못 느끼는 분이라면 꽤 만족스러운 책이 되리라 장담한다. 제대로만 사용하면 AI 에이전트를 바로 옆에 하나 데리고 있는 셈인데 일단 위의 당사자 발언을 보면 나부터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저자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을 잘 하기 위해서 기본으로 필요한 것이 문해력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책 읽기는 필수이며, 단순히 글자를 읽는 1차원적인 독서가 아니라 읽은 것을 자신에게 접목시키는 2차원적인 책 읽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내용을 알면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읽다가 보니 이것은 그냥 글자 읽기였다는 것을 깨닫고 있던 시기에 이런 내용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최재운의 한 발짝 더, AI 세상으로에서 저자는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에게 평등한 세계를 열어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이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는 오히려 삶의 격차가 훨씬 벌어진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이 책처럼 쉬운 입문서를 읽고 조금씩 배우고 할루시네이션을 잘 걸러 내어 사용하면 된다. 서두에서 말했지만 청소년을 위한 AI 안내서이지만 성인이 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쉬워서 입문서로 더 적합하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시길!!!


#한발짝더AI세상으로 #최재운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냉전, 퀀텀 패권 쟁탈전
이영우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먼저 삼성의 경제 시각을 담은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출간한 이영우의 신냉전, 퀀텀 패권 쟁탈전에서 말하는 퀀텀모프라는 단어 뜻부터 알아보고 시작하자.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용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익숙하게 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퀀텀모프는 양자역학의 연구 대상인 미시세계를 구성하는 최소의 에너지 단위를 의미하는 퀀텀과 탈바꿈을 뜻하는 모프의 합성어이다. 디지털 문명의 대변혁을 통해 새로운 문명의 문을 연 퀀텀문명의 도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양자 기술은 이제 과학자가 아닌 외교관과 군인이 다루는 대상이 되었다. 신냉전, 퀀텀 패권 쟁탈전은 퀀텀 기술을 둘러싼 국제 질서의 전환을 분석하며 한국이 이 흐름에 어떻게 뒤처지고 있는지를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퀀텀 기술을 둘러싼 지정학적 충돌과 경제적 패권 경쟁을 통해 기술이 권력이 된 시대의 생존 전략을 말한다. 세계는 지금 양자 컴퓨팅, 양자암호, 양자 센서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 질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경쟁에서의 승리는 곧 경제와 군사, 안보의 우위를 의미한다.



책의 시작은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 회담이다. 북러 관계의 강화로 출발한 첫 장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신냉전이라는 판위에 새로 놓인 돌 하나로 읽힌다. 왜 내키지 않지만 굳이 푸틴이 새벽 두시에 평양까지 방문하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는지에 대하여 그 내막이 드러난다. 단순히 총탄과 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는 중국의 시진핑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의 행위가 단순 쿠데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울부짖음이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책은 러시아에서 중동으로 시야를 옮긴다. 우리에겐 지리멸렬한 종교전쟁으로 알려져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의외로 신냉전 체제를 형성하는데 큰 일조를 했다. 모기 한 마리가 세계를 움직인 셈이다. 이 전쟁으로 인하여 미국 전력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묶어 두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아브라함 평화 협약 체결을 무산시켰다. 경제적 자원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로 양분화되어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길어졌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는 교활한 여론전을 펼쳤으며 중국, 러시아, 아랍, 이슬람 지지 세력이 UN과 산하 단체 및 기타 국제기구 흡수를 상당수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경제 지도에 드러나는 신냉전 체제가 완벽하게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큰 혜택을 본 국가가 바로 북한이며 이는 대한민국에 꽤 치명적으로 작용된다. 즉, 하마스, 이스라엘 전쟁은 종교 전쟁이 아니라 이란, 러시아, 중국이 배경으로 깔린 치밀한 정치 전쟁이었다.



이후 책은 미국의 전략, 중국의 추격, 러시아의 협공을 분석하며 이 세 국가가 퀀텀 기술을 어떻게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여전히 선도자이며 중국은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는 틈새를 노려 협력망을 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 선택한 것이 일대일로이다. 우리는 단순히 이 정책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정책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 속내는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서방 자유주의 진영을 포위하고 패권을 가져가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정책이 오히려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국 간의 윈윈 전략이 아니라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 시진핑의 입장은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었고, 여기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거대한 칼날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다. 결국 이 신냉전 체제는 과거 냉전 체제와 달리 적당히 서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어느 하나가 완벽하게 고꾸라져야 끝나는 전쟁인 셈이다. 



이 전쟁에서 패한 쪽은 향후 글로벌 패권에서 절대 강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싸움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오면 죽기 살기로 싸운다. 이 표현을 국제 정세에 쓰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금의 형세가 딱 이런 식이다. 이 말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살아남기 위하여 어떤 나라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든, 철저히 이용만 하고 버리든, 불쏘시개로 쓰든 가차 없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전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저자의 진단은 단호하다. 한국에는 세계대전략이 없다고 말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의 정책은 폐기되고 외교 라인은 단절되며 경제는 1%대 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원인이라고 하면서. 어떤 국가이든 정당의 이익이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굵직한 세계대전략은 변함없이 이어져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자신의 성과를 위하여 기존 정책을 엎어버리는 것을 문제점으로 삼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의 김정은마저 대통령에 따라 제멋대로 바뀌는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수차례 비난했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생존을 위하여 어떤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지를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룬다. 마지막 두 장은 생각보다 냉정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적당한 위기감 정도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꽤 아프게 다가올 내용들이 나온다. 저자는 그 누구보다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지만 바로 그 점이 독자로 하여금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게 만든다. 



삼성의 경제 시각을 담은 이영우의 신냉전, 퀀텀 패권 쟁탈전의 흥미로운 점은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펴낸 도서라는 점이다. 정부도, 학계도 아닌 기업의 시선에서 국제정세와 기술 패권을 다룬다. 국가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할 때, 기업이 분석을 대신하고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 단순한 이론보다는 지구라는 도화지에 지정학, 지경학적 요소와 각국의 힘겨루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신냉전퀀텀패권쟁탈전 #이영우 #삼성글로벌리서치 #국제경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