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예술인가 아닌가 묻는 것은 근본적으로 오해의 여지가 있는 질문이다. 비록 사진이 예술이라고 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긴 하지만 예술이라고 불리려면 개성도 필요하고, 거짓말도 할 줄 알고, 미학적 즐거움도 줘야한다), 사진이 원래 예술의 형태를 띠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것 중에서도) 예술 작품을 만들 때 활용하는 매개체이다. 우리는 언어를 활용해 과학 담론, 공무 문서, 연애 편지, 야채상점 명세서, 파리 풍경을 담은 발자크의 소설 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진을 활용해 여권 사진 기상 사진, 포르노 사진, 엑스레이 사진, 결혼 사진, 파리 풍경을 담은 앗제의 사진 등을 만들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사진은 회화와 시 같은 예술은 아니다. 어떤 사진작가들은 순수 예술의 전통적인 개념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들은 애초부터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독자적인 오브제 - 즉, 예술이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해주는 예술 개념에 부합하는 사진을 생산해냈다. 사진의 힘, 그리고 오늘날 미학적 관심사에서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주된 역할은 사진이 예술의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강화시켜 준다는 데 있다. - P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