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우리의잃어버린심장 #설레스트잉 #비채
출생신고서야 아무렴 어떠냐고 버드라고 불러야 대답한다면 그렇게 부르라고 선생님께 강하게 나왔던 어머니다. 그러나 아홉 살이 되고 어머니가 사라진 뒤 그는 노아가 된다. 엄마는 우리를 떠났어, 아빠가 한 말은 그게 전부다.
네 엄마는 반역자야, 피어스는 엄마가 폭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어머니가 아시아계로 파오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았다. 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경고했다. 이제 우리랑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라고. 3년 후 버드는 정체불명의 편지를 받는다.
아버지랑 식당에 간 버드는 식당 밖에서 평화 방해 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두려운 동시에 매료된다. 경찰차는 사라지고 길거리는 휑하다. 사거리 중앙 아스팔트에 스프레이로 하트를 감싸고 글씨가 쓰여 있다.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을 돌려달라'
어머니가 사라진 뒤 몇 달, 버드가 버스에서 좌석과 벽 사이에 끼워진 종이에서 보았던 문구다. 아버지는 PACT 반대 구호라고 했다. PACT를 반대하는 사람이 왜 존재하는지 그게 심장이랑 무슨 관계인지, 어떻게 심장이 사라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새디를 만나기 전에는. 그녀의 부모가 PACT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 재배치되었다. 새디가 도서관에서 구한 신문에 어머니의 사진이 있다. '지역 시인 반역에 연루'. 버드는 그때 알았다. 어머니가 왜 떠났는지,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주모자였던 어머니가 쓴 글이 PACT를 전복하자는 구호에 깊이 새겨져 전국에 퍼져 나갔다. 침대 베갯잇 속에는 편지가 들어있다. 아버지가 잠든 밤 편지에 고양이가 그려진 그림을 보며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린다.
학교 컴퓨터를 이용해 고양이에 대한 검색을 한다.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이 없자 전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마거릿 미우'를 쳐본다. 어머니를 불렀는데 검색 결과가 없다.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을 친다. 아예 검색 페이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플러드 선생님은 검색창을 보더니 노아를 위해 말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ACT는 미국 우선주의로 인종적 차별과 편견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이에 맞선 사람들의 움직임이 공원에서 또 나타난다.
기자였던 엄마와 아빠가 붙잡혀가자 새디는 위탁가정에 맡겨졌다. 부모님을 찾아 같이 가자고 했던 새디를 생각하자 버드는 갑자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떠오른다. 어머니와 살던 옛집을 찾는다. 동화처럼 들려주던 어머니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시인이던 어머니는 이야기꾼으로 버드에게 남아있다. 어머니가 버드에게 들려준 이야기 속 누군가처럼, 인내심을 품고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빼앗긴 아이들을 찾아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도서관 사서에게 기차시간표를 받는다.
버드는 엄마를 무사히 만날 수 있을까? 3년 전 사라진 어머니를 쫒는 여정을 다룬 이야기는, PACT 체계의 감시와 통제, 배척의 구호가 메아리치는 근미래의 시대. 언어를 잃은 사람들, 흩어진 가족, 그속에 숨겨진 진실이 담겨있다.
미스터리로 시작된 소설은 디스토피아 소설로 끝맺는다. 슈퍼 히어로로 대변되는 미국의 영웅주의가 미국 우선주의로 표현되어 좀 더 적나라하게 미국이 가진 힘을 시대를 향한 경고로 그리고 있다. 세계 최강의 다인종, 다문화 국가임에도 백인 우월주의는 여전하고 미국계 아시안을 향한 차별도 여전하다. 특히 미국에 대한 자부심이 곧 PACT가 아닐까 본다.
보호와 안보를 구실 삼아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이런 PACT의 차별에 소리를 내는 주인공이 곧 작가이고 소설 이상의 혁명이라는 찬사에 걸맞는 소설이다. '위기'가 중국 짓이라 여기는게 문제의 시발로 그려지고 있어 코로나 때가 떠오른다.
책표지의 석류, 이선이 사다준 석류를 먹는 마거릿. 그 모든 잃어버린 심장의 조각들. 다른 곳에서 싹트기 위해 흩어진. 버드를 생각하면서 쓴 씨의 파장이 버드를 지키기 위해 이별을 선택하게 하고, 혁명을 자아낸다. 병뚜껑은 정말 대박이다. 열린 결말은 희망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