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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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도피자들 #리러하 #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 #저승사자 #소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신간이다. 필명도 특이하고 수상하고 다정한 미스터리 판타지라니 넘 궁금하다.

죽은지 엿새 지난 김임덕 할머니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할머니 영혼 냄새를 맡고 바닥에 눕는 꼬미때문이다.망자의 웃음 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차사. 오늘의 대피소 노릇은 완수다. 차사가 일을 마쳤는지 개가 구슬프게 운다. 그늘막을 펼치는 데 쓴 물건을 정검하는 수리. 쇠젓가락 한 짝, 거기 꽂는 한쪽 날개를 펼친 오리 모양 나무토막, 합치면 간이 솟대가 된다.

현수리가 하는 일이란 게 임시 대피소를 만들어 사랑하는 존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일종의 마지막 찬스랄까. 저승길에 오른 영혼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저승길에 오른다면 뭔가 홀가분한 마음일테고. 수리는 그 일에 정성을 다한다. 직업은 백수..선배가 소개한 지족 스페이스에 대해 알아본다.

한때 같은 스튜디오의 미술 팀에서 소품 담당으로 일했던 사람, 그리고 팀을 그만두는 원인을 제공한 장호재가
소개한 곳이라 생각이 많다. 막상 면접 아닌 면접까지 보게되고 그냥 통과..마지막으로 야근은 웬만하면 하지 말고, 8층에도 올라가지 말라는 호재 선배는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 이 인간의 거짓말에 또 선 것이다.

인수인계는 끝났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한다. 선배는 제 사과가 무시당해도 언잖은 티를 내지 않는다. 근로계약까지 마치고 나온 수리는 쇼핑몰 화장실 앞에서 강아지 왜건 앞에 매달린 꼬마를 본다. 개는 짖고, 꼬마는 수리를 향해 달려온다. 이때 긴 카트가 앞을 가로지르고, 꼬마는 사라지고 없다.

꼬마 귀신을 누가 주워 떠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안 어울리는 귀신이 나온 쇼핑몰, 오래간만에 본 면접, 다시 봐도 재수 없는 선배 따위 때문인지 찝찝한 악몽이다. 그래도 출근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만, 쇼핑몰 문이 닫혀있다. 빛바랜 비상 안내도를 따라 걸어가는 길, 첫 출근부터 호러 영화를 찍고 있는 수리다.

업무 첫날은 꽤 만만찮다. 사무동 7층과 8층에서 겪는,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까지 눈에 보이니..그리고 술꾼 귀신에게 다가온 검은 철릭 차림의 남자. 투어러 바이크는 긴장한 티가 풀풀나는 주인과 달리 무심하게 관찰하는 것만 같다. 수리는 저승사자도 귀신도 보이지 않는 척 그들을 지나친다.

호재는 귀신을 만나고 퇴사를 했나? 그럼 굳이 수리에게 떠넘기고 가는 이유는..진짜 못돼처먹었다. 당장 그놈 멱살을 잡으러 가고픈 충동이 드는 순간, 뜻밖의 인물이 멱살을 끌어당긴다. 언니 수진이다. 결혼 앞둔 자매의 근황 나누기라는 숙제를 끝내고 호재 선배에게 읽으면 체할 것 같은 말투의 톡을 보낸다.

안읽은 메시지에서 급한 용무를 확인한 수리는 검은 바이크를 탄 저승사자에게 을지로 3가를 외치고 일을 해결한다. 그리고 민팀장은 위에서 작업한 것 때문에 공기가 안 좋다고 퇴근을 재촉한다. 저승 공무원이 기다리고 있다. 복되고 가련한 영혼을 빼돌렸냐고. 이런 잡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지족 스페이스는 무당을 모셔다 8층에서 뭘 하는지 수상쩍다. 영혼 납골당, 고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는 또 뭐고. 저승사자 업무 방해를 취미로 하는 수리가 비난할 수 있나? 어쩌면 저승사자가 찾는 귀한 영혼이 8층에 갇혀있는 걸까. 저승사자 신산은 귀한 영혼이 사라진 그 사건의 중심에 수리가 얽혀 있다는데..

이야기는 절친 유원을 보내며 귀신을 보는 눈이 더욱 예민해진 수리의 과거사를 들려준다. 망자와 원귀, 저승사자를 보는 수리에게 닥친 인생사는 무섭고 공포스럽다기보다 현실적인 취업난과 가족의 관계, 신산과의 러브라인은 아니지만 신참 저승사자다운 풋풋함과 케미가 좋았다.

여러 반전도 있었는데 짐작이 가능한 반전이었고, 호재를 겁많은 쓰레기로 나두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두루두루 즐겁고 행복한 결말로 수상하고 다정한 미스터리 판타지임을 확인했다. 수리와 산이 앞으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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