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고백들 #이서수 #연작소설 #현대문학 #서평단 삐쩍 마른 몸을 가진 83년생 웨딩 플래너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경험한 몸에 대한 기억은 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부터 욕망의 대상이 되길 거부한다. 첫사랑과의 첫경험이 강간으로 이루어졌음에 그와 이별을 마음 먹는다.이제는 결혼도 하고 남편과 의무감에 섹스를 하지만 오래전 그날 분명하게 깨달은 것처럼 몸을 아무 곳에도 사용하고 싶지 않다. 섹스에 대한 생각이 다르자 이혼을 선택하고 뜻밖에도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리고 59년생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이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과거를..잔혹한 사회를 혼자 헤쳐 나가긴 쉽지 않을 거란 엄마의 걱정처럼 그녀는 성희롱이 만연한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여성취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 강좌에서 만난 언니들과 친해진다. 술자리를 갖게 된 새벽 얼떨결에 영석언니를 따라가게 된 어덜트 숍에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점을 느끼고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택배를 하나 받는데..몸과 정신에 기쁨을 줄 의무를 갖고 태어난 존재라는데에 의문을 품는 주인공은 단지 섹스가 싫을 뿐이다. 소설은 <몸과 여자들>을 시작으로 어떤 성으로도 규정되고 싶지 않은 미지의 고백 <몸과 우리들>주체적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의 고백 <몸과 금기들>, 무경계 지대에 선 바이섹슈얼 레즈비언 커플의 고백 <몸과 무경계 지대>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실려 있다. 몸의 경계를 지우고 모든 것과 연결된 버섯 인간의 고백 <몸과 비밀들>이렇게 다섯 작품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단정한 서간체로 독특하다. 특히 버섯인간이 잔뜩 곪은 마음 덩어리, 우리의 고백이라는 점이다. <몸과 우리들>의 미지처럼 나도 동방불패의 임청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남자 주인공인 이연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림사로 이미 팬이였지만 중성적인 이미지의 임청하를 보고 남배우보다 여배우에게 빠져보긴 처음이었다. 또 라떼는 성희롱이 얼마나 심했는지 서슴지 않고 인물 폄하에,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라며 술시중을 들게 했다.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광야에서'였는지,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불렀다가 우리같은 화이트칼라 자리에서 그런 술맛 떨어지는 노래를 부른다고 쫓겨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이상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회사 생활이 어쩌면 더 편해졌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건드려서는 안되는 운동권으로 낙인 찍혔는지 모른다. 지금은 죽거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나의 상사나 동료들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유난히 예쁘고 몸매 좋은 여직원이 남자직원들의 눈요기로 전략하던 시절이지만 그나마 대기업이라는체면 때문에 그쯤에서 끝났다고 본다. 내가 알고 있는 작고 작은 중소기업 사장에게 여직원은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얘길 들었던 슬픈 과거다.몸에 대한 고백들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자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태어날 때부터 공주가 아니고서야 여성의 인권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내 몸도 내가 지키고, 밝은 사회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엿보는 즐거움을 주는 재밌는 소설로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