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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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항상 의문점을 남기던 제목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역사적으로 종교에 민감했던 유럽인 독일인이 어떻게 자신과 관계없는 종교인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점. 책장을 펼치면 뭔가 거대한 비밀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쉽사리 손을 대기 힘든 아우라를 내뿜는 책이 싯다르타였다. 그러나 마음속 두려움보다 호기심의 크기가 커서 결국은 첫 장을 펼치게 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처음과는 결이 다른 고민에 빠지게 만든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었을 때 의문점이 모두 해소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오히려 수많은 의문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 책은 책 두께가 얇음에도 불구하고 후자에 속하여 며칠 동안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게 되었다. 뭔가 똑 부러진 서평을 쓰고 싶었지만, 지금 머릿속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정리가 되기는커녕 생각의 갈래가 너무 가지를 많이 쳐서 정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자체를 그대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서평이 될 것 같아 더 지체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 이제 책을 읽은 후 드는 의문점과 나름의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한다.

 

주인공의 이름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를 한 우리가 아는 석가모니의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저자는 고타마와 싯다르타를 분리하여 2인으로 표현하였다. 본문에서 고타마는 이미 득도하여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가르침을 주는 고타마와 자신의 깨달음을 위해 노력하는 싯다르타의 대비. 분명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데 정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여 한동안 답답함에 빠져 있다.

 

2.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헤르만 헤세는 신학자 집안 출신으로 신학교까지 입학하기에 이르렀지만, 창작 활동의 열정으로 인하여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게다가 데미안을 쓰던 시기부터 싯다르타를 구상하는 시기에 우울증의 절정을 걸었다고 하며 두 번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우울증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MBTI의 기본 개념을 창시한 융에게 치료받았다. 세계대전으로 인한 조국과의 갈등, 아버지의 사망, 아내의 정신분열증과 아들의 입원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한계선을 가까스로 거닐었던 것 같다. 후반에는 화가로도 활동하였는데 그의 그림들을 보면 따뜻하지만, 묘하게 인물이 사라진 그림을 그려 심리적인 부분의 결핍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85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아실현을 위하여 힘썼다고 한다. 이런 헤르만 헤세의 일생을 싯다르타와 비교하면 상황이 묘해진다.

 

 

책 속 주인공도 강물에서 죽으려고 하였으나 그 순간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어 사공의 조수가 되어 삶을 이어간다. 이후 강물에 귀를 기울여 최종적인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작가 자신이 이런 심리적 평안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의 결말과 달리 작가 자신은 삶의 과정이 소망하는 것과 달리 평탄치 않은 것 같아 싯다르타라는 책의 의미가 더 짙게 다가왔다.

 

이 시간에 싯다르타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기를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에 깨달음의 밝은 기운이 피어났다. 그것은 그 어떤 의지로도 맞설 수 없는 깨달음, 완성을 이해하며, 사건들의 흐름과 삶의 강물에 동의하는, 연민 가득하고 동락 가득한 깨달음, 흐름에 맡긴 채 통일성에 귀속되는 깨달음이었다.

 

3. 거국적으로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평화가 아니었을까?

 

처음엔 잘 몰랐지만, 계속 읽으면서 선과 악, 윤회와 열반, 허상과 실상, 번뇌와 해탈, 사랑과 경멸, 존재와 무존재 등등 언제나 두 가지의 개념이 대칭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전쟁과 평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이었으니 평화주의자였던 저자의 눈으로 보기에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그들이 크게 보면 하나의 인류이고 그래서 사랑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연거푸 두 번 읽는 것을 체질적으로 잘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책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하여 연거푸 세 번을 읽은 책이었지만, 지루하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것이 헤르만 헤세의 힘이 아닐지 생각한다. 2024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많은 이가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는 요즘, 목표를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말은 자아실현이지만, 묘하게 실질적 자신은 계획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힘껏 달려 나가면서 자기 자신도 잊지 않고 챙겨 가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하게 불교에 관한 책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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