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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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얘기할 것은 북극을 꿈꾸다는 책의 서평을 쓰기에 매우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처음 읽을 때의 얄팍한 마음과 달리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의 느낌은 과연 하나의 점과 같은 내가 이렇게 거대한 얘기에 어떤 말을 얹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아주 조심스럽게 서평을 남겨본다.




개인적으로 자연 과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어렴풋하게 북극을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자원이나 땅을 차지하기 위한 원주민과의 치열한 싸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상상하기 힘든 광활함과 생의 여러 모습이 담긴 것까지. 하지만, 북극을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한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그곳의 이미지는 모 콜라 회사의 광고 속 멋진 흰색 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무섭도록 알지 못하는 얼음의 땅과 그 안의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에 눈물이 맺힐 만큼 가슴 벅참이 느껴졌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필요할 만큼.

북극을 꿈꾸다는 배리 로페즈의 유작이며 인문 에세이로 알려져 있다. 사실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북극이라는 두 글자는 책의 첫 장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책은 예상한 것과 많이 달랐다. 북극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펼친 책장이었지만, 마지막을 덮었을 때는 오히려 더 미지의 땅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결말이 실망스럽다거나 허탈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더 신뢰감을 가지고 더 큰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오히려 만족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그럼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논픽션이 문학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필력

사실 전달을 위하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인지 인문서적의 베이스는 딱딱한 문체가 많은 편이다. 물론, 몇몇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생각날 정도로 사실을 묘사하는 논픽션이지만, 문장이 여느 문학작품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나는 대이동을 일종의 숨쉬기로,

땅의 호흡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극의 대지는 봄에 빛과 동물들을 크게 들이마신다.

여름에는 오래 숨을 참는다.

그리고는 가을에 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남쪽으로 밀어낸다.

북극을 꿈꾸다 by 베리 로페즈 p.270

동토인 툰드라의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 남쪽으로 대이동을 한다. 지금까지 대이동은 일부 동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그리고 심지어 인간까지 거리의 차이는 있지만 이동이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대이동이라고 명명하였고, 이를 대지의 호흡이라고 표현하였다. 작가의 표현에서 대지의 거대함과 포용력이 느껴져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겸손함을 가지게 되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사실을 오히려 감동으로 바꾼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북극과 우주의 차이점은?

4장까지는 북극 자체와 그곳의 동물들 그리고 그 생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며 5장의 대이동부터 자연스럽게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그리고 그 외의 많은 동물까지. 이 부분엔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사향소는 사향주머니가 없으며, 북극곰은 체온을 식히기 위하여 얼음을 먹으며, 울버린이 실제로 북극에 존재한다는 것, 일각고래는 벨루가의 근연종이며 토성의 고리에 관하여 알려진 것보다 알려진 것이 적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쩌면 우리는 우주에 대하여 북극 생물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6장부터는 어떠한 목적으로든 그간 북극을 탐험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놀라웠던 점은 순수한 목적으로 이곳으로 향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부, 명예, 황홀경과 같은 인간의 욕망이 수많은 인간을 삼킨 땅으로 또다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는 점에 인간이 가진 욕망의 크기가 놀라운 건지, 그 용기가 놀라운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각각의 탐험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서술한 부드럽지 않은 북극의 별칭의 기록을 보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던질 정도라니 미련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열정이 부럽기도 하였다.

더 널리 인정받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접하면

땅에 대한 이런 난해한 통찰과 추론은 곧잘 그 그늘에 가리고 만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땅은 시와 같아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논리적이고, 선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삶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고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북극을 꿈꾸다 by 배리 로페즈 p.432

세기를 넘어선 북극의 탐험으로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은 수많은 죽음과 지도, 몇 가지의 동식물, 그리고 지하자원이었다. 북극성이 여행의 지표가 되지 못하는 공간에 관련된 것을 읽는데 그간 유럽이 정복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우주 탐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삶의 편안함을 위하여 발전시키는 기술과 자원의 탐사가 처음엔 무언가의 다음은 누군가의 고통과 비극에서 행위의 주체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 지구에서의 결과임을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창백한 푸른 점을 넘어서는 더 큰 스케일의 우주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어 오싹함이 느껴졌다.


저자는 땅과 인간,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충돌에 대하여 수많은 사례를 들려준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본 내용이 있어 그런지 그 충돌에 관한 것이 낯설게 다가오진 않았다. 외지인들은 북극의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칭한다. 그러나 원주민 중 호피족의 언어에 관한 것이 나오는데 잠깐 소개하자면 호피어에는 공간과 시간을 언급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시제가 제한적이어서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데는 영어보다 호피어가 더 적합하다고 하며 그들만의 지식이나 지혜가 결코 외부인과 비교하여 낮지 않다고 한다. 그중 원주민인 에스키모들과의 관계를 말할 때 던지는 질문이 꽤 인상적이어서 소개한다.

나는 그날 바다코끼리 떼를 보며 떠오른 생각을 기억한다.

바다코끼리를 더 잘 이해하고 그로부터 위안을 받으려면,

인간은 바다코끼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야 하나?

바다코끼리가 이 땅에서 낯설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극을 꿈꾸다 by 배리 로페즈 p.629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배리 로페즈는 인간들에게 원망과 질책을 던지는 결말이 아닌 옳은 길을 찾아가리라는 희망의 말을 던진다. 북극이라는 땅 자체, 그곳의 생명체의 신비, 원주민과 역사의 발자취 그리고 현대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을 덮을 때 가슴 벅찬 눈물 한 방울을 느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평을 쓰면서 과연 내가 이 거대한 책에 뭔가를 말할 수 있는 존재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책 욕심이 많은 나에게 인생 책이라고 칭할 책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이제 막 한 권이 더 생겼다는 말은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좋은 책이니 추천한다는 말보다 아주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북극을꿈꾸다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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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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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라고 하면 너무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데미안, 지금은 책의 제목이 바뀌었지만 지와 사랑(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정도가 기억난다. 물론 제목만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싯다르타를 읽게 되었고 헤세의 책이 생각보다 숨겨진 내용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알기 위하여 작가의 일생에 대하여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그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여 혼자서 답답해하였다. 그러던 차에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작가의 사상을 알 수 있는 나의 믿음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해력이 바닥인지 몇 번을 읽어도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할 수 있길 바라며 첫 장을 펼쳤다.



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나의 믿음이란 어떤 책인가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책 초반부는 헤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하여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포부가 무색할 정도로 종교적인 내용이 나온다. 처음엔 작가의 머릿속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는 짙은 패배감을 느끼면서도 헤르만 헤세라는 명성의 가치에 매달려 묵묵히 읽어나갔다. 기독교, 불교, 힌두교, 도교, 유교까지 꽤 여러 종교를 섭렵한 작가였다. 중간중간 일화들 덕분에 생소했지만 부드럽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었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떤 내용이든 독자의 시선을 제대로 잡아채어 끌고 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2장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자신을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데 아마 나의 믿음 2장을 읽는다면 누구나 종교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될 것 같다. 헤르만 헤세가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가다가 보면 이것이 단어 그대로의 종교적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1,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겪은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남아있게 하기 위한 스스로의 몸부림과 나름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짧은 2장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한 줄 한 줄에 마음을 담았다.



3장에 오면 이제 작가가 쓴 책들과 자신의 종교관, 사상 등과 연관을 지어서 얘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이 싯다르타여서 이 부분을 꽤 여러 번 읽었다. 싯다르타에서 왜 고타마와 싯다르타로 나누어 얘기를 했는지, 깔끔하고 도덕적인 고타마의 길을 던져버리고 세상의 타락의 끝을 경험한 싯다르타가 왜 주인공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헤르만 헤세의 삶을 꽤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엔 한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꽤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고민은 아마 인류가 영원히 풀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1900년대 초를 산 작가의 글이 2020년대의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글자도 헛됨이 없이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것 같아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을 때의 오싹함을 느꼈다. 요즘 예전에 읽었던 싯다르타를 재독하면서 필사 중이다. 이런 때에 헤르만 헤세의 나의 믿음을 접하게 된 것은 신의 은총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나의 믿음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언제나 함께 펴보게 될 것 같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이라면 나의 믿음은 꽤 단비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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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세계사 - 풍요의 탄생, 현재 그리고 미래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장영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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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벽돌 책 북클럽에 가입하면서 총 균 쇠,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를 거치면서 인간의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시험에서 해방되면서부터 역사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다를 것이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부의 세계사라는 책을 처음 보면서 총 균 쇠와 그 맥락을 같이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저자에 대한 흥미로 인해 첫 장을 펼치게 되었다.



윌리엄 번스타인의 이력은 굉장히 독특한 편이다. 책을 읽으면서 당연하게 경제학자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인사이트가 넓고 깊었는데 이분의 베이스는 화학 박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가진 신경과 전문의였다. 거기에 금융이론가, 역사가, 투자 이론가, 경제사 학자로까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신경과 전문의의 눈으로 보는 경제라니 독특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예감에 불과한 기대감이었지만, 마지막 장까지 지루함이나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으니 책 선택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죽죽 읽어나가면서 느낀 것은 총 균 쇠와는 결이 좀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마 고등학교 때 사회경제를 배우거나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매우 친숙한 맬서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것도 이 유명인의 의견에 비판의 관점으로. 맬서스는 우리에게 인구론으로 유명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자연 생태 자체에 대한 이론이어서 찰스 다윈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더 유명했다.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는 생소함과 어려움이라는 느낌을 주는 경제학의 세계로 일반인을 끌고 들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적인 경제 관련 서적과 매우 다른 점은 저자의 필력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 딱딱한 설명이 아닌 적절한 비유와 예시가 많아 이해하기에 좋았다. 덕분에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예시와 비유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다른 카테고리의 책이나 영화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글의 생생한 이미지화는 이해력 상승의 베이스이므로 부의 세계사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이해하지 못하면 의미 없는 글자 나열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를 보았다. 일반적인 역사의 흐름이 아니라 철저하게 권력욕에 의해 흘러가는 역사를 볼 수 있어서 신선했었는데 부의 세계사 또한 같은 결의 책이었다. 뭐랄까? 인간의 신체를 전체 역사라고 한다면 혈관, 신경, 각종 기관은 정치, 사회, 경제 등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금까지 전체 인간의 몸을 공부했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경제라는 혈관만 현미경으로 파헤쳐 놓은 느낌의 책이어서 알고 있는 역사 속에서 새로움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문 제목인 부의 탄생이 조금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어서 왜 한글 제목이 부의 세계사인지 의아했다. 과거의 풍요를 말하는 것 같지만, 부의 조건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에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디로를 통하여 저자는 앞으로의 미래를 설명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경제 뉴스를 볼 때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온전하게 알맹이를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기본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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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 - 기본 상식부터 투자, 금리, 국제경제까지 생활 속 궁금했던 경제 읽기
남시훈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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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경제 신문 공부를 하면서 꼭 한 번 경제학 원론 책을 다시 정리해 보고자 결심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마음처럼 책이 펼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새해 첫 경제 서적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 노란 커버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이었다. 일단, 목차에서부터 20여 년 전 강의실에서 펴든 경제학 원론과는 달리 매우 다른 친숙한 브랜드와 실생활에서 익숙한 용어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 경제 관련 서적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경제학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다 꼬부랑글씨를 쓰는 사람들인데 묘하게 우리나라 경제학 책에는 한자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가장 친숙해야 할 일상의 경제를 가장 가까이하기 어려운 공부거리로 만든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남시훈 작가님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은 아마도 관련 서적 중에서 한자어가 가장 적어서 경제 공부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첫발을 내딛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또 다른 허들은 수식과 함수인데 이 책에서는 어떠한 수식과 함수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경제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해 놓았다. 게다가 브랜드와 일화는 케케묵은 사례가 아닌 MZ 세대라고 하더라도 모두 아는 코로나 이후부터 사용하여 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점까지 피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떠한 것을 배울 때 직접 체험한 것과 아닌 것은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세상 어느 경제학 서적에 마스크 대란, 백종원 셰프의 사건, 당당 치킨, 우영우의 일화가 나오겠는가? 예시들만 보아도 바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여서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무엇일까 하며 검색하면서 공부하는 파트가 없을 정도였다.




쉬운 용어와 사례로 설명한 것도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외눈으로 본 상황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경제학과 교수도 사람이기에 어떠한 문제에 대한 해결점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지식인의 개인적 가치관은 이제 처음 경제라는 것에 대하여 공부하는 사람에게 매우 큰 편향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항상 하나의 주장이 아니라 양쪽에서 모두 바라보며, 장점과 단점 모두를 설명하였다. 얼마 전 읽은 경제 관련 서적에서는 읽으면서 스스로를 단속해야 할 정도로 어느 한쪽 정치 집단의 찬양에 가까운 가치관을 심어 놓은 것을 보았기에 이 책의 장점으로 이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일례로 독과점 기업에 대한 부분을 들 수 있다. 독과점의 기본은 나쁘다가 맞다. 하지만, 여기서 끝낸다면 아마 뉴스에 자동차, 반도체, 통신사 등등 독과점에 속하는 기업들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왜 이 업종들은 독과점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형태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또 다른 경제 주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까지 상세하게 다룬다. 얼핏 보기에 이것이 별것 아닌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의 입문서를 읽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꽤 중요하다. 병아리가 처음 태어나서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가 어미인 줄 아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배움의 첫걸음을 떼는 사람에게 편향을 심어주는 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약간의 뿌듯함을 느낀 부분도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아마 뉴스를 꾸준하게 본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의 두 항공 회사가 인수합병을 하는데 해외의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하여 계속 무산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독과점 기업의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고만고만한 기업의 인수합병이 아닌 글로벌 기업은 시장 지배력이 미치는 주요 국가 모두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나온다.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서 글로벌 기업이라는 인식이 없던 두 항공사였지만, 해외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미칠 정도로 큰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 들어서 생각보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서 뿌듯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도 한국인이긴 한국인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이 어려운 이유는 깔끔한 정의가 없어서일 것이다. 20여 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또 한 번 느낀 것이 무슨 학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며 귀에 걸면 귀걸이일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 금리나 환율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여실히 와닿을 것이다. 그래서 뉴스를 보면서 기자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다가 보면 왜 매번 말이 바뀔까 하는 의문도 가졌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은 이런 의문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펴서 이름만 남은 경제학자의 사상을 논하며 설명하는 책은 많다.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덮어서 문제이지만. 이제 처음 경제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나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공부를 해서 기초를 다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은 단비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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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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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항상 의문점을 남기던 제목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역사적으로 종교에 민감했던 유럽인 독일인이 어떻게 자신과 관계없는 종교인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점. 책장을 펼치면 뭔가 거대한 비밀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쉽사리 손을 대기 힘든 아우라를 내뿜는 책이 싯다르타였다. 그러나 마음속 두려움보다 호기심의 크기가 커서 결국은 첫 장을 펼치게 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처음과는 결이 다른 고민에 빠지게 만든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었을 때 의문점이 모두 해소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오히려 수많은 의문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 책은 책 두께가 얇음에도 불구하고 후자에 속하여 며칠 동안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게 되었다. 뭔가 똑 부러진 서평을 쓰고 싶었지만, 지금 머릿속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정리가 되기는커녕 생각의 갈래가 너무 가지를 많이 쳐서 정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자체를 그대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서평이 될 것 같아 더 지체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 이제 책을 읽은 후 드는 의문점과 나름의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한다.

 

주인공의 이름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를 한 우리가 아는 석가모니의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저자는 고타마와 싯다르타를 분리하여 2인으로 표현하였다. 본문에서 고타마는 이미 득도하여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가르침을 주는 고타마와 자신의 깨달음을 위해 노력하는 싯다르타의 대비. 분명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데 정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여 한동안 답답함에 빠져 있다.

 

2.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헤르만 헤세는 신학자 집안 출신으로 신학교까지 입학하기에 이르렀지만, 창작 활동의 열정으로 인하여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게다가 데미안을 쓰던 시기부터 싯다르타를 구상하는 시기에 우울증의 절정을 걸었다고 하며 두 번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우울증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MBTI의 기본 개념을 창시한 융에게 치료받았다. 세계대전으로 인한 조국과의 갈등, 아버지의 사망, 아내의 정신분열증과 아들의 입원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한계선을 가까스로 거닐었던 것 같다. 후반에는 화가로도 활동하였는데 그의 그림들을 보면 따뜻하지만, 묘하게 인물이 사라진 그림을 그려 심리적인 부분의 결핍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85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아실현을 위하여 힘썼다고 한다. 이런 헤르만 헤세의 일생을 싯다르타와 비교하면 상황이 묘해진다.

 

 

책 속 주인공도 강물에서 죽으려고 하였으나 그 순간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어 사공의 조수가 되어 삶을 이어간다. 이후 강물에 귀를 기울여 최종적인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작가 자신이 이런 심리적 평안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의 결말과 달리 작가 자신은 삶의 과정이 소망하는 것과 달리 평탄치 않은 것 같아 싯다르타라는 책의 의미가 더 짙게 다가왔다.

 

이 시간에 싯다르타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기를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에 깨달음의 밝은 기운이 피어났다. 그것은 그 어떤 의지로도 맞설 수 없는 깨달음, 완성을 이해하며, 사건들의 흐름과 삶의 강물에 동의하는, 연민 가득하고 동락 가득한 깨달음, 흐름에 맡긴 채 통일성에 귀속되는 깨달음이었다.

 

3. 거국적으로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평화가 아니었을까?

 

처음엔 잘 몰랐지만, 계속 읽으면서 선과 악, 윤회와 열반, 허상과 실상, 번뇌와 해탈, 사랑과 경멸, 존재와 무존재 등등 언제나 두 가지의 개념이 대칭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전쟁과 평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이었으니 평화주의자였던 저자의 눈으로 보기에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그들이 크게 보면 하나의 인류이고 그래서 사랑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연거푸 두 번 읽는 것을 체질적으로 잘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책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하여 연거푸 세 번을 읽은 책이었지만, 지루하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것이 헤르만 헤세의 힘이 아닐지 생각한다. 2024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많은 이가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는 요즘, 목표를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말은 자아실현이지만, 묘하게 실질적 자신은 계획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힘껏 달려 나가면서 자기 자신도 잊지 않고 챙겨 가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하게 불교에 관한 책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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