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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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습니다 #박진규 #매경출판 #범죄에세이 #서평단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법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국내 유일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박진규 편집장이 공개하는 강력사건 현장 이야기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를 가끔 보기도 하는데 우선 지금부터 읽을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이고, 에세이라는 점에서 제목 자체가 위구스럽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수사연구>의 취재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한 달에 최소 두 번 살인사건, 사기사건, 최근에는 사이버범죄 취재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공통적으로 느끼는 소회가 바로 사건이 늘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책 제목도 현실성을 반영한 날것 그대로인가 보다.

<수사연구>는 1983년 가을 창간 후 현재까지 경찰청 수사부서 예산으로 발행되는 대한민국 유일의 수사 전문지다.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범저 수사 기록이 담겨 있다. 강력사건 현장을 미리 숙지해야하극 경찰들을 위한 선행 학습 페이지가 바로 밀봉 페이지인데 가장 중요한 살인사건 학습 요약본이다.

<수사연구>의 방대한 역사를 남기고자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를 이미 출간했다. 이번 책은 첫 번째와는 성격이 다르게 형사와 저자가 마주 앉아 사건 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조사실에서의 순간에 집중했다. 형사들의 목소리를 손으로 타이핑한 오프라인이자 아날로그의 삶이다.

강력사건이나 사기사건을 취재하다 보면 범죄 속 인간 심리, 인간과 사회, 사회 시스템의 붕괴, 그리고 범죄의 내부와 외부를 오가는 기자이자 문학인인 자신의 정체성 등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고. 이것은 범죄의 삶을 그리는 작가의 텍스트이다.

실종된 남편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 <파란 우산, 노란 모자, 미니스커트>를 시작으로 사건들이 나열되어 나온다. 아는 사건도 있고, 모르는 사건도 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형사, 사건 현장을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보여준다. 작가님의 질문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 안에서 깨달은 바도. 이를테면..

현장과 어긋나는 진술을 하는 인물은 반드시 의심하라.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생생한 경험과 기록때문인가 실제 사건 이야기인데 오히려 소설속 이야기같기만 하다. 현실세계가 더 미스터리하고 위험하다는 경고. 책 제목이 경고처럼 읽힌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공포 또한 광범위의 범죄 피해다. 범죄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체가 이미 사회의 범죄 피해자인 것이다.

또한 범죄자의 얼굴은..평범하고 인상 좋은 쪽에 가깝고 허튼짓도 안 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한다. 내 이웃이나 내가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얼굴이라니..신기하고 소름 끼친다. 범죄에 노출되지 않으려해도 요즘은 사이버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다. 집안이나 밖이나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우리 모두 범죄조심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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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녀들이 온다 - 김만덕 장르 단편선
현찬양 외 지음 / 구픽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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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녀들이온다 #김아직 #김만덕장르단편선 #구픽 #책선물

김아직 작가님께 받은 책 중에서 손안에 쏙 들어오는 <덕녀들이 온다>를 들고 나왔다. '책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덕녀'라는 과찬의 사인본이다. 조선 최고의 여성 거상인 김만덕의 삶을 장르적 상상력으로 확장한 장르 단편선이다. 일단 김아직 작가님의 단편부터 읽어보도록 하겠다.

가믄장이 뒷문을 열어 두었네_김아직
바다에 빠져 파도에 떠밀리던 자신을 구해준 여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는데 비취색이 감도는 테왁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 비취색 격자무늬가 새겨진 물건은 가믄장 길드의 상징이다. 혹여라도 길에서 말을 걸어도 무조건 피하라 했기에 검은 바위들을 뛰어넘으며 달아나는데...제주민의 출륙을 막는 봉쇄벽을 볼 수 있는 눈, 중동을 지닌 만덕이 기녀에서 가믄장 길드가 되어 봉쇄벽 너머의 세상을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거상 김만덕을,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더해져 SF 장르로 접목시켰다. 역시 김아직 작가님은 이야기꾼의 덕녀다.

김덕만이란 거상의 역사적 인물의 삶과 기록을 다섯 명의 작가가 새로운 서사로 바꾸었다. 신분과 성별, 지역이라는 제약을 넘어 거상이 된 인물, 자신의 전 재산을 제주민의 규휼을 위해 쓰고, 이로 인해 임금을 만나고, 금강산을 유람했다.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분명히 알고 실천한 인물이다. 정통 역사소설 방식이 아니라, 장르문학의 상상력으로 확장한 앤솔로지 되시겠다.

금강산 길에 오른 만덕의 길안내를 하게 된 여자 사냥꾼은 선계와 거래를 하는 장사꾼을 보게 되는데..설화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현찬양의 <천재일우>

정약용은 해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부름을 받고, 채제공은 만덕의 일을 논하는 글을 지으라는데..상서로운 인물에게 나타난다는 겹눈동자를 기묘하게 풀어내는 전혜진의 <중동변 겹눈동자에 대한 변명>

짚신 삼촌에 이끌려 객주살이를 시작한 노리에게 만덕이 조청 한 숟갈 먹이며 방에 나오지말라 하는데..긴장과 재미를 선사하는 홍지운의 <천이겹안노리전>

모처럼 두 다리로 걷다가 발을 접질린 여우는 사냥을 나온 사내의 도움을 받는데..목숨 빚이 있는 여우와 만덕의 길고 긴 인연, 우정 가득한 이야기 박예진의 <채식하는 여우의 출륙기>

다섯 작가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이어진다. 그래서 김만덕의 이야기가 해석이, 해설이 필요치 않다. 달리 표현된 만덕의 이야기는 하나로 모인다. 우리가 아는 김만덕, 우리가 꿈꾸는 김만덕, 다채로운 김만덕을 보며 질문하는 인간만이 세상을 바꾼다..그게 여우의 눈에 들어온
인간 김만덕임을 나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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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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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도피자들 #리러하 #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 #저승사자 #소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신간이다. 필명도 특이하고 수상하고 다정한 미스터리 판타지라니 넘 궁금하다.

죽은지 엿새 지난 김임덕 할머니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할머니 영혼 냄새를 맡고 바닥에 눕는 꼬미때문이다.망자의 웃음 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차사. 오늘의 대피소 노릇은 완수다. 차사가 일을 마쳤는지 개가 구슬프게 운다. 그늘막을 펼치는 데 쓴 물건을 정검하는 수리. 쇠젓가락 한 짝, 거기 꽂는 한쪽 날개를 펼친 오리 모양 나무토막, 합치면 간이 솟대가 된다.

현수리가 하는 일이란 게 임시 대피소를 만들어 사랑하는 존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일종의 마지막 찬스랄까. 저승길에 오른 영혼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저승길에 오른다면 뭔가 홀가분한 마음일테고. 수리는 그 일에 정성을 다한다. 직업은 백수..선배가 소개한 지족 스페이스에 대해 알아본다.

한때 같은 스튜디오의 미술 팀에서 소품 담당으로 일했던 사람, 그리고 팀을 그만두는 원인을 제공한 장호재가
소개한 곳이라 생각이 많다. 막상 면접 아닌 면접까지 보게되고 그냥 통과..마지막으로 야근은 웬만하면 하지 말고, 8층에도 올라가지 말라는 호재 선배는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 이 인간의 거짓말에 또 선 것이다.

인수인계는 끝났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한다. 선배는 제 사과가 무시당해도 언잖은 티를 내지 않는다. 근로계약까지 마치고 나온 수리는 쇼핑몰 화장실 앞에서 강아지 왜건 앞에 매달린 꼬마를 본다. 개는 짖고, 꼬마는 수리를 향해 달려온다. 이때 긴 카트가 앞을 가로지르고, 꼬마는 사라지고 없다.

꼬마 귀신을 누가 주워 떠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안 어울리는 귀신이 나온 쇼핑몰, 오래간만에 본 면접, 다시 봐도 재수 없는 선배 따위 때문인지 찝찝한 악몽이다. 그래도 출근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만, 쇼핑몰 문이 닫혀있다. 빛바랜 비상 안내도를 따라 걸어가는 길, 첫 출근부터 호러 영화를 찍고 있는 수리다.

업무 첫날은 꽤 만만찮다. 사무동 7층과 8층에서 겪는,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까지 눈에 보이니..그리고 술꾼 귀신에게 다가온 검은 철릭 차림의 남자. 투어러 바이크는 긴장한 티가 풀풀나는 주인과 달리 무심하게 관찰하는 것만 같다. 수리는 저승사자도 귀신도 보이지 않는 척 그들을 지나친다.

호재는 귀신을 만나고 퇴사를 했나? 그럼 굳이 수리에게 떠넘기고 가는 이유는..진짜 못돼처먹었다. 당장 그놈 멱살을 잡으러 가고픈 충동이 드는 순간, 뜻밖의 인물이 멱살을 끌어당긴다. 언니 수진이다. 결혼 앞둔 자매의 근황 나누기라는 숙제를 끝내고 호재 선배에게 읽으면 체할 것 같은 말투의 톡을 보낸다.

안읽은 메시지에서 급한 용무를 확인한 수리는 검은 바이크를 탄 저승사자에게 을지로 3가를 외치고 일을 해결한다. 그리고 민팀장은 위에서 작업한 것 때문에 공기가 안 좋다고 퇴근을 재촉한다. 저승 공무원이 기다리고 있다. 복되고 가련한 영혼을 빼돌렸냐고. 이런 잡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지족 스페이스는 무당을 모셔다 8층에서 뭘 하는지 수상쩍다. 영혼 납골당, 고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는 또 뭐고. 저승사자 업무 방해를 취미로 하는 수리가 비난할 수 있나? 어쩌면 저승사자가 찾는 귀한 영혼이 8층에 갇혀있는 걸까. 저승사자 신산은 귀한 영혼이 사라진 그 사건의 중심에 수리가 얽혀 있다는데..

이야기는 절친 유원을 보내며 귀신을 보는 눈이 더욱 예민해진 수리의 과거사를 들려준다. 망자와 원귀, 저승사자를 보는 수리에게 닥친 인생사는 무섭고 공포스럽다기보다 현실적인 취업난과 가족의 관계, 신산과의 러브라인은 아니지만 신참 저승사자다운 풋풋함과 케미가 좋았다.

여러 반전도 있었는데 짐작이 가능한 반전이었고, 호재를 겁많은 쓰레기로 나두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두루두루 즐겁고 행복한 결말로 수상하고 다정한 미스터리 판타지임을 확인했다. 수리와 산이 앞으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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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사들 3 - 영혼과 그림자의 전투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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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마법사들3 #정채연 #문학수첩 #서평단

2년 반쯤 전에 그림자 마법사를 처음 접하고, 후속작이 나오길 기다렸다. 2편에 이어 제론의 몸에 갇힌 리안이 섀드가더 세린과 함께 본래의 자신을 되찾을 단서를 추적하는 완결편이 드디어 나왔다.

거대한 음모와 마법이 격돌하는 치밀한 판타지 3부작은 정채연 작가님의 독창적으로 이어온 그림자 마법 세계관의 마지막 서사를 펼쳐보인다. 정채연 작가님의 따뜻한 친필 메시지와 주요인물들과 인물 관계도, 그림자 세계 안내서가 내장되어 있다. 이런 센스 너무 좋다. 서두가 길었다. 그럼 뿅 들어가본다.

인도양 한가운데 숨겨져있는 마르세유의 비밀 조직과 제론이 각자의 꿍꿍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쯤..리안 역시 섀드가더 기지에서 제론 일당과 샤티아텐을 찾기 위한 수사에 참여하면서, 새로 얻어낸 '검은 빛'의 힘에 대해 탐구중이다. 제론을 이기려면 새로운 힘을 제대로 다뤄야 한다.

음지의 발명가로 유명한 텐은 제론 일당에게 납치되었다가 섀드가더들의 보호하에 있었다. 리안을 보자마자 검은 빛이 그의 몸이 아닌 영혼과 연결된 힘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장본인이다. 왜 이런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이 힘을 다루는 법도 알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텐의 말이 옳다. 리안만이 해결할 문제다. 리안은 자신의 혈통을 조사하기 위해 시카고 업타운에 위치한 집에 도착한다. 행복해 보이는 젊은 시절의 어머니 사진들 속에서 이질적인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와 챙긴다. 이때 신참 섀드가더는 채 교수의 현란한 그림자 부림술 공격을 받아 죽는다.

채 교수를 향한 강한 복수심과 그 복수를 향한 간절한 열망이 뒤섞이며 가슴이 뜨겁게 끓어올라 열기가 온몸으로 번진다. 채 교수의 공격이 이어지고 검은 빛이 폭발하듯 터져 거대한 방어막을 만든다. 리안이 그림자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리안이 통제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림자가 알아서 움직였다.

리안과 세린은 트랜스포마스크로 얼굴을 바꾼후 사진속의 장소로 이동한다. 그리고 벽난로에서 스르르 드러낸 낯선 표식은 도서관 세라크의 사라진 서고라고 불리는 곳의 문양이다. 세린의 마법가루 덕분에 노인에게서 리안의 선조중에 섀드가 있었고 후손 중 섀드의 힘을 되찾는 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정보다.

서고의 지하 공간에서 리안을 '아스카일의 후손'이라 부르는 그림자 관리인 카를 만난다. 그곳은 아스카일의 비밀 도서관으로 아스카일의 후손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한다. 영혼이 답이라고. 이제까지 우연한 사건으로 제론과 엮여 섀드의 세계에 휘말린 운 없는 인간일 뿐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샤티아텐을 만들어 낸 고대의 제왕 아스카일의 피가 흐른다면..결국 모두 필연적인 결과라고 봐야한다. 이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알았으니 리안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리안이 제론 먼저 샤티아텐을 찾아 낸다. 그리고 아스카일의 환영은 그림자를 통제하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한 영혼의 힘을 다루는 법도 모르면서 각성하는 법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다. 샤티아텐을 없애줄 후손을 기다린 아스카일은 영혼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겠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린다 했더니..샤티아텐을 도난 당한다. 이젠 제론도 다이앤도 위협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모든게 제론의 계획이라면..리안은 제론 일당을 제거하고, 본래의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제론의 함정에 쫓기는 신세가 된 리안과 세린은 수배령이 내려져 더 힘들고 어렵게 조사에 착수한다. 그래도 섀드가더들이 힘을 보탠다. 리안이 뚝딱 해결한다면 재미가 있겠는가.

그동안 워킹데드의 좀비군단이나, 왕좌의 게임의 화이트 워커군단은 봤지만 그림자 군단은 처음이다. 이게 바로 그림자마법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전투신이고 재미가 아닐런지..들어는 봤나? 그림자 도플갱어..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운명이기도 한 리안의 여정의 끝은 평범한 청년 리안 그레이의 얼굴을 찾는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만 하면 죽는다..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떠오르는 결말이다. 이번이 완결편이라니 아쉽기도 하고 완벽하기도 해서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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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애장판)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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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자의독 #우사미마코토 #블루홀식스 #서평단

2020년에 출간된 책이 새 옷을 입고 나왔다. 달빛에 비친 두 여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좀 더 세련돼졌다. 이제는 익숙한 이연승 작가님의 번역에 겉부터 속까지 완벽한 책이다. 책을 볼때 나만의 의식이 있는데 작가, 출판사, 책상태다. 띠지 하나 버리지 않기 때문에 겉표지를 벗겨 보관하고, 맛있게 읽기만 하면 된다. 이미 군침을 흘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2015년 여름으로 시작한다. 너무도 한가로워서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헛갈리는 시간의 흐름속에 있는 예순다섯의 화자. 병을 얻고 노후를 걱정해 초고급 유료 노인 요양원을 선택했다. 여기서 마주하는 것은 사납게 파도치는 바깥 바다와 과거다.

1949년 9월 1일생, 35세. 면접 담당자는 맞는지 확인한다. 야근은 아이가 있어 할 수 없다고 하니까, 이사카와 기미가 맞냐고 한다. 중간에 착오가 생겨 다른 사람의 면접을 본 가가와 요코다. 증명사진 속 여자가 왠지 낯이익다.

직업소개소 직원이 두사람을 착각해서 시간 낭비하게 만들었다. 이사카와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가가와를 끌고 나온다. 근처 찻집에 들어가 이런 상황에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지금껏 오랫동안 이렇게 웃어보지 못했다.

이시카와는 지금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정이 있어 이직하려 한다. 어쨌거나 두 사람을 착각해 준 덕분에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얻었다. 가가와는 여동생부부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조카 다쓰야를 키우고 있다.

예쁘고 씩씩한 기미와의 만남에서 숨통이 트이는 요코다. 기미가 생각지도 못한 일자리를 소개시켜 준다. 꽤 큰 중견회사인 난바 저택의 가정부다. 인격적으로 존경할만한 난바 선생과 후계자 유키오가 있다. 다쓰야와 함께 요코의 삶이 시작된다.

이제 걱정없이 평범한 나날만을 보낼거 같은 요코와 따분한 나날에 근심없는 기미..두 여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숨겨진 과거가 있다. 난바 저택에서의 사건으로 모든것이 달라진다. 이야기는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고백을 넘나든다.

보잘것없고 어리석다고 해서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을 빼앗는 독과 생명을 구하는 약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 의미를 지닌 채 이 세상에 태어난다. 가슴속에 독을 품고,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야말로 그 독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독이다. 그리고 가슴에 품은 독은 아내에게는 약이 된다. 책 제목이 <어리석은 자의 독>인 만큼 어리석은 자가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독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사연은 냉혹하고 비정하기도 하고, 안타깝고 서글프기도 하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걸맞은 벌이 떨어지는 날을 기다리고, 무시무시한 죄를 공유하기 위해 함께 하기로 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과거에서 계속 도망치는 도피 행각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 뿐이다. 죽음은 모든 걸 묻어둔다. 하지만 삶 자체도 지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스 할머니는 인생은 죽기 전에 수지타산이 맞춰지게 돼 있다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과오는 왜 모를까 싶다. 삶의 마지막에 모든 수지타산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엄숙하고 냉혹하게 단죄받기를 갈망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우사미 마코토는 늘 인간 내부의 오래 침전된 감정을 노련하게 다룬다. 인물들을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재단하지도 않는다. 제목부터 어리석은 자의 독인 것처럼, 독을 품은 어리석은 자들의 비극과 진실을 담고 있다. 지쿠호의 비가에 드러난 시대적인 아픔이 뿌리를 두고 있다.

언제나 가슴 묵직한 사회미스터리를 염두에 둔 작가님 답다고나 할까. 다 읽고나면 마음이 무겁다. 시대는 변했어도, 소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느끼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어리석은 자가 되기로 맘먹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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