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예술인가 아닌가 묻는 것은 근본적으로 오해의 여지가 있는 질문이다. 비록 사진이 예술이라고 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긴 하지만 예술이라고 불리려면 개성도 필요하고, 거짓말도 할 줄 알고, 미학적 즐거움도 줘야한다), 사진이 원래 예술의 형태를 띠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것 중에서도) 예술 작품을 만들 때 활용하는 매개체이다. 우리는 언어를 활용해 과학 담론, 공무 문서, 연애 편지, 야채상점 명세서, 파리 풍경을 담은 발자크의 소설 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진을 활용해 여권 사진 기상 사진, 포르노 사진, 엑스레이 사진, 결혼 사진, 파리 풍경을 담은 앗제의 사진 등을 만들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사진은 회화와 시 같은 예술은 아니다. 어떤 사진작가들은 순수 예술의 전통적인 개념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들은 애초부터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독자적인 오브제 - 즉, 예술이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해주는 예술 개념에 부합하는 사진을 생산해냈다. 사진의 힘, 그리고 오늘날 미학적 관심사에서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주된 역할은 사진이 예술의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강화시켜 준다는 데 있다.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67년 10월, 볼리비아 당국은 전 세계 언론에 체 게바라의 사진을 공개했다. 시멘트로 된 물받이 통에 위에 놓인 들것에 흔들리지 않게 뉘어진 채 볼리비아인 대령 한 명, 미국 정보국원 한 명, 일군의 기자와 군인에게 둘러싸인 게바라의 이 사진은 라틴아메리카 현대사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존 버거의 지적처럼 우연히도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나 렘브란트의 「툴프 교수의 해부학 교습」과 닮아 있었다. 부분적으로, 이 사진은 앞서 언급한 회화와 똑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기에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 사진이 지금껏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탈정치화되어 시간을 초월한 이미지가 될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이 이 사진에 있었음을 말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는 현실을 사진을 통해서, 가장 은밀하고 괴로운 방식으로, 주시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든 자주 사진에 찍히는 공인이든, 어떤 사람의 낡은 사진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뭔가를 느끼기 위해서다. 가령 그때에는 내가(그녀가, 혹은 그가) 얼마나 젊었던가를. 사진은 죽음을 낱낱이 기록해 둔다.이제는 사후에야 깨닫데 될 인생의 얄궃음을 한 순간에 담아둘 수 있다. 그것도 손가락을 단 한번 까닥이는 것만으로. - P1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한계와 사회적 금기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여권이다. 그 사람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것, 바로 그것이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핵심이다.
- P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개정판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미를 표현하는 미사여구가 와닫지는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