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없던색 #추설작가 #모모북스 #로맨스소설 #도서협찬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생계로 하고 있지만 세상을 흑백으로 보기 시작한 현서는 사랑으로도, 사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느낀다. 어느 날, 무심코 대책없이 내일 떠나는 비행기표를 예약한다.도피로 택한 일본은 현서가 사랑하는 나라다. 도착해 '나는 여기에 왜 왔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채운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간판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여전히 흑백으로 보일 뿐이다.술집에서 떨어진 가방을 알려준 일본 여자와의 짧은 대화에서 이상할 만큼 즐거움을 느낀다. 떠나는 그녀를 따라 나서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술집을 전전하다가 홀린 듯 그녀를 만났던 술집으로 향한다.그 짧았던 순간의 색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아쉬움만 커져 유독 고립된 기분이 든다. '이건 사랑같은 유치한 감정이 아니다. 그저 그 순간의 분위기가 좋았을 뿐이다'스스로 만든 핑계가 무너져 내리며 술집을 나오는 순간 기적처럼 그녀를 만난다. 용기내어 그녀에게 말을 건다. 번역 앱에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고르지만 주저리주저리 찌질한 문장뿐이다.그럼에도 그녀와 나를 주황빛으로 감싸는 느낌이 든다. 서로의 속마음은 조심스레 감춘 채 소소한 대화로 밤을 채워나간다. 아쉬운 이별로 마음속은 허전함이 커지고 숙소를 나오자 그녀가 거기 서 있다.가족이 데리러 온다더니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추운 밤에 혼자 있었을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다시 한적한 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름을 물어본다. 미즈노 유카리.일본을 좋아하는 현서와 한국을 동경한다는 유카리의 만남이다. 현서에게 세상은 늘 무채색이었다. 회색 안개처럼, 의미를 잃은 색들로 가득한 세계. 그런데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아니다.작가 지망생인 그녀는 세상에 없던 문장이 생긴다는 게 글을 쓰며 좋았다고, 그녀의 마음과 글이라는 행위에 철학이 놀랍게 느껴진다. 현서도 그동안 있었던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쏟아낸다.눈물을 보이는 그녀는 무채색으로 세상을 본 뒤로 처음 스며든 따뜻한 색이다. 그 색은 짧고도 강렬했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틀간의 잊지 못할 만남을 뒤로하고 둘은 이별을 맞이하는데...현서는 작가님의 이야기 같다.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 그리고 진짜는 유카리의 손에서 소설로 탄생한다. 깊은 구렁텅이에서 서로를 구제해 준, 사랑이 두려운 한국 남자와 사랑에 진심인 일본 여자의 러브 스토리다. 둘의 이야기가 아직 다 쓰이지도 않은, 결말이 없는 책으로, 계속해서 이야기가 써 내려지기를..소설에서나 가능할 이야기 같지만, 어쩜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프면서 성숙해지는 법이니 사랑이 두렵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세상에 없던 색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현서가 작가님의 이야기인지 무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