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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스터리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역사 추리 소설인 캐드펠 시리즈의 새로운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기존에 10권까지 출간되었으나 이번에 나머지 11권이 더해져 완결본이 나왔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11 위대한 미스터리는 기존의 작품과 결이 조금 달라 시리즈를 읽는 사람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그 소재는 기존의 내용보다 더 충격적이고, 더 인간적이어서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럼 이번에는 캐드펠이 어떤 활약을 하는지 살펴보자.
헨리 1세(11세기)는 왕좌를 딸 마틸다에게 물려주지만 그가 죽자마자 스티븐 왕이 왕위를 찬탈한다. 이후 모드 황후는 프랑스로 피신을 가고 각자 지지하는 세력들과 결탁하여 싸운다. 모드 황후는 스티븐 왕을 이겨 그를 가두는데 성공하지만 거만함으로 인하여 시민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한다. 이번 이야기는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모드 황후와 중간에 배신을 했다가 다시 돌아온 헨리 주교와의 전쟁이 주 배경이다. 이 싸움으로 인하여 모드 황후의 피해는 극심해졌으며 자신의 오른팔인 글로스터의 로버트 백작이 포로로 잡힌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11권 위대한 미스터리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1411년 8월 평온한 슈루즈베리이지만 다른 쪽은 지금 모드 황후와 헨리 주교 및 마틸다 왕비의 군대가 싸우고 있다. 이곳에서 피난을 온 휴밀리스 수사와 벙어리 피데일리스 수사. 휴밀리스는 젊은 시절 십자군 전쟁에 나갔다가 불구가 될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온다. 한 여자와 약혼을 하고 갔으나 이 상처로 인하여 그는 수도원에 몸을 맡기고 혼인을 파기해 버린다.
파혼 후 3년이 지난 어느 날 휴밀리스의 과거 부하가 줄리언과의 결혼 승낙을 위해 그를 찾아온다. 흔쾌히 승낙하여 그는 그녀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약혼녀 줄리언 크루스는 이 파혼 소식을 듣고 수녀원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네 명의 하인과 재물을 싣고 수녀원으로 떠나지만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수녀원에서는 그녀가 오지 않았다고 하여 결국 혐의는 네 명의 하인에게 돌아가는데...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의 내용이 기다리고 있는 위대한 미스터리이다.
북하우스에서 재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권 위대한 미스터리는 기존의 작품과 달리 캐드펠이 얌전한 편이다. 10권까지 그는 수도원 내에 있는 시간보다 온갖 동네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마을 밖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60%가 지나도록 수도원 안에만 머무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독자들은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할 때에 카타르시스가 몇 배에 달하게 만든다.
그는 손수 사건에 몸을 던지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사건의 흐름을 관찰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런 그의 캐릭터 변화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사건 발생의 시점을 유추할 수 없어 더 큰 긴장감을 준다. 이런 그의 행동 장치는 사건의 전개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10권 이후 다음 책의 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캐드펠의 깊은 통찰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 그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짜릿하게 해소된다.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죽음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죽음이 전통적인 살인 사건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모든 사람이 실종된 약혼녀의 행방을 알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점차 사건은 그녀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것으로 흐른다. 작가의 트릭이 매우 강하여 독자마저도 눈앞에 뿌려진 단서를 보기보다 행정 장관 휴 등의 수사를 따라가기 급급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녀가 범죄의 피해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눈치가 빠른 분은 아시겠지만 문제는 그 이유와 그녀의 행방이다.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은 모든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결국, 사건의 진상을 풀어가는 과정은 사람들 간의 오해와 착각이 얽혀 있는 미로와도 같고, 그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캐드펠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인간 심리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게 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서, 각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깊은 감정과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한다. 바로 아내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아 상처로 얼룩진 유리언 수사이다. 수도원 내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그의 행태에 독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더는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말까지 읽고 나면 그 또한 어떤 사건의 피해자임이 드러난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독자는 그의 행동들에 대하여 용서할 수는 없지만 애처로운 눈길로 그를 바라볼 여지를 가질 수 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우니 이 부분은 작가의 서비스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작품 속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 이름 있는 등장인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정치 싸움에 휘말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 죽은 자와 남겨진 가족들까지 셀 수 없는 피해자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 마지막에 캐드펠이 던지는 남은 자의 상실에 대한 회복의 한 마디는 독자는 칼을 들고 싸우는 중세 영국에서 현실로 끌고 나온다. 죽음을 향해 힘껏 달리는 우리의 삶도 상실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도 회복은 가능하다는 그의 한 마디는 마치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을 비추는 등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권 위대한 미스터리의 포맷은 기존과 달라졌지만 캐드펠의 통찰은 오히려 더 날카롭고 깊어졌다. 읽고 나면 가벼움보다는 중세의 사건을 통해 현대 삶에 대한 지혜를 얻으며 묵직함이 남는다. 그의 깊은 사고는 단순한 추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 사건마다 숨겨진 인간의 감정선과 철학적 고민이 드러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추리 소설의 계절이 왔다. 단순히 흥미 위주로 흐르지 않고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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