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 2 - 이순신 탄생 480주년 만에 공개되는 7년 전쟁의 비록
조강태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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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난중야록』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마치 진짜 일기를 읽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따라가며 읽을 수 있어 몰입감이 뛰어납니다. 1권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돌아온 2권은, 전쟁의 긴박함 속에서도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까지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성 방식입니다. ‘무명초’, ‘조름나물’, ‘은자’, ‘고슴도치’ 같은 식물 이름으로 각 장이 나뉘고, 임진년의 날짜별 이야기가 기록돼 있어,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그날그날의 분위기와 사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들은 단순히 전투만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 어떤 물고기를 먹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누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등, 소소한 삶의 흔적이 담겨 있어 오히려 더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점 덕분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까지 전해지는 듯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요소가 속속들이 있는데 작가의 유머를 알수있습니다. 물론 역사에 진실로 기록된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꼬챙이 타법에서 제법 웃음이 났습니다. 훈련과정이라던지 그런건 생생하게 기록되어있어 열심히 우리군이 훈련을 했구나 포상도 받았구나 싶었습니다.

이렇듯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덕분에 문장은 부드럽고,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읽는 재미도 큽니다. 짧은 기록 하나하나가 모여 한 편의 큰 이야기로 이어지며, 어느새 그때 그 시절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을 받을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3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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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 정약용편 세계철학전집 3
정약용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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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정약용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말이 이렇게 지금 내 삶에 닿을 줄은 몰랐다.

이 책은 그를 과거의 위인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이 한 문장이 계속 마음을 건드린다.

당장 뭘 하라는 건 아니지만, 멈춰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은 '왜 나를 먼저 바로 세워야 하는가',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가', '말과 행동은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정약용의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배우고, 쓰고, 고민했다. 그에게 공부는 자기 단련이자 세상에 대한 책임이었다. 그 삶의 태도가 이 책 전반에 녹아 있어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세가 달라지는 기분이 든다.

디자인도 참 잘 빠졌다.

신문처럼 구성된 표지에 흑백 일러스트, 깔끔한 서체와 여백까지 하나하나 세련됐다.

내용의 진중함과 어울려서 더 몰입하게 된다.

모티브 출판사의 ‘세계철학전집’ 시리즈는 철학을 일상 가까이 끌어와준다.

정약용 편을 읽고 나니, 다음 책들도 궁금해졌다.

책장을 덮고 나면, 그의 말이 자꾸 마음속에서 메아리친다.

“당신은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까?”

가볍지 않게, 조용히 묻는 그 질문이 요즘 나에게 꼭 필요한 한마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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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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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너스톤 복각본 인간 실격1948년 일본 초판본 표지를 재현한 하드커버 양장본이다. 붉은 계열의 표지와 추상적 문양, 절제된 타이포그래피가 눈에 띈다. 복고적인 디자인과 군더더기 없는 레이아웃, 세로 타이포그래피는 책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작품의 분위기를 바로 느끼게 한다.

이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정제된 시각 요소만을 남겨둠으로써, 인간 실격이라는 작품이 지닌 침잠된 분위기와 불안한 정서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서체 또한 전통적인 느낌의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해, 당시의 시대성과 고전미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책을 펼치기 전, 하드커버의 단단한 감촉이 손끝에 남았다. 벨벳이나 부드러운 재질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어졌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도 마음에 들었고, 내지는 군더더기 없이 정돈되어 있어 글에 집중하기 좋았다.

 

특히 뒤쪽에 실린 다자이 오사무 연보와 해설은, 작가의 삶과 이 작품이 왜 이런 색채를 띠게 됐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복각본의 매력은 단순히 옛날 책을 다시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감정과 분위기를 지금 내 손에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데 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표지에서부터 이 소설이 가진 침잠된 정서와 불안함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소문무성하게 들어왔던 『인간 실격』은 날카롭고, 때로는 아픈 내용이었다. 요조는 특별한 사람이라기보다, 버티며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지치고 무너져가는 감정. 사회에 섞이려 애쓰면서도 점점 자기 자신과 멀어지는 느낌. 그걸 말로 꺼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복각본의 디자인은 과하지 않게, 그러나 섬세하게 작품의 정서와 닿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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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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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참을 표지만 바라봤다.

붉은색이다. 흔한 빨강이 아니다. 와인의 깊은 끝을 닮은, 오래된 벽지 같기도 하고, 과거의 서재에서 묵혀진 가죽 표지처럼도 느껴지는 붉은색이다. 마치 19세기 런던 귀족 도서관의 장서 같은 고전미를 뽑낸다.

그리고 그 위에 얇고 단정한 금빛 선이 사각 틀을 그리고 있다. 정중하면서도 과감하다.

가운데, 작은 원형 안엔 익숙한 장면 하나.

앨리스가 아기 돼지를 안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장면 중에서도 유독 기묘하고 상징적인 컷이라 할수있다. 이 선택은 단순히 예쁜것을 넘어, 이작품의 정수인 기이함과 모순을 표지에서부터 느낄수 있다. 이 감각은 꽤나 절묘하다. ‘앨리스’라는 이름이 없이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직관적으로 느껴지니까.

이 책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디자인과 서사, 두 축에서 교차한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이 책은 아주 정제된 복각이다. 고전의 맥락을 알고 있는 이라면, 단숨에 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군더더기 없는 표지, 적당한 여백, 섬세한 삽화.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말이 적다’는 것이다.

요즘은 책들이 자꾸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띠지를 두르고, 문구를 덧붙이고, 표지마저 "나 좀 봐줘" 하고 소리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무엇인지, 왜 만들어졌는지를 정확히 아는 표지다.

사이즈는 작지만, 그게 오히려 장점이다.

130에 190mm, 200그램도 안 되는 무게. 약 A5보다 작고 문고판보다는 살짝큰 사이즈는 한 손에 들어오고, 어디든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다.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듯, 앨리스의 세계를 주머니에 넣는 기분이랄까.

본문에는 존 테니얼의 삽화 42점이 원형 그대로 담겨 있다. 고전 삽화 특유의 묘사력과 기괴한 위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디자인적으로도 표지의 삽화 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겉과 속이 한결같다. 이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몇 가지 단점도 있다.

이 표지는 지나치게 단아해서, 아이들이 보기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컬러풀한 삽화를 기대했던 독자에겐 전반적으로 톤이 너무 얌전하고 무채색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무채색’의 감정이야말로 앨리스다운 것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된 독자들이 예전의 환상을 다시 꺼내보기 딱 좋은 분위기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고전의 정신을 현대적인 손길로 재현한 복각본이다.

그 모습이 비록 평면적일수 있지만 충분히 아름다우며,

말 없는 디자인 속에 깊은 의도와 질감 있는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자체로 충분히 품격 있고, 조용하고, 묘하게 끌리는 책.

손바닥만 한 붉은 문, 그 안에 이상한 나라가 고요히 열려 있다.

#이상한나라의앨리스

#오리지널초판본

#존테니얼

#오리지널삽화

#루이스캐럴

#코너스톤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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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로소이다 - 한때 괴물이라 불렸던 존재들의 이야기
김용덕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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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괴물과 신.

어린 시절부터 나는 그 둘 사이에 경계가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도깨비를 그리다가 용으로 이어지고, 야차를 상상하다 보면 어느덧 부처 곁에 있는 수호신으로 이어졌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아오면서 나를 오래 붙잡았던 주제는 늘 경계에 선 존재들, 이름이 같더라도 시대와 해석에 따라 변해버리는 얼굴들이었다.

『나는 신이로소이다』는 제목부터 단정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누군가가 신이라고 선언하는 이 책의 화자는 인간이 아니다.

한때 괴물이라 불렸던 존재들, 벽화와 탑, 문양과 전설 속에서 기이한 형상으로 살았던 ‘낯선 존재’들 스스로가 자기 목소리를 되찾은 이야기다.

김용덕 선생은 오래도록 미술사를 연구한 분이지만, 이 책에서는 단지 박물관 해설처럼 정보만 전하진 않는다.

그는 도판과 함께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질문들을 던진다.

왜 야차는 이빨을 드러내는가? 왜 아수라는 전쟁에서 도리어 자비의 상징이 되었는가? 왜 가루다는 날아오르다가 부처의 어깨에 앉았는가?

나는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치 오래된 친구의 옛 얼굴을 다시 보는 듯한 감정에 젖었다.

한때 사악하다 불린 야차는, 사실 그 뿌리에서는 풍요의 신이었고,

우리가 흔히 ‘지옥의 재판관’쯤으로 오해하는 염라대왕 역시, 억울한 혼을 위로하던 저승의 중재자였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지 미술 작품을 보여주고 설명해서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나는 ‘형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늘 집착해왔다.

그림 속 얼굴, 몸짓, 장식 하나에도 시대의 신념, 인간의 공포, 권력의 구조, 혹은 구원을 향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형상의 진화’와 ‘이름의 재해석’을 통해, 과거의 괴물들이 어떻게 신이 되어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내가 특히 깊이 매료된 것은 ‘수성노인’과 ‘복희·여와’에 대한 장이다.

어릴 적 민화 속의 흰 수염 노인을 그저 ‘장수의 상징’쯤으로 알고 있었던 내가,

그가 사실 북극성을 형상화한 우주의 중심이자 **‘운명을 조율하는 별의 신’**이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내 그림 안에 그를 다시 불러내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이 책은 단순히 옛 신을 정리한 미술 도상 해설서가 아니다.

『나는 신이로소이다』는 시대의 오해를 견디고, 사람들의 시선을 버티며, 끝내 신이 되어버린 존재들에 대한 복권이자 찬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여전히 불편해하고 밀어내는 ‘다름’에 대한 역사도 함께 새겨져 있다.

한때 괴물이라 불렸던 그들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이기도 하다.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해받지 못한 욕망을 품었다는 이유로,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울었고,

결국에는 누구도 몰랐던 자리를 지키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또다시 창작의 의지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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