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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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김세화 #나비클럽 #내돈내산 #한국추리문학상대상 #사회파미스터리

2024 제40회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작이다.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제목도 특이하고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새해 첫 책인만큼 김세화 작가님과의 만남이 무척 기다려진다.

오지영 형사과장은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찍 누웠다가 자신을 제외한 유일한 여성 형사 김태경의 전화를 받는다. K대학 후문 이슬람 사원 골목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K대 사회학과 조교수 권윤정으로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할 때 무슬림을 대변한 사람이다. 귀가 중 가해자가 휘두른 망치에 상처를 입고 입원 중이다.

권 교수는 가해자의 눈빛이 악마같았다고 한다. 그때 하필 오지영은 급성 맹장이 터진다. 문병을 온 서장과 최계호 팀장은 아예 사건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단순 퍽치기 사건으로 마무리 했다고 전한다.

오지영이 3주의 휴가를 내고 돌아오자 K대학 대운동장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태풍을 동반한 폭우속에 발생한 다문화교류연구원 자문 윤미라 변호사 살인사건으로 급진전을 맞는다.

두 사건의 범인 모두 괴성을 지르고 검은색 비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코와 장갑을 낀것으로 보이고, 걸음걸이나 움직임도 비슷한데다 피해자 모두 이슬람 사원 건립에 힘을 보탰던 사람들이다.

과연 이슬람에 대한 혐오 범죄일까? 누군가 교회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바람에 오지영이 팔을 다친다. K대학 기숙사에서 인도네시아 여학생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 폭행 사건과 교회 방화 사건까지 단서는 없고 용의자도 없다. 교회에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정보과장이 알려준다. 군중 속에 숨은 누군가를 찾을 기회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이슬람 사원에 방화사건이 또 일어나고 JBC 박태우 기자는 상황을 비틀어 왜곡하고 방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오지영이 유력한 용의자를 놓쳤다고 보도한다.

데위 소라야를 폭행한 용의자로 이솔로몬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이영태 목사 역시 방화범일 가능성과 난잡한 사생활이 드러난다. 하지만 폭우가 치던 날 이영태 목사가 송곳에 찔려 시체로 발견된다.

폭우와 살인사건..이쯤되면 노이로제 라도 걸리게 생겼다.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 수사의 진전은 없다. 무능한 경찰로 낙인 찍으려는 기자의 언론 보도까지 더해지지만 오지영은 이에 굴하지 않는다.

이 목사의 수첩에 있던 타오, 윤 변호사 상담자에 있던 타오. 오지영에게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빛이 되어나타나는 작은 실마리, '타오'라는 이름이 그런 느낌이다.

교수에게는 학점을, 변호사에게는 체불 임금 받을 방안을, 목사에게는 무언가 도움을 요청했을 타오가 세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학점을 못 따서 졸업도 못하고 기숙사에서는 쫓겨나 증발한 타오.

비로소 오지영이 찾은 범인의 정체와 왜 제목이 타오였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타오라는 이름이 거론되기 전까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만 되면 발생하는 살인사건과 무능한 경찰, 편견과 잣대로 평가받는 우리의 주인공 오지영.

사정없이 언론 몰이를 하는 미운 박우태 기자를 악역을 만든 이유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가. 다행히 작가님의 복수가 있어서 통쾌했다. 30여 년 동안 기자로 활동한 이력이 빛을 발했다고 본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고, 예쁘고, 착했던 베트남 유학생 타오. 타오를 좋아한 사람도, 사랑한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고작 3학점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살해당했다. 또 다른 타오가 존재하질 않길 바란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조리의 뿌리 깊은 연쇄를 드러내는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라서 그런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해부하고 부조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지만 비참한 현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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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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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내일이면좋겠다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조력사망 #존엄사

작년 남유하 작가님의 텀블럭 펀딩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작가님의 가장 소중한 책이라고 하는데 심기일전하고 읽어 보겠다. 벌써 가슴이 아려온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는 엄마의 선택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서 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린라이트를 받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린라이트는 조력사망 허가를 말하는데 까다롭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 진을 뺀다.

디그니타스가 보강을 요청할때마 엄마 죽음의 선봉장이 되어 나팔을 불어야만 해서다. 스위스에 가면 의사와 두 차례의 인터뷰를 하게되어 있어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다. "I will die." 이 문장을 굳이 반복하는 엄마가 미워 죽음에 앞장서는 거 같아 힘들다고 한다.

순간 엄마의 표정이 싸늘해지며 다 관두자고 내 팔자에 무슨 호강이냐고 하신다. 이 일을 호강이라 표현하심에 나또한 놀랍다. 엄마가 스위스에 가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호강이었을까? 그로부터 디그니타스로부터 그린라이트를 받는다.

회복 불가능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끝을 모르는 고통이 계속된다는 것이 죽음보다 두려운 절망이기에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여기 한국인으로 여덟 번째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故조순복님의 이야기다.

평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남유하 작가님에게 이런 아픔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게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시지만 폐암으로 죽은 큰언니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이천에서 도자기 가게를 30년 가까이 하던 언니다.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다던 언니가 결국 쓰러져 입원하고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신약으로 치료하며 10개월을 온갖 고통속에 살다가 몸무게 38kg의 뼈만 남아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직도 "영임아~"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또렷하다. 큰언니다운 책임감과 다정함으로 바쁜 엄마대신 동생들을 돌봐주던 맏이였다. 딸을 먼저 보낸 상실의 아픔에 엄마는 정신줄을 놓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모두가 슬픔에 빠졌다.

59세에 허무하게 가버린 언니보다 이제 내 나이가 더 많다. 언니가 자꾸 떠올라 쉼없이 눈물이 흘러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작가님의 어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10년만에 완치 판정을 받지만 조직에 남아있던 암이 뼈로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뼈뿐만 아니라 피부로, 폐와 위장으로 전이된 암세포로 몸과 마음의 기능이 사라진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홀로 외롭게 떠날까 봐 자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대신 '삶을 마무리할 좋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조력사망'을 기억해내고 두 사람은 진지한 조사와 논의 끝에 스위스행을 결정한 것이다. 더없이 신중하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녀는 너무나 애틋하다. 이 선택을 과연 타인이 평가할 수 있을까?

까다롭고 엄격한 조력사망을 허가받기 까지의 절차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딸로서의 마음, 같은 인간으로서 어머니의 결정에 공감하는 마음이 수없이 부딪힌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의 건강은 악화된다.

대퇴골에 이어 위장으로 전이된 암의 극심한 고통은노령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병세가 악화되며 이별이 앞당겨진다. 바닥난 생의 에너지를 '죽음'을 준비하는데 쓰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작가님은 한국존엄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조력존엄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조력사망을 감행한 이유를 알려 그 선택의 무게와 필요성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JTBC 제작진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캔디같은 어머니의 신념이 가능케 한 결과물이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소망이 그 시간을 견디는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어머니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느껴보는 시간을 모두가 느껴보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조력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작가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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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벌쓰데이 한국추리문학선 19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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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벌쓰데이 #양수련 #책과나무 #도서협찬

책표지 작업을 한 칼리언니님의 도서 협찬을 받았다. 2025년은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서평단 신청도 자제하는 중인데..해피 벌쓰데이는 왠지 끌려서 감사히 받았다. 그럼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책표지의 생일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하윤의 차에 뛰어든 나한이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의식이 돌아오면 될 줄 알았는데 나한의 지워진 기억이 그를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 오리로 만든 듯하다.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나한 때문에 하윤은 해결의 끝을 보지 못한다.

측은지심이 불러온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결국 인쇄소에 나한을 머물게 한다. 나한의 호기심에 남 기장은 하루에 하나씩 인쇄기에 대해 알려주고 어느덧 삼 년의 세월이 흐른다. 나한은 하윤이 데려왔다는 꼬리표에 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하윤이 스무 살에 둘뿐이 인쇄소의 경리로 시작해 인쇄 감리는 물론 홍보물 디자인도 해야 하는 혹독한 역량 증진의 순간들을 넘기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나한의 장래 또한 이곳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윤은 나한의 오피스텔을 구해준다.

둘의 관계는 깊어지고 하윤은 이런 날을 기다렸는지 모를 일이다. 남편 일면이 잘 다니던 기획사를 그만두고 인쇄소 일을 배우자 직원들과 마찰이 생겼다. 육아휴직을 권하자 필리핀으로 아이와 자신만의 인생을 다시 그리게 된 것이다.

필리핀에서 하윤의 외도를 눈치채고 탐정 한기훈에게 증거를 의뢰한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십수년째 찾고 있는 기훈은 나한이 중년여자에게 의지하게 된 배경이 신경 쓰이자 남편이 외도 증거를 찾고 있다고 알려준다.

뒷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든 나한은 얼이 빠지고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자신의 캄캄한 과거만큼이나 하윤은 절실한 존재다. 하지만 기훈의 등장에 일상이 흔들린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병원에 입원할 때 가지고 있던 신분증이 전부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기하급수로 늘어간다. 잠들지 못한 나한이 인쇄소 쓰레기를 정리하는데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의 다리를 발견한다. 살인사건이다. 이번 일로 나한은 더욱 더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어진다.

하윤은 조사원 말고 최면술을 받아보자고 한다. 강남의 최면치료센터를 찾아 장 박사를 만나 교통사고 이전의 기억을 찾아 달라고 한다. 결과는 스스로 과거를 지웠다고 한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에 결국 기훈을 찾는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기는 했지만 불운한 과거에 나한은 씁쓸하다. 이때 하윤이 찾아오고 일면까지..나한은 밖으로 나와 헤매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봉인 해제된 기억의 파편들이 밀려 나온다. 기억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도대체 나한의 과거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또 한사람 성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참하게 부모님을 살해한 알몸의 남자는 성재의 열다섯 생일 초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생일 선물로 자유를 준다. 성재는 가면의 살인마로부터 달아난다.

잊고있던 다락방의 우재를 들쳐업고 나온 성재는 보육원 봉고차에 몰래 태워보내고 자신은 산에 숨어 지낸다. 그러다 김노인을 만나 잠시나마 정을 느끼며 사람답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괴한의 손에 김노인이 죽자 성재는 괴한을 살해한다.

생일인 성재를 마지막으로 본 증인이 된 백돌은 성재를 찾아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경찰이 된다. 여기서 우린 나한이 성재임을 알게되며 스스로 지운 기억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가면의 남자는 누구고, 왜 부모님을 죽였는가?

궁금증은 주변인들이 짜깁기 하듯 맞아 떨어지면서 큰그림이 완성된다. 한 남자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가 드러나면서 범인 또한 밝혀진다. 반전이 거듭되지만 고구마 1도 없는 반전이다. 내 예상이 맞아서 섭섭하기보다 다행이라는..

아직도 열다섯의 해피 벌쓰데이를 맞은 성재의 앞날에 행운과 행복만 가득하길 같이 빌어주고 싶다. 가독성이 좋아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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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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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서평단 #최강벽돌책 #지금까지이런책은없었다

어마무시한 두께에 놀랐다. 500페이상을 벽돌 취급했는데 무려 927페이지다. 역대급 가장 긴 장편일것 같다. 책표지는 푸른빛의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이다. 제목을 나타내는 그림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럼 배리 로페즈의 최후의 역작 호라이즌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열일곱 살의 배리는 세상과 직접 맞닿는 경험을 갈망한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에는 남자 동급생 열다섯 명과 두 명의 선생님과 함께 소형 피아트 버스를 타고 두 달 동안 서부 유럽을 돌아다닌다. 포르투갈에서 동쪽으로 달려 스페인과 프랑스를 지나고 알프마리팀주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가 남쪽으로 로마까지 갔고, 그런 다음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서독을 거쳐 다시 프랑스 로렌에 도착했고 거거서 파리로 갔다. 칼레에서 도버 해협을 건너 도착한 뒤에는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갔다. 아일랜드에서 보낸 마지막 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부터 이탈리아의 황량한 브렌네로 고개까지, 십자가들과 다윗의 별들이 펼쳐진 아르투아와 피카르디의 묘지들부터 아일랜드 클래어주의 근엄한 모허 절벽까지 이른 이 여정이 절대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여행이 준 자극이 어떻게든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의 틀이 되기를 원한다.

이십 대 초반이 되었을 때 한 해 여름은 와이오밍주에서 말과 부대끼다가 또 다른 해에는 몬태나주 헬레나의 하계 간이 극장에서 보내는 식으로 살고 있었다.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마흔여덟 개 주 가운데 한두 곳을 제외하고 미국 전역을 차를 몰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유럽과 잉글랜드에도 다시 가고, 의붓아버지의 조상들 땅인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에도 갔고, 첫 단편소설도 발표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수도 생활이 내 인생의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켄터키주에 있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었다.

이제 결혼도 하고 석사 학위도 받은 배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문예 창작을 공부하기 위해 오리건주로 옮기지만 금세 환멸을 느낀다. 그 무렵 대학의 삶은 가정적 안락함을, 평범하게 일하며 사는 세계에 대한 의도치 않은 무관심을 의미하게 된다. 강의실의 삶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은둔적으로 느껴져 대학은 계속 머물기에 안전하지 않은 장소라 느낀다. 그 후로 더 많이 여행하기 시작하고, 구체적으로 미국 서부 전체를 거의 쉬지 않고 여행한다. 1970년대 초에는 집을 떠나 호주 노던 준주의 선주민들과 여행하고, 케냐에서 캄바족들과 화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또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을 거슬러 올라가 남극의 퀸모드산맥을 넘고, 양쯔강을 따라 충청에서 우한까지 여행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안 계곡 암벽도 탐험하고 일본 북부와 중동, 남태평양도 여행한다.

처음에는 저널리스트로서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작가로서 미학적 의미뿐 아니라 윤리적 의미도 있다고 확신한다. 그 의무란 세계를 집중하며 경험하고 그런 다음 내가 본 것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언어로 옮기며 다른 나라에서 그 땅과 그 거주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지에 관해 몇몇 불완전한 토막 소식들을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서 고향으로 가져오는 일종의 심부름꾼으로 여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호라이즌>이다. 익숙한 것의 경계를 넘어가 미지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길을 떠났고, 눈앞의 풍경을 보면서 기꺼이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배리 로페즈가 머물렀던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의 눈부신 세계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대서사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현재에 대한 관대한 시각, 그리고 어둠속에서도 우리 앞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전언이다. 여섯 장으로 구성된 장소를 따라 자연의 장엄함과 오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인간의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삶과 희망을 노래하고 깊은 울림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한다.

아무리 한 장소를 여러번 찾아가도 그곳은 처음의 그곳이 아니다. 장소는 항상 변화하고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명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처음에 썼던 글에 담긴 것과 다른 진실을 잦을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였다. 이처럼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글을 쓰는 즐거움을 함께 느끼며 완성된 책이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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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고백들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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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고백들 #이서수 #연작소설 #현대문학 #서평단

삐쩍 마른 몸을 가진 83년생 웨딩 플래너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경험한 몸에 대한 기억은 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부터 욕망의 대상이 되길 거부한다. 첫사랑과의 첫경험이 강간으로 이루어졌음에 그와 이별을 마음 먹는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남편과 의무감에 섹스를 하지만 오래전 그날 분명하게 깨달은 것처럼 몸을 아무 곳에도 사용하고 싶지 않다. 섹스에 대한 생각이 다르자 이혼을 선택하고 뜻밖에도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리고 59년생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이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과거를..잔혹한 사회를 혼자 헤쳐 나가긴 쉽지 않을 거란 엄마의 걱정처럼 그녀는 성희롱이 만연한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여성취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 강좌에서 만난 언니들과 친해진다. 술자리를 갖게 된 새벽 얼떨결에 영석언니를 따라가게 된 어덜트 숍에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점을 느끼고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택배를 하나 받는데..몸과 정신에 기쁨을 줄 의무를 갖고 태어난 존재라는데에 의문을 품는 주인공은 단지 섹스가 싫을 뿐이다. 소설은 <몸과 여자들>을 시작으로 어떤 성으로도 규정되고 싶지 않은 미지의 고백 <몸과 우리들>

주체적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의 고백 <몸과 금기들>, 무경계 지대에 선 바이섹슈얼 레즈비언 커플의 고백 <몸과 무경계 지대>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실려 있다. 몸의 경계를 지우고 모든 것과 연결된 버섯 인간의 고백 <몸과 비밀들>

이렇게 다섯 작품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단정한 서간체로 독특하다. 특히 버섯인간이 잔뜩 곪은 마음 덩어리, 우리의 고백이라는 점이다. <몸과 우리들>의 미지처럼 나도 동방불패의 임청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남자 주인공인 이연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림사로 이미 팬이였지만 중성적인 이미지의 임청하를 보고 남배우보다 여배우에게 빠져보긴 처음이었다.

또 라떼는 성희롱이 얼마나 심했는지 서슴지 않고 인물 폄하에,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라며 술시중을 들게 했다.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광야에서'였는지,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불렀다가 우리같은 화이트칼라 자리에서 그런 술맛 떨어지는 노래를 부른다고 쫓겨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이상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회사 생활이 어쩌면 더 편해졌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건드려서는 안되는 운동권으로 낙인 찍혔는지 모른다. 지금은 죽거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나의 상사나 동료들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유난히 예쁘고 몸매 좋은 여직원이 남자직원들의 눈요기로 전략하던 시절이지만 그나마 대기업이라는체면 때문에 그쯤에서 끝났다고 본다. 내가 알고 있는 작고 작은 중소기업 사장에게 여직원은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얘길 들었던 슬픈 과거다.

몸에 대한 고백들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자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태어날 때부터 공주가 아니고서야 여성의 인권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내 몸도 내가 지키고, 밝은 사회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엿보는 즐거움을 주는 재밌는 소설로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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