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탑의 살인
김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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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탑의살인 #김영민 #도서협찬

계간미스터리를 통해 알게 된 김영민 작가님께서 책을 보내주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았지만 다음엔 내돈내산으로..양심이 있어야지 흠..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태풍 '이끼'의 직격탄을 맞아 회생 불가 판정을 받은 지역에 지진까지 발생했다. 이곳을 찾은 김서연 교수와 제자 한규현은 선작장에 정박 중인 크루즈 보트에 오른다.

교수 친구인 박종호는 한 명이 더 와야 한다고 한다. 선내에는 종호의 딸 가온이 있다. 열 여섯 살의 천재로 잠적 중인 이유는 2년 전의 이끼 때문이란다.

낚싯대 가방을 멘 기후 환경 운동가 정강식이 나타나 수상탑에는 어쩐 일로 오게 됐는지 묻는다. 물위에 떠 있는 5층 수상탑의 개관식에 초대되어 가는 사람들.

규현은 안전성 테스트 겸 초대한 게 아닌가 본다. 드디어 수상탑에 도착하자 또 다른 일행 교수 석승준과 제자 박규리가 있다.

2년 전 이끼가 한반도를 덮친 직후 수상탑을 건설해서 석 달 전 완공되었다. 중대 발표가 있다는 시각은 8시. 복도에서 사업가 김상욱을 만난다.

또 한사람, 가온의 발언과 맥이 이어지는 태용제. 기후 조작단은 모르겠고 타고 온 보트가 폭발했다니 조작 같다. MZ말로 주작.

잠시 정전이 있고 1층에는 종호, 가온 그리고 종호의 열여덟 살 연하 애인 승희와 규리가 안보인다. 뒤늦게 나타난 규리는 가온이 죽은거 같다고 한다.

서연이 규현이 전에도 살인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규현이 탐정이라는 자격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누가 가온을 살해했을까?

휴대폰도 안 터지고 보트는 폭발한 수상탑은 밀실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이끼의 파괴력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라던 가온은 뭔가 숨기고 있는 듯했다.

가온에 이어 종호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부녀를 죽인 범인은 누굴까? 조사단을 꾸려 CCTV를 확보한다. 규현의 시선으로 사건의 진행 사항을 쫓는다.

또 한번의 사건이 터지고 수상탑은 침몰 위기에 놓인다. 범인은 누구이고, 이유는 뭘까? 모든 원인은 프롤로그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끝도 안타깝다.

추리의 끝판왕 규현은 김영민 작가님의 데뷔작에 등장하는 인물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기후 위기를 소재로 삼아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했다고 한다.

본격 미스터리의 로망인 클로즈드 서클과 밀실 살인을 쓰게 되어 기쁘시다니 나도 첫 장편소설에 함께 기뻐하고 싶다.

범인이 누군지, 어떻게 죽었는지 예상도 못할 만큼 완벽한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이번 작품이 장편인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혔다.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도면과 트릭, 반전까지 고루 갖춘 추리소설인데 등장인물들이 규현과 교수 사이를 장난치듯 놀려먹는 대목도 재미를 더한다.

김영민 작가님은 물리학과를 졸업한 추리소설가다. 아마도 물리학 전공 탐정 주인공 규현이 작가님이 아닐까? 애정이 깊을만도 하다. 규현이 등장하는 다음 소설을 기대하면서 재밌게 자~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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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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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들녘 #고블 #서평단

기철에 5분 전에 차인 여정은 필립의 옥탑방 앞마당에 혼자서 맥주를 마신다. 공부는 잘하면서 멍청하게 집을 못차고 있는 명우를 보고 그냥 들어간다. 필립 옆에서 기철이 라면을 먹으며 주절된다.

그런 기철의 뒤통수를 여정이 후려친다. 기철이 옥상 마당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다 명우를 발견한다.
아직 게임은 끝난 게 아니다. 날린 돈을 만회를 기회를 줄 물주가 온 것이다.

우등생 명우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과 왜 친해졌는지 기억도 안난다. 유일하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게 이 인간들뿐인 이유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철은 날라리 삼류 건달의 삶을, 여정은 허언증에 필립은 가난뱅이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대학 생활에 적응 못하고 오피스텔에 처박힌 명우는 결국 인생이 제일 엉망인 것은 자신이라 생각한다.

여정이 술 잔을 가져오라 말해 찬장을 연 명우는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수첩을 발견한다. 목이 잘린 여자가 한 손에는 자신의 머리를,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그림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바로 책 표지의 그림이다. 유대인 네 사람이 과수원에 들어갔는데로 시작하는, 랍비들의 가르침에 전해 내려오는 탈무드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드리머>는 기철, 여정, 명우, 필립 네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수첩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명우에게 기철이 전화한다. 가리교는 중국 정부가 교주를 체포하려 하자 교주랑 교인들이 자살한 사이비 종교다. 할머니 수첩이라고 필립이 직접 전해주었다고 한다.

그뒤로 명우는 꿈을 꾸고, 이상한 경험을 한다. 가리교 홈페이지에 문의했던 메일에 답장이 온다. 심옥희 권사를 만나러 공륜동 새작 공원에 간다. 그들은 이방인이다. 노파는 수첩의 행방을 묻는다.

그리고 준비없이 수첩을 보면 미치거나 죽는다고 한다. 누런 얼굴 여자의 주먹을 0.1퍼센트쯤 맞고 환각을 경험한다. 이제 명우는 확신한다. 수첩이 있으면 힘이 생기고 애비를 두려워할 일도 없다.

노파에, 흰 원피스의 아줌마, 대머리 아저씨, 아파 보이는 아줌마 네 사람이 미스터리다. 이들은 수첩을 둘러싼 쟁탈전을 지켜본다. 나름 공평하게 힘을 주기도 한다. 누가 수첩의 주인이 될 것인가?

사실 수첩은 필립의 할머니꺼니까 필립의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속의 힘은 다른 주인을 찾는것 같다.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이야기는 탈무드의 이야기로 끝을 향해 달려간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다. 그 경계에서 믿음과 배신이 반복되고 비밀과 음모가 도사린다. 오컬트 요소가 강한 스릴러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가공할 힘을 가진 수첩이란 게 판도라의 상자가 아닌가 본다. 열어서는 안될 상자 속에 남은 게 희망인 것처럼. 삶의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남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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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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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숲 #엘리너캐턴 #열린책들 #도서협찬

<버넘 숲>이라고 일컫는 활동가 집단의 설립자인 미라 번팅은 가짜 계정까지 써가며 매물을 찾고 있다. 공식적으로 버넘 숲이 경작하고 있는 곳은 열여덟 군데로 땅과 수돗물을 사용하는 대가로 주인에게 수확물의 반을 주고, 나머지는 회원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미라가 버넘 숲에 품은 야심은 급진적이고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사회 변화였다. 널려 있는 비옥한 땅에 지식과 자원을 모으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훨씬 더 많은 일이 이뤄질 수 있을 터였다. 버넘 숲에는 두개의 파가 존재하고, 이론가 파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수치스러워했다.

미라의 숨은 조력자 셸리가 버넘 숲을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시간을 주기로 한다. 오언 다비시의 작위 수여식 기사를 보고 농장에 다비시 부부가 없을 거라 확신하고 손다이크로 향한다. 지도를 보고 찾아간 집 능선을 따라 오르니 생각지도 않은 수륙 양용 비행기가 있다.

기함한 미라가 숲을 향해 달려간 곳의 집을 살핀 후 비행기를 다시 보려 언덕에 오른다. 비행기 뒤에서 한 남자가 나타나고..거짓말이 안통하자 냅다 뛰어 도망친다. 미라의 이름을 알고있는 남자를 두려워한 것조차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검색 결과 그 자는 오토노모의 공동 창업자 로보트 르모인이다.

다비시 부부는 목장과 집을 편하게 지내라고 권했지만 르모인은 단순히 피난처를 찾는 억만장자가 아니다. 그는 선견지명을 갖춘 도둑 정치인, 자기 이익을 주구의 화신, 철두철미한 부적응자, 천재, 독재자...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줄, 바로 그가 묻으려는 트로이의 목마가 벙커다.

르모인은 미라의 핸드폰을 추적해 뭘 검색했는지 알아보고 드론으로 밴을 감시한다. 미라에게 급관심이
생긴 르모인은 버넘 숲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미라의 믿음을 배신하려 했던 셸리는 미라가 손다이크로 오면 토니의 귀환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토니의 환송파티에서 있었던 일은 사랑일까.

버넘 숲의 회의에 참석한 토니와 앰버가 신경전을 벌이고, 뒤늦게 도착한 미라는 토니를 보고 놀란다. 로보트 르모인의 10만 달러 기부에 토니는 억만장자의 석연찮은 부인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드론은 테러 무기고 피묻은 돈이라고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조마조마하다.

오토노모와 다비시 방데의 제휴에 대한 기사가 한층 냉소를 자극하자 버로니카에게 차를 빌려 손다이크로 간 토니는 배낭을 메고 국립공원을 향해 간다. 경비에게 조사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들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 미라와 르모인이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정보를 찾으러 다닌다.

오언 경에게 보낸 메일이 반응을 보인다. 토니가 이러는 동안 미라는 르모인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제 늪에 빠질일만 남았다. 누구의 잘못일까? 그저 운명일까? 악한 기운이 악한 운명을 만든다고 본다.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진작 말했더라면, 진작 알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버려진 땅에서 작물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 단체 <버넘 숲>의 일원들과 억만장자인 로보트 르모인이 모종의 사건으로 얽히며 자본과 계급, 테크놀로지와 환경 등 동시대의 이슈를 치밀하게 해부하여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끊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선 등장인물들의 심리 스릴러다. 평범한 인간적 감정에 휘둘리며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신적 존재의 악당이 엮이면서제목 버넘 숲이 상징하는 바를 잘 표현하고 있다.

버넘 숲이 움직이지 않고서야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자신한 맥베스처럼 지구 종만의 날이 와도 자신은 건재하리라고 오만하게 자신하던 르모인. 그의 야욕을 의도치 않게 좌절시키며 예측 불가능한 힘을 보여 주며 탐욕의 끝을 보여준다.

버넘 숲을 움켜쥔 손이 그려진 책 표지가 깔끔하다.
벽돌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의 추천, 최연소 부커상 수상자의 10년 만의 신작답게 심리 스릴러의 한수를 보여줘서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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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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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넉장반타임머신블루스 #모리미도미히코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청춘소설 @drviche

좀 전에 읽은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이다. 모리미 도미히코와 극작가 우에다 마코토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사실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 얼마나 기상천외하게 웃길지 기대된다.

더위가 육체의 쇠약과 학문의 퇴락에 박차를 가한다. 아아 꿈은 깨져도 다다미 넉 장 반은 남았도다. 기사회생을 노리는바, 타개책은 문명의 이기 에어컨이다.

시모가모 유스이 장의 209호는 태양이 작열하여 불쾌지수가 정점에 다다른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나와 오즈. 이런 여름에 다다미 넉 장 반에 틀어박히는 얼간이는 많지 않다.

전설의 에어컨이 운명한건 누구의 잘못일까? 오즈가 콜라를 쏟아 조작이 불가능해졌으니 오즈 잘못 아닌가? 둘이 투닥거리는데 생산적인 한나절을 보낸 아카시 군이 온다.

아카시 군의 스승인 히구치 씨는 이곳의 모든 주민이 터주로 받드는 경외의 대상이다. 인생의 막장으로 인도하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도선사이기도 하다. 아카시는 히구치의 제자되길 희망한다.

어제 다다미 넉 장 반에서 늘어놓던 바보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아카시에게 영화 동아리 보스 조가사키는 시나리오가 허접하다고 지적한다. 나는 원안자로 대립하게 된다.

아카시 군이 촬영 개시를 선언하지만 누구 한 명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알수없으나 촬영은 종료되고 만족한 모습의 아카시다.

허접쓰레기 영화를 만드는게 목표지만 조가사키가 최악의 경우 상영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는 하누키 씨를 이용하면 된다. 미인이고 조가사키 하고는 오랜 친구 사이다.

무사히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공중목욕탕 오아시스로 갔다. 아카시 군을 만날 요량으로 먼저 탕에서 나온 나는 말도 못 걸어 보고 시모가모 유스이 장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209호 에어컨이 켜져 있고 모두 모여있지 않은가? 내게 뭘 기대하나 했더니 알몸 댄스를..오즈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른게 분명하다. 이때 콜라병에 에어컨 리모컨이 운명한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어제와 오늘을 넘나들며 사건이라고 할 것도 없는 이야기 이후 오즈가 사라진 타임머신을 둘러싼 사건을 보여준다.

영화 화면에 찍힌 오즈가 둘, 타임머신의 존재를 인정하게되는 대목이다. 오즈의 말에 따르면 시간 이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이지마 씨가 타임머신을 믿지 못하자 아카시 군이 타임머신을 다시 써보면 어떨지 의견을 낸다. 히구치 씨가 '막부 말기'를 가면 어떨까 한다.

바로 영화 <막부 말기 연약자 열전>의 세계다. 일단 스케일도 작게 '어제'로 내가 말한다. 어제로 돌아가 콜라 사건 이전 리모컨이 고장나기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떠나는 세 사람은 히구치, 하누키, 오즈다. 정말 최악의 선택이다. 이어 촌티 군의 등장. 무려 이십오 년 뒤 미래에서 온 다무라라고 한다.

타임머신을 남용하면 우주가 소멸의 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오늘이 어제인지 오늘인지, 반복되는 기시감 같은 느낌은 더 정신 사납게 펼쳐진다.

도플갱어도 아니고 마주치는 어제와 오늘의 만남..무인하다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에어컨 리모컨 소동'이라고 해야할지, '타임머신' 소동이라 할지 아니면 소동의 원흉인 '다무라 소동'이랄지 모르겠다.

갓파 전설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다무라의 마지막 반전과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성취한 사랑만큼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고 하니 짐작할만하다. 청춘 로맨스로 마무리 짓고 싶어서 속편이 나온 게 아닌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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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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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넉장반신화대계 #모리미도미히코 #청춘소설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drviche

<다다미 넉 장 반 사랑의 훼방꾼>
대학 3학년 봄까지 이 년간 실속없이 살아온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노여움에 휩싸인다. 악명 높은 사랑의 훼방꾼이 되어 마장에도 가까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말에게 걷어차여 죽을 까봐. 내가 발을 들여놓은 배경에는 나의 숙적이요 맹우인 오즈가 있다.

타인의 불행을 반찬으로 밥을 세 공기 먹는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의 영혼은 맑았으리라. 1학년 영화 동아리 '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애초에 화근이다. 나답지 못하게 그의 감언에 현혹되어 가입한 그날 이후 이 년을 훌쩍 넘겼다.

3학년이 된 5월 초, 영화 동아리 '계'에서 자체 추방당한 참이다. 애초에 오즈와의 악연이 질기게 이어진 이유가 시모가모 유스이 장에 묵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주 찾아 온 이유는 '스승'이란 자가 있어서고. 우연히 라면 포장마차에서 신과 마주친다.

나에 대해서는 뭐든 다 안다는 가모타케쓰누미노카이를 자칭하는 남자는 오즈와 저울질까지 하면서 아카시와 맺어주겠다고 한다. 어쨌거나 판단력에 대한 기대를 접었더라면 비뚤어진 동아리에 들어가지도 않고, 꾸불꾸불한 오즈라는 인물을 만나지도 않고, 사랑의 훼방꾼이라는 낙인이 찍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다미 넉 장 반 자학적 대리대리 전쟁>
무슨 제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히구치 스승님인 히구치와 얼간이가 아닌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남자'로 표현한다. 거북 수세미같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히구치의 무수한 우행 중에 조가사키와의 치열한 '자학적 대리대리 전쟁'이 있었다.

스승의 교묘한 기술을 하누키 씨는 '히구치 매직'이라 부른다. 악연이라 부르고 싶은 오즈와 스승만 없었더라면 대를 이어 바보같은 대리전쟁을 이어가지도 않았을테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았을까? 그건 장담할 수가 없다.

대학 3학년 봄까지 이 년간, 실익 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로 시작해서 그렇게 더러운 것은 필요 없다로 끝나는 네 편의 이야기는 다다이 넉 장 반의 공간에 사는 얼간이 나와 주변 인물들에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엉뚱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내내 티격태격하는 얼간이 나와 오즈, 무시무시하게 조직적인 귀여운 구석이 있는 아카시, 쥐똥 만한 카리스마로 군림하는 조가사키. 과음하면 느닷없이 남의 얼굴을 핥는 하누키, 정상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는 히구치 스승. 단골멘트 콜로세움을 외치는 노파까지. 다양한 캐릭터 집합소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대표작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는 한국어판 출간 17년 만에 전면개정판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동명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의 일러스트를 표지로 해서 안팎이 모두 새로운 책으로 재탄생되었고 16년 만에 속편으로 귀환했다.

모리미 작가는 현실과 가상을 교묘하게 배열하는 독특한 세계관과 문체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본인이 대학시절을 보낸 교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교토 청춘 판타지'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닮은 듯 다른 듯 장마다 예측불허로 변주되는 치밀한 구성,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는 똘끼 가득한 천재가 분명하다. 다다미 넉 장 반 속의 천태만상 교토 청춘들의 신화대계 탄생은 변함없는 운명이지만, 오합지졸 청춘들의 이야기는 결국 청춘예찬이다. 그저 마음껏 읽고 즐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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