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어떤 것도 틀리지 않았다 - 세상은 바뀌었고 어른의 모습도 바뀌었다
김현주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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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어떤것도틀리지않았다 #세상은바뀌었고어른의모습도바뀌었다 #김현주 #스노우폭스북스 #마흔 #에세이추천 #내돈내산

나의 마흔은 찬란했던 젊음의 한가운데 행복만이 존재했다. 남들보다 늦은 결혼과 출산, 모든 것의 시작이 마흔을 넘어 시작됐다. 아마도 엄마의 마흔과는 비교불가지만 마흔 하나에 막내딸을 낳은 엄마보다도 늦은 출산으로 인생의 절반에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삼았다.

결혼을 앞두고 노처녀 소리를 듣던 서른의 큰언니를 떠올리면 지금은 아기나 다름없는 서른 아닌가. 결혼적령기도 요즘은 여성이 32세 라니. 난 어쩜 시대를 잘 타고났거나 운이 좋은지 모르겠다. 그럼 김현주 작가님의 마흔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들어가 보겠다.

인스타를 시작하고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2021년이다. 내 눈에는 밝고 건강한 여성 작가님의 일상이 즐겁고 선하게만 보였다. 근데 벌써 마흔이라니..내가 가장 행복하고 젊은 시절로 한마디로 화양연화라 부르는 마흔을 어찌 생각할지 궁금하다.

P29
불행 앞에 맞서 싸우지 말 것, 울고 웃으며 힘듦을 털어낼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것, 그러면 행복이 별거 아님을 알게 되고 삶은 훨씬 만만해진다.

내가 기쁘면 기쁜 것이고 내가 슬프면 슬픈 게 정답이다. 행복을 붙잡으려 애쓰지말자. 불행의 시작이 거기에 있다.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삶은 스스로 할 수 있다. 하루하루 만족이 이어지면 삶은 한결 만만해지고 결국 소망이 닿는 날이 온다.1장 <'행복'은 별 게 아니야>는 행복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P119
결혼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지금의 사랑을 함께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기대, 서로의 감정을 성숙하게 반전시키겠다는 다짐, 지금까지의 말과 행동보다 앞으로 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신뢰가 그 어떤 계산보다 중요하다.

결혼이 절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힘차게 찬 공의 골인 지점이 아니지만 성숙한 출발점인 점은 맞다. 결국 결혼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내 모습을 기반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배워가며 직시해야 할 현실이고 성실히 살아갈 오늘이자 평범한 내일이다.

2장은 <'사랑'에 대한 몇 가지 훼방>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3장 <'미숙'한 어른의 세상살이>에서는 성숙이란 무엇인가. 4장 <'기록'이 가르쳐 준 마음>을 통해 글을 쓰는 행복과 기쁨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세상이 바뀌었고 어른의 모습도 바뀐 지금,달라진 마흔에 관한 에세이다. 예전의 마흔과 비교해선 안될 요즘의 마흔..그 삶과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과 생각을 작가만의 필체로 정리했다.

40세를 '불혹'이라 부르며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의미한다지만 보통은 흔들릴 일이 가장 많은 나이이기도 하다. 책임져야 할 일이 가장 많아지는 힘겨운 시기.

하지만 인생의 반을 열정으로 불태웠다면 쉼을 제대로 써먹을 단계이기도 하다. 경험상 비로소 어른 흉내를 내보는 30대에서 반백살 사이의 알짜배기가 40대라고 본다.

김현주 작가님이 들려주는 마흔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마흔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의 마흔은 행복과 사랑이 충만했고 심신이 안정기에 접어든 평온한 시간이었다.

막상 마흔이 되고 보면 그렇게 많은 나이도, 적은 나이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다시 되돌아가라면 마흔의 나이를 선택하고 싶다.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고, 꿈을 위해 나를 다독여 줄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면 불안해하지 말고 때가 아닌가 보다 느껴라. 다만 조급함으로 일을 망치거나, 눈에 보이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겨우 절반밖에 오지 않고 끝이 안보인다고 투정하지 마라.

인생을 먼저 살고 마흔을 먼저 겪은 사람이 하는 소리다. 더 좋은 판단은 책 속에서 찾길 바란다. 잘난척 대마왕도 싫지만, 신파극은 더 싫다. 억지 감동 억지 눈물을 유도하는 글도 영화도 내겐 시간낭비로 분류된다.

차라리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거나, 시인지 에세이인지 모르게 끄적인거 같지만 가슴을 울리는 명언을 남기는 글이 좋다. 그리고 솔직한 글이 좋다. 작가님의 글은 성향과 취미, 사는 곳과 나이대도 다 다르지만 왠지모르게 공감을 이끌어 내서 좋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간을 축하해 드리고 싶어서 내돈내산을 택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은 협찬받고 싶지 않다. 가장 행복한 마흔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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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3
요 네스뵈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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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 #요네스뵈 #형사해리홀레시리즈13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요 네스뵈 작가님의 첫 작품 <박쥐>가 바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시작이다. 형사 해리 홀레의 탄생을 담은 잔혹한 성장소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13권이 발표되었다. 또다시 진화하는 노르딕 누아르의 전설을 만나 보겠다. 아마도 662페이지의 빨간 벽돌이 쉬 무너지리라...

잿빛 기운이 도는 덥수룩한 갈색 섞인 금발에 가운뎃손가락은 보철 금속인, 입꼬리에서 귀로 이어진 J자 흉터의 해리는 한 푼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마셔대는 임무를 완료한다. 남은 돈도 인생도 미래도 없다. 모든 것을 마무리할 용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뿐이다.
우연히 말벗이 된 왕년의 여배우 루실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멕시코 갱단이 보낸 해결사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루실을 위해 한도 초과된 신용카드를 움켜쥐고 나서는데..

오슬로의 강력반 카트리네는 소속이 다른 성민과 시체를 바라본다. 17일 전부터 실종 상태인 수산네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또 다른 실종자 베르티네와의 공통점은 그들이 서른 살이나 많은 부동산 재벌 마르쿠스 뢰드를 공유한 점이다. 수산네와 베르티네는 같은 파티에 참석했었고 모두 뢰드를 스폰서로 두었다는 소문이다. 카트리네는 수사의 적임자로 해리를 떠올리지만 단칼에 거절 당한다. 지난 4월 해리가 보낸 엽서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다.

수산네 사건으로 다시 소환될 위기에 놓인 뢰드는 변호사 크론을 부른다. 용의자가 될 수 없다는 증거와 살인범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결백하다는 증거를 찾아도 사람들은 의심할테니 경찰이 아니면서 최고의 실적을 가진 사람 해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해리는 루실과 도망중이다. 에스포시토 조직에 96만 달러를 빌려 곤경에 빠진 루실을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해서 술을 절제한다. 해리를 찾아낸 탐정을 통해 요한 크론의 연락을 받지만 거절한다. 하지만 돈을 회수하러 찾아온 남자들로 인해 루실의 채무 전액을 갚아달라는 조건으로 뢰드와 계약하고 오슬로로 돌아온다. 96만 달러는 14억쯤 된다.

조금은 깊은 관계인 카트리네와 재회하는 해리. 사건을 맡게 된 걸 환영한다. 해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옛 친구들로 팀을 구성한다. 암환자인 심리학자, 도박에 미친 비리 경찰, 어릴적 친구인 택시 기사..에우네 그룹은 수산네의 뇌를 가져간 미치광이 연쇄살인마를 상대해야 한다. 해리는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중간중간 자신을 프림이라고 부르는 인물을 넣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성민이 발견한 머리가 없는 시체는 베르티네다. 블러드문이 가리키는 의미가 드러나면서 핏빛으로 물든다. 더 잔인해지는 범인의 복수, 추악한 진실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쥐와 고양이, 기생충의 삼각관계는 정말 가능한 일일까. 후각착오증을 가진 해리가 시체냄새는 못 맡아도 다른 냄새는 잘도 맡아서 해결하는 모습은 대박이다. 나쁜 거든 좋은 거든 피는 못 속인다. 그리고 뿌린대로 거두는 법.

해리 홀레 시리즈의 12편의 요약과 등장인물들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이번 책이 처음인 독자들마저 알뜰하게 챙긴 느낌이다. 또 등장인물이 많을때는 종이에 이름부터 적고 시작하는 나같은 사람들은 너무나 환영이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단숨에 해결해줄테니 땡큐다. 술로 생을 마감하려던 해리가 술을 평생 끊기로 한다. 계획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인생이 뜻대로 될 리 만무다.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점이다. 해리 홀레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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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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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거야이래도되나싶을정도로 #일홍 #부크럼출판사 #에세이추천 #일홍에세이 #도서협찬

장르 소설만 읽다가 심신의 정화가 필요할때면 시집이나 에세이를 찾게 된다. 이번 에세이는 제목만봐도 딱 에세이입니다..하고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실물이 너무 예쁜 책인데 화면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먹거나, 자거나, 놀거나 한 적은 가끔 있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라니 없던 행복도 생겨날 것처럼 기분 좋은 말이다. 일홍 작가님이 유독 애정을 듬뿍 담은 책이라고 한다. 작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내겐 따끈따끈한 신간.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지금 이 순간에 놓인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곳에 있는 나와 당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눈 앞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당부의 말로 시작한다.

1장 행복은 불행을 이길 수밖에 없으니
행복이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각자의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과 불행이라 여기는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지금 내가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행복이다. 그게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행복은 불행을 이길 수밖에 없다.

2장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버틴다
사랑은 나를 변화시킨다. 할 수 없던 일을 하게 만들고 두렵던 길을 가게 만들고 이겨 낼 수 있게 만들고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랑. 용기를 주는 사랑, 사랑이 주는 용기.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나의 생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버틴다.


3장 함께했던 날들에 우리는 없지만
아쉬웠던 사람이 이제는 아쉽지 않을 때.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이제는 내 옆에 없어도 될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 그제야 놓아줄 수 있었다. 함께했던 날들에 우리는 없지만.

4장 모두가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
좋은 사람들이 가진 힘은 크다. 힘든 하루도 이겨 내는 힘, 고된 일도 견디게 하는 힘, 사람 힘든 것보다 일이 힘든 게 낫다는 게 이런 걸까. 좋은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는 세상, 덕분에 내 삶이 나아지는 기분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사람은 이토록 사람과 사랑으로 살아 낸다.

145편의 위로와 응원의 글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행복의 기준이 애매한 사람들, 행복하지만 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행복이 별건가? 등 따습고 배부르면 행복한거지..아님 불행하지 않은면 그게 행복아닌가.

행복의 잣대를 많고, 높은 기준에 삼지 말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소소한 행복에 기쁨을 느끼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산책길에 만난 비둘기와 까치에게 인사를 하고, 푸른 하늘에 눈맞춤을 건네고, 퇴근길 붕어빵 한 봉지에 기분이 좋아진다면 오늘 하루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본다.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가 바로 나의 삶이다.

일홍 작가님의 14.5만 계정에 팔로잉과 좋아요를 누르고 왔다. 좋은 글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과 작가님에게 나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작가님의 책을 읽어 오늘 참 행복하다. 책 보내주신 부크럼 출판사에도 감사 인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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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올리비아 개트우드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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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누구든 #올리비아개트우드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페미니즘스릴러 #반드시읽어야할책100권

<네가 누구든>은 '세계를 장악하는 여성 시인'에 이름을 올린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다. 시인이 쓴 소설은 어떨지..책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작은 해변가 동네 마지막 거주민인 미티와 베델은 옆집의 괴짜 부부가 어느 날 양로원으로 들어가고 인형의 집이 탄생하는 걸 지켜봤다. 지난 오 년간 비어있던 집에 이삿짐 트럭이 도착한다.

미티는 이모 베델과의 동거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당근 케이크를 산다. 엄마에게 미티를 놔주어서 고맙다고 전화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는데 잊고 잠들어 버리자 엄마 퍼트리샤의 전화다.

"돌아와도 돼" 건조하고 확신없는 목소리에 미티는 움찔한다. 미티는 애리조나에 돌아가도 괜찮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페인트를 사가지고 집에 도착하자 이웃집 레나가 인사를 한다.

레나와 서배스천의 아침 섹스 장면이 떠오른다. 2시간 후 레나가 페인트칠을 도와주겠다며 찾아온다. 베델의 질문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 진 서배스천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적응했다고 한다.

베델은 레나의 삶이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라고 본다. 레나는 옆집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만 서배스천은 팩스의 장례식을 앞두고 있다.

팩스는 인턴사원 네 명에게 납치되어 산타크루즈 산맥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서배스천은 20대 초반에 불과한 인턴들이 자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청부 살인을 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니면 팩스가 아니라 자신이 죽었을 테니까. 미티와 레나는 놀이동산도 가고 가까워진다. 베델이 에스미라는 이름을 말하자 그들이 발 딛고 살아왔던 단층선이 갈라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동안 싸운적이 거의 없던 둘의 냉전상태에 레나가 찾아온다. 레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베델에게 상처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미티. 둘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미티의 식당에 레나가 찾아온다.

레나는 자신의 기이한 행동을, 미티와 베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완벽한 풍경을 보러가자고 한다. 레나의 진짜 이상한 행동은 미티와 베델을 초대된 식사 후에 나타난다. 대체 뭔지?

운명과 우연에 이끌려 둘만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미티와 레나. 빼어난 미모와 부유한 남자친구를 가진 레나는 서배스천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그에게서 벗어나는 삶을 갈망한다.

모종의 사고로부터 도망쳐 기억을 묻어버리고 자신의 삶을 외면한 미티.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두 여성에게 닥친 어두운 그림자는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넘나든다. 영상화가 확장되었다니 이 보다 파격적인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SF소설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난 퀴어소설을 이해 못하는 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고 읽었다. 스릴러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두 여자 주인공 때문이기도 하다. 책표지 속의 레나..네가 누구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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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색
추설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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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없던색 #추설작가 #모모북스 #로맨스소설 #도서협찬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생계로 하고 있지만 세상을 흑백으로 보기 시작한 현서는 사랑으로도, 사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느낀다. 어느 날, 무심코 대책없이 내일 떠나는 비행기표를 예약한다.

도피로 택한 일본은 현서가 사랑하는 나라다. 도착해 '나는 여기에 왜 왔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채운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간판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여전히 흑백으로 보일 뿐이다.

술집에서 떨어진 가방을 알려준 일본 여자와의 짧은 대화에서 이상할 만큼 즐거움을 느낀다. 떠나는 그녀를 따라 나서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술집을 전전하다가 홀린 듯 그녀를 만났던 술집으로 향한다.

그 짧았던 순간의 색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아쉬움만 커져 유독 고립된 기분이 든다. '이건 사랑같은 유치한 감정이 아니다. 그저 그 순간의 분위기가 좋았을 뿐이다'

스스로 만든 핑계가 무너져 내리며 술집을 나오는 순간 기적처럼 그녀를 만난다. 용기내어 그녀에게 말을 건다. 번역 앱에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고르지만 주저리주저리 찌질한 문장뿐이다.

그럼에도 그녀와 나를 주황빛으로 감싸는 느낌이 든다. 서로의 속마음은 조심스레 감춘 채 소소한 대화로 밤을 채워나간다. 아쉬운 이별로 마음속은 허전함이 커지고 숙소를 나오자 그녀가 거기 서 있다.

가족이 데리러 온다더니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추운 밤에 혼자 있었을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다시 한적한 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름을 물어본다. 미즈노 유카리.

일본을 좋아하는 현서와 한국을 동경한다는 유카리의 만남이다. 현서에게 세상은 늘 무채색이었다. 회색 안개처럼, 의미를 잃은 색들로 가득한 세계. 그런데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아니다.

작가 지망생인 그녀는 세상에 없던 문장이 생긴다는 게 글을 쓰며 좋았다고, 그녀의 마음과 글이라는 행위에 철학이 놀랍게 느껴진다. 현서도 그동안 있었던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쏟아낸다.

눈물을 보이는 그녀는 무채색으로 세상을 본 뒤로 처음 스며든 따뜻한 색이다. 그 색은 짧고도 강렬했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틀간의 잊지 못할 만남을 뒤로하고 둘은 이별을 맞이하는데...

현서는 작가님의 이야기 같다.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 그리고 진짜는 유카리의 손에서 소설로 탄생한다. 깊은 구렁텅이에서 서로를 구제해 준, 사랑이 두려운 한국 남자와 사랑에 진심인 일본 여자의 러브 스토리다.

둘의 이야기가 아직 다 쓰이지도 않은, 결말이 없는 책으로, 계속해서 이야기가 써 내려지기를..소설에서나 가능할 이야기 같지만, 어쩜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프면서 성숙해지는 법이니 사랑이 두렵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세상에 없던 색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현서가 작가님의 이야기인지 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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