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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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얘기할 것은 북극을 꿈꾸다는 책의 서평을 쓰기에 매우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처음 읽을 때의 얄팍한 마음과 달리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의 느낌은 과연 하나의 점과 같은 내가 이렇게 거대한 얘기에 어떤 말을 얹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아주 조심스럽게 서평을 남겨본다.




개인적으로 자연 과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어렴풋하게 북극을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자원이나 땅을 차지하기 위한 원주민과의 치열한 싸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상상하기 힘든 광활함과 생의 여러 모습이 담긴 것까지. 하지만, 북극을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한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그곳의 이미지는 모 콜라 회사의 광고 속 멋진 흰색 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무섭도록 알지 못하는 얼음의 땅과 그 안의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에 눈물이 맺힐 만큼 가슴 벅참이 느껴졌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필요할 만큼.

북극을 꿈꾸다는 배리 로페즈의 유작이며 인문 에세이로 알려져 있다. 사실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북극이라는 두 글자는 책의 첫 장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책은 예상한 것과 많이 달랐다. 북극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펼친 책장이었지만, 마지막을 덮었을 때는 오히려 더 미지의 땅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결말이 실망스럽다거나 허탈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더 신뢰감을 가지고 더 큰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오히려 만족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그럼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논픽션이 문학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필력

사실 전달을 위하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인지 인문서적의 베이스는 딱딱한 문체가 많은 편이다. 물론, 몇몇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생각날 정도로 사실을 묘사하는 논픽션이지만, 문장이 여느 문학작품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나는 대이동을 일종의 숨쉬기로,

땅의 호흡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극의 대지는 봄에 빛과 동물들을 크게 들이마신다.

여름에는 오래 숨을 참는다.

그리고는 가을에 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남쪽으로 밀어낸다.

북극을 꿈꾸다 by 베리 로페즈 p.270

동토인 툰드라의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 남쪽으로 대이동을 한다. 지금까지 대이동은 일부 동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그리고 심지어 인간까지 거리의 차이는 있지만 이동이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대이동이라고 명명하였고, 이를 대지의 호흡이라고 표현하였다. 작가의 표현에서 대지의 거대함과 포용력이 느껴져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겸손함을 가지게 되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사실을 오히려 감동으로 바꾼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북극과 우주의 차이점은?

4장까지는 북극 자체와 그곳의 동물들 그리고 그 생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며 5장의 대이동부터 자연스럽게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그리고 그 외의 많은 동물까지. 이 부분엔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사향소는 사향주머니가 없으며, 북극곰은 체온을 식히기 위하여 얼음을 먹으며, 울버린이 실제로 북극에 존재한다는 것, 일각고래는 벨루가의 근연종이며 토성의 고리에 관하여 알려진 것보다 알려진 것이 적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쩌면 우리는 우주에 대하여 북극 생물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6장부터는 어떠한 목적으로든 그간 북극을 탐험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놀라웠던 점은 순수한 목적으로 이곳으로 향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부, 명예, 황홀경과 같은 인간의 욕망이 수많은 인간을 삼킨 땅으로 또다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는 점에 인간이 가진 욕망의 크기가 놀라운 건지, 그 용기가 놀라운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각각의 탐험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서술한 부드럽지 않은 북극의 별칭의 기록을 보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던질 정도라니 미련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열정이 부럽기도 하였다.

더 널리 인정받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접하면

땅에 대한 이런 난해한 통찰과 추론은 곧잘 그 그늘에 가리고 만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땅은 시와 같아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논리적이고, 선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삶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고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북극을 꿈꾸다 by 배리 로페즈 p.432

세기를 넘어선 북극의 탐험으로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은 수많은 죽음과 지도, 몇 가지의 동식물, 그리고 지하자원이었다. 북극성이 여행의 지표가 되지 못하는 공간에 관련된 것을 읽는데 그간 유럽이 정복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우주 탐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삶의 편안함을 위하여 발전시키는 기술과 자원의 탐사가 처음엔 무언가의 다음은 누군가의 고통과 비극에서 행위의 주체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 지구에서의 결과임을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창백한 푸른 점을 넘어서는 더 큰 스케일의 우주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어 오싹함이 느껴졌다.


저자는 땅과 인간,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충돌에 대하여 수많은 사례를 들려준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본 내용이 있어 그런지 그 충돌에 관한 것이 낯설게 다가오진 않았다. 외지인들은 북극의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칭한다. 그러나 원주민 중 호피족의 언어에 관한 것이 나오는데 잠깐 소개하자면 호피어에는 공간과 시간을 언급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시제가 제한적이어서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데는 영어보다 호피어가 더 적합하다고 하며 그들만의 지식이나 지혜가 결코 외부인과 비교하여 낮지 않다고 한다. 그중 원주민인 에스키모들과의 관계를 말할 때 던지는 질문이 꽤 인상적이어서 소개한다.

나는 그날 바다코끼리 떼를 보며 떠오른 생각을 기억한다.

바다코끼리를 더 잘 이해하고 그로부터 위안을 받으려면,

인간은 바다코끼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야 하나?

바다코끼리가 이 땅에서 낯설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극을 꿈꾸다 by 배리 로페즈 p.629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배리 로페즈는 인간들에게 원망과 질책을 던지는 결말이 아닌 옳은 길을 찾아가리라는 희망의 말을 던진다. 북극이라는 땅 자체, 그곳의 생명체의 신비, 원주민과 역사의 발자취 그리고 현대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을 덮을 때 가슴 벅찬 눈물 한 방울을 느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평을 쓰면서 과연 내가 이 거대한 책에 뭔가를 말할 수 있는 존재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책 욕심이 많은 나에게 인생 책이라고 칭할 책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이제 막 한 권이 더 생겼다는 말은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좋은 책이니 추천한다는 말보다 아주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북극을꿈꾸다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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