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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당신만이 알고 있다 Know it all』(하빌리스)은 2023년 제30회 마츠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하며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모리 바지루가 집필하고 김진환이 번역한 이 소설은, 한 마을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다섯 개의 세계선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각 세계는 청춘, SF, 판타지, 연애 등 서로 다른 장르로 이루어져 있어,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서사와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이 소설은 만담 콤비가 대회 우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목숨을 위협하는 미래인과 목숨을 구해주는 미래인을 동시에 만나는 여고생의 SF적 상황, 살인자가 된 이세계인을 찾아 나서는 추방된 마법사와 기억을 잃은 영혼의 판타지, 그리고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병 때문에 실연을 반복하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30대 여성의 연애담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삶을 그려낸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겉으로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인물과 사건이 미묘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수렴된다.
특히, 장르가 교차하는 구성은 독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처음에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점차 각 세계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독자만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쾌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독자가 ‘진실을 아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모리 바지루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세계관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며, 각 인물의 사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내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표지는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세계선이 교차한다는 설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이 겹겹이 쌓인 표지 디자인은, 각기 다른 색의 선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중앙에서 하나의 점으로 모여드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는 소설의 구조를 절묘하게 담아낸다. 현대적이면서도 미묘하게 비틀린 폰트 역시 이 책이 단순한 한 장르의 소설이 아님을 암시한다.
내지 디자인 또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장르를 상징하는 주제에 맞는 흑백의 표지디자인이 삽입되어, 독자가 지금 어떤 세계에 들어서는지 자연스럽게 안내해준다. 여백과 행간도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어,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시각적으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당신만이 알고 있다 Know it all』의 표지와 내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책의 구조와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볼 때, 『당신만이 알고 있다 Know it all』은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와 신선한 장르적 실험,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세계선이 교차하며 각기 다른 장르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마지막에 모든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단순히 흥미로운 플롯에 그치지 않고, 각 인물의 감정과 성장, 그리고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을 통해 독자에게 ‘진실을 아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특별한 체험을 안겨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제목 그대로 ‘당신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