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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평점 :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염유창의 장편소설 『마이너스 인간』(해피북스투유)은 표지에서부터 본문에 이르기까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먼저 표지를 보면, 푸른 물결과 붉은 빛이 교차하는 배경 위로 물속에 잠긴 인물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소설의 주요 배경인 재난 현장과 인간 내면의 불안, 그리고 집단 속에서 희미해지는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세로로 길게 배열된 흰색의 얇은 타이포그래피는 현대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며, ‘마이너스 인간’이라는 제목이 독특하게 시선을 끈다.
하단의 붉은 카피 “네가 죽어야 모두가 살 수 있어!”는 이 소설이 던지는 도덕적 딜레마와 집단 생존의 냉혹함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단번에 긴장감을 심어준다. 표지의 색채와 이미지, 문구는 미스터리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압축해, 책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마이너스 인간』은 반성문 대필작가 기시윤이 거액의 의뢰를 받고 대형 재난의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포레그린뷰 산사태라는 재난 속에서 아홉 명이 지하주차장에 고립되고,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본 상황에서 한 명의 사망자를 제외한 모두가 살아 돌아온다. 생존자들은 한 명의 희생자를 영웅으로 추켜세우지만, 시윤은 엇갈리는 진술과 감춰진 진실의 단서를 발견하며, 집단과 개인, 도덕과 생존, 죄책감과 트라우마라는 복잡한 심리적·윤리적 문제를 마주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는 무엇보다 신선한 소재와 몰입감에 있다. 반성문 대필작가라는 신선한 시점, 재난 생존자들의 심리와 집단의식을 파고드는 전개, 그리고 엇갈리는 증언과 연달아 터지는 반전은 독자를 새벽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쾌감과 더불어, 구명보트 딜레마와 같은 도덕적 질문, 사법제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 등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반면, 익숙한 미스터리 장르의 구조와 복잡한 주제의식은 일부 독자에게는 다소 무겁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와 심리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이야기의 흐름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지 디자인은 표지의 긴장감과 미니멀리즘을 이어받아,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가독성 높은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다만, 챕터 구분이 따로 되어 있지 않아, 독자에 따라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약간의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며, 독자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종합하자면, 『마이너스 인간』은 표지와 본문, 그리고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미스터리와 심리 스릴러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작품이다. 표지 하나만으로도 이 소설이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인간 심리와 도덕적 갈등,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독특한 시각적 언어와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조화를 이루며, 책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독자는 이미 소설의 세계에 한 발 내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