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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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고 나서,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많은 책들을 읽어왔지만, 이번에는 다소 특별한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바로 동성애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고 나서 느낀 것은 단순히 주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을 통해 그 시대의 흐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은 통찰에 빠져들었다.

(사실 특히 그 주제에 대한 강렬한 감정 표현이나 격렬한 갈등을 기대했지만, 이 작품은 그 모든 기대를 뒤로하고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나를 깊이 있게 끌어들였다.)

이 책은 1910년대~ 193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적 배경은 결코 낯설지 않다. 그 당시 일본 사회의 복잡한 분위기와 갈등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가와바타가 보여주는 문체는 담담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감정선이 미묘하게 전달되어 온다. 주인공인 '나'의 고독과 내면적 혼란이 글의 흐름 속에 섬세하게 녹아들어가며,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가진것 없고 겁쟁이 같은 '나'■

작가의 필체는 매우 섬세하다. 간결하고도 깊이 있는 문장이,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오롯이 전달한다. '나'라는 캐릭터가 겪는 복잡한 감정선과 내면의 갈등은 독자로 하여금 그 심리적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며, 그 자체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나는 그가 자신을 발견하려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상처를 함께 느꼈고, 그 순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1910년대 일본, 전쟁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존재를 정의해 가는데, 그 가운데 세이노와의 관계가 어떻게 그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쟁의 그림자와 인간의 불안정한 삶,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소년'이라는 존재는 화자에게 단순한 위안이 아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삶의 동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자신의 욕망을 조금씩 깨우처가는 소년■

'나'라는 화자의 고독과 내면의 혼란은 너무나도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가와바타의 문체는 언제나처럼 미려하고 우아하다. 감정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표현하며, 독자가 느끼는 고독과 애틋함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 작품은 동성애에 대한 정석적인 접근을 피하고, 대신 한 사람의 고독한 내면을 탐구하면서 그 속에서 동성애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이로 인해 그 당시의 사회적 금기와 작가의 개인적 고민이 묻어나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된다.

그에게는 소년 세이노라는 중요한 존재가 있지만, 이 관계 역시 단순한 사랑의 감정으로 치닫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관계는 정서적으로 얽히며 점차적으로 변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언제나 담담하게 풀려나간다. 감정을 고백하거나 드라마틱한 전개를 노출시키는 대신, 가와바타는 그 고독 속에서 두 사람의 감정을 미세하게 그려낸다.


 


■내면을 보여주는 일기와 편지 ■

특히, 동성애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와바타는 그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주인공의 내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소년이 느끼는 감정의 기복, 혼란스러운 심리를 사실감 있게 그려내며, 그가 맞닥뜨리는 감정의 세계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한다. 이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대와 성별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그가 글을 통해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작가가 보여주는 인간 존재의 복잡함과 미묘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동성애를 다룬 책이 아니라, 성장과 자아 찾기, 그리고 인간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 시대의 사람들과, 그들의 고독과 아픔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 담담하게 복잡한 내면을 풀어가는...■

책을 읽으며, 나는 작가가 보여주는 인간 존재의 복잡함과 미묘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동성애를 다룬 책이 아니라, 성장과 자아 찾기, 그리고 인간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 시대의 사람들과, 그들의 고독과 아픔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가와바타의 《소년》은 단순히 주제나 시대적 배경만으로 이야기될 수 없는, 더 깊고 복잡한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그 안에 담긴 진지함과 담담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복잡한 감정들이 내내 나를 사로잡았고, 그 감정을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나는, 귀로 들어서 의미가 전달 되지 않는 문장에 반대한다. 눈으로 봐야 뜻을 알 수 있는 숙어가 많은 문장에 반대한다. '쓰는 언어'에서 '말하는 언어'로 다가가야한다.' '다시 말해, 소리 내어 읽어서 통하는 문장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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