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평점 :


단편집을 펼치며 처음 읽은 작품은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좀비물을 오래 좋아해온 독자로서, 이 작품은 전통적인 좀비 장르가 주는 쾌감보다는 훨씬 더 깊고 묵직한 감정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익숙한 좀비 장르라 기대했던 건 긴장감 넘치는 생존극, 무자비한 액션,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였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공식에서 벗어나, 훨씬 더 깊고 슬프며 묵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령화 사회의 극단적 설정 — 노인을 좀비로 만드는 국가사업과 그들을 버리는 ‘덤핑족’의 등장. 이 낯설고도 기이한 세계는 어쩐지 현실과 맞닿아 있다. 주인공 덕환과 야생 좀비 구역에서 만난 한 노인의 관계는 단순한 동행이나 동맹이 아니라, 버림과 기억, 가족과 돌봄에 대한 성찰이었다. 좀비물이 이토록 따뜻하고 슬플 수 있다니. 이 작품은 장르의 외피를 입고,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작품 「청소의 신」을 읽으며 마음은 점점 불편해졌다. 처음에는 팬데믹 시기의 낯선 모텔 풍경과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로 보였지만, 중심에는 ‘나’라는 화자의 불편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겉으론 무심하고 친근해 보이지만, 그 안엔 기묘한 권력감과 기만, 그리고 회피가 깔려 있다. 청소를 맡은 종수와의 관계는 상하가 분명한 듯 애매하고, 감정의 줄다리기는 결국 ‘나’의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
이 불쾌감은 단지 이야기의 전개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인물과 말투, 그리고 일상에 숨겨진 태도에서 비롯된다. 작품은 그 불편함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외면하고 있는 위선을 건드린다. 정제되지 않은 인간성의 민낯, 그 찝찝한 감정이 오래 남는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아주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하나는 장르의 상상력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고, 다른 하나는 날카로운 현실을 통해 불편한 진실을 꺼낸다. 그래서인지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고 느꼈던 감동은, 「청소의 신」을 지나며 시험받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은 단편집 특유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의 결이 공존하는 만큼, 읽는 순서와 감정의 흐름에 따라 독자의 경험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마음속에 무언가는 반드시 남는다는 것. 그것이 감동이든, 불편함이든, 혹은 둘 다이든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