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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지음, 염철호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던 기억은 내 신앙의 시작이었다. 새벽미사에서 들었던 말씀, 성당 마당에서 뛰놀던 시간, 그리고 내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TV 브라운관에서 뵈었던 벅찬 순간까지. 나에게 가톨릭 신앙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삶의 일부였다. 그래서 교황님의 첫 공식 자서전 『나의 인생』을 손에 쥐었을 때, 이 책이 어떤 깨달음과 감동을 줄지 기대가 컸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나는 다시금 내 신앙의 뿌리를 되새기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개인적인 삶을 넘어,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함께한 여정을 담고 있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원자폭탄, 냉전, 9·11 테러, 코로나19 팬데믹까지—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교황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이는 단순히 한 성직자의 삶을 넘어,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가톨릭 신앙이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교황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였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폐질환으로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순간, 그리고 성소를 깨닫게 된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펼쳐진다. 그때의 깨달음이 지금의 교황님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각자가 신앙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인생』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군사독재와 억압의 시대를 겪으며 교황님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젊은 사제였던 교황님은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보다 신앙을 통해 약자들을 보호하는 길을 택했다.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가톨릭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마치 군사 쿠데타와 다름없는 독재적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국민의 목소리가 억압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 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편에 서라”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삶의 태도이다. 불의에 맞서 침묵하지 않는 것, 권력의 횡포 앞에서도 양심을 지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연민의 실천을 통해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이 책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져야 할 신앙인의 태도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언제나 낮은 자의 자리에서 사랑과 연민을 실천하는 분이다. 『나의 인생』에서도 교황님이 강조하는 것은 권위가 아니라 섬김이며, 지시가 아니라 경청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들이 책 전반에 걸쳐 묻어난다.
또한, 책을 읽으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교황님의 솔직함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독단적이었던 젊은 시절을 반성하며, 항상 변화하고 성장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과연 신앙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의 시대는 다시 한 번 신앙의 역할을 묻고 있다. 『나의 인생』은 그 해답을 직접 제시하지 않지만, 우리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권력의 힘이 아닌 사랑과 연대로, 불의에 맞서는 용기로,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빛을 밝히는 신앙인의 삶으로.
교황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신앙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다시 기도하게 되었다. 이 시대가 정의와 평화 속에서 진정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