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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평점 :
자신을 제 3자의 눈으로 면밀히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평가하는...
결국은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실존주의적 자전 소설.
p274
인적 드문 길을 걷고 있는 동안 그는 자신에 관해서만 생각했다.
‘너는 도대체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
그의 머릿속 어디선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가 있었다. 그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대답을 피하려했다. 그러자 그 음성은 더욱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같은 짓을 반복하며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에 소리쳤다.
“몰라.”
사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자기자신에 대해
이처럼 솔직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의 기질적인 특징들을 보았을때 그 시대와 성장과정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을지...
p83
"하지만 여보게, 나의 일이 아니라네. 사실 나도 청년 시절을 완전히 교도소 안에서 지냈으니까.“
“교도소라니요?”
“학교 말일세. 그리고 도서관. 생각해 보면 양쪽 모두 교도소 같은 거지.”
p106
그는 자신의 삶을 둘로 나누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깔끔하게 잘라 내어 버렸다고 생각한 과거가 오히려 자신을 쫓아왔다. 그의 눈은 앞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발은 툭하면 뒷걸음질을 쳤다.
어릴 때 입양 보내졌다가 파양된 경험,
아프고 가난한 그에게 끝없이 내밀어지는 도움의 요청들...
섬세하고 내성적인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을 듯...
그의 아내, 누나, 형, 그리고 양부와 양모까지
모두가 그에겐 이해할 수 없는 혐오의 대상이었을뿐.
p120
그의 가슴속에는 그녀를 혐오하는 마음이 자기도 모르는 새 항상 어딘가에서 꿈틀거렸다. 이무리 오쓰네가 귀여워해도 그에 상응할 만한 정이 이쪽에서 솟아날 수 없음 만큼 추한 무엇인가를 그녀는 자신의 인격 속에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178
가엾게도 그 속엔 하찮은 동정이 들어 있을 뿐, 진심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벌어져 버린 인간의 마음과 마음은 새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p258
생부의 눈에도 양부의 눈에도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차라리 물건이었다. 단지 생부는 그를 잡동사니 취급하는 데 비해, 양부에겐 조만간 무언가 도움을 받아야지, 하는 속셈이 있을 따름이었다.
최근 일본 문학을 몇 번 접하며
내가 정말 일본에 대해 무지하구나 느끼게 된다.
옛날 문체라 그런지
낯선 시대, 낯선 공간 이야기라 그런지
어색한 문어체 문장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일본 문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고전을 읽을 때의 느낌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고전문학에 의역을 기대하는건 무리일까?
우리말과 비슷하게 쓰이는 낱말들이 곳곳에 쓰이는데도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역시 문화의 차이때문이겠지.
이 책의 배경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같다는데
그 책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