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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가드닝 - 나만의 길을 찾아 평생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기술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커리어는 성과를 쌓아 올리는 일일까, 아니면 매일같이 돌보는 일상일까. 정재경의 커리어 가드닝은 흔한 자기 계발서처럼 목표와 속도, 경쟁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원처럼 평생 가꾸고 돌보아야 할 일하는 삶이라고 하면서 반복과 관찰, 실패와 회복, 기록과 패턴 같은 느린 감각들에 주목한다. 이 책은 외적인 성취의 결과가 아니라, 내적 리듬의 흐름으로 일의 과정을 해석한다. 과연 일이라는 세계를 그렇게 가꿔갈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그 비유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그 관점이 어떤 사람에게 의미 있을지를 함께 살펴본다.
정재경의 커리어 가드닝은 직업적 여정을 성취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돌봐야 할 관계로 본다. 저자는 일하는 삶을 식물처럼 가꾸는 존재에 비유하며, 반복과 관찰, 조정의 연속으로 해석한다. 이 관점은 계단식 성장 대신 일상 안에 살아 숨 쉬는 흐름으로 재배치한다. 시작과 종료가 아니라 유지와 돌봄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기존 자기 계발서와 구별된다. 이런 해석은 외적 결과가 아닌 내적 리듬의 조율로 방향을 전환한다. 삶의 한 영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본 단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정원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려면 반복 가능한 루틴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 책은 커리어를 형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루틴을 제시한다. 아침 글쓰기, 운동, 기록, 정보 정리 같은 사소한 반복이 결국 커리어의 뿌리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일은 일회적 과업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리듬이다. 성과가 아니라 패턴을 기반으로 삶을 구축하려는 접근은 당장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 설계에 있어 설득력을 가진다. 루틴은 훈련이 아니라 방향성을 점검하는 일이다.
반복이 커리어를 구성한다면 그 안에서 실패는 반드시 포함된다. 저자는 실패를 성과의 반대 개념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실패는 방향을 수정하고 속도를 조정하는 구성 요소이며 반복의 일부이다. 그는 실패를 회피하거나 제거할 것이 아니라 리듬 속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루틴이 축적의 기술이라면 실패는 그 안에 밀도를 부여하는 장치이다. 오류를 흡수하는 시스템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커리어의 바탕이 된다. 실패 없는 설계는 반복도 진전도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공유한다.
이처럼 실패를 포함하는 시선은 직업적 여정을 결과물이 아닌 환경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특정한 직무 능력이 아닌 자율성, 시간 구조, 공간 구성, 반복 가능성 등 일상의 조건들이 만들어내는 총합에 주목한다. 성과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관점은 커리어 가드닝이 제안하는 생태적 접근과 맞닿아 있다. 이는 직무 변경이나 이직보다 환경 설계를 우선하는 태도로 이어지며, 일의 총합이 아닌 삶의 배치로 일하는 방식을 재해석하도록 이끈다. 환경을 중심에 둘 때 나이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저자는 정원처럼 평생 가꾸고 돌보아야 할 커리어를 반복과 관찰, 조정이라는 키워드로 재정의한다. 목표 달성과 성취를 중시하는 기존 자기 계발 담론과는 달리, 일상의 흐름 속에서 전문성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루틴과 태도에 집중한다. 작가는 자신의 길을 계획하거나 쟁취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돌보며 반응을 살피는 존재로 바라본다. 우리가 얼마나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작은 돌봄의 누적이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돌봄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루틴, 실패, 환경, 기록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직업적 삶을 해석한다. 일은 점프식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아니라 일관된 리듬과 반복 속에서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는 일상적인 흐름으로 그려진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는 나이, 조건, 태도와 같은 외적 기준 대신 자율성과 회복력을 중심에 둔 새로운 방향 설정 방식을 제안한다. 전체적인 흐름은 정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행과 실천을 전제로 한 살아 있는 철학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중요한 것은 나이 자체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리듬을 설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는 유연한 감각이, 젊은 사람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시도와 학습이 요구된다. 나이는 변수일 뿐이며 커리어의 지속은 조건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환경 조정 능력이 결정적이라는 관점은 커리어를 시간축이 아닌 태도와 시스템의 조합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나이와 무관한 성장의 조건으로 저자는 기록을 강조한다.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사고의 질서를 재정비하는 수단이다. 반복적으로 자신을 검토하고 감정과 경험을 언어화하는 과정은 곧 삶을 조직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기록은 과거를 저장하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기초 작업이다. 매일 쓰는 글은 일관된 리듬과 관찰력을 길러주는 장치가 되며 동시에 자기 인식의 도구로 작동한다. 기록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흐름 안에서 자신을 다시 조율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현재의 리듬을 점검하게 만든다.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루틴과 실패, 환경, 기록이 연결되며 일과 삶을 구성하는 조건들이 드러난다. 성취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구조와 리듬에 따라 형성되는 흐름이다. 경쟁과 성과 중심의 프레임을 벗어나 유지와 순환의 감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든다. 일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은 곧 내가 어떤 삶을 짜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 되며, 그 질문은 반복적으로 던져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재경의 커리어 가드닝은 커리어를 단절 없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직무나 성과보다는 존재를 잃지 않은 채 어떻게 일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커리어를 다시 구성할 수 있는 언어와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 이직이나 경력 전환, 혹은 성장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외적 결과가 아닌 내적 리듬을 중심으로 삶을 조율하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 경쟁보다 지속, 확장보다 순환을 중시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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