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역사는 기록된 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은 조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낸다. 단순히 유명한 <난중일기>를 다시 옮긴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밤에 쓰인 야록(夜錄)”, 즉 알려지지 않은 사적인 기록, 혹은 그 기록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 책의 편저자 조강태는 이순신의 15대 외손으로,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구전으로 들은 야사(野史)를 토대로 이 작품을 엮었다고 한다. 소설적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실제 기억과 기록에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역사의 공백을 메우려는 후손의 치열한 애정과 진심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쟁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투의 기록만을 남긴 것이 아니라, 매일 밤,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지필묵 앞에서 정리하고 다잡는다. 때로는 어머니의 부음을 접하고도 바다로 나서야 했고, 백성의 삶에 책임을 느끼며 직접 거북선을 점검했다. 한밤중, 모기 때문에 잠 못 드는 병사들을 위해 꿀물과 막걸리를 활용해 모기 퇴치 단지를 만든 조력자 단이의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고 인간적이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 중 하나는 바로 ‘단이’다. 그녀는 이순신 곁에서 실질적인 조언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그려진다. 단이는 역사서에 등장하지 않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단이는 단순한 허구의 여성이 아니라, 위대한 영웅 뒤에서 조용히 그를 지탱한 이름 없는 수많은 조력자들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또한 ‘난중일기’가 공적인 전쟁 기록이라면, 이 ‘난중야록’은 전쟁 속에서도 사적인 감정, 인간적인 갈등, 사랑, 두려움, 회복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리더십의 본질, 인간으로서의 고뇌,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담아낸 산문집이기도 하다.
책 말미에 다다랐을 때, 나는 한 사람의 독자가 아니라 한 시대의 목격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전쟁의 한복판, 귀선의 서까래 위로 밧줄을 걸며 고민하던 이순신, 왜적의 수급을 가로채려는 원균을 보며 분노를 삭이던 그의 심정, 단이가 건넨 찻잔 속 침묵. 이 모든 것이 너무나 현실 같고 가깝게 다가왔다.
『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은 지금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하루가 끝난 밤, 무엇을 기록하는가?"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밤을 견디며 끝끝내 책임을 다했던 이순신의 모습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법과 정의, 사람과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분투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의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책은 그저 ‘새로운 이순신 이야기’가 아니다.
이순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떤 태도와 정신을 다시 일깨워주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