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작품의 삶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다. 작품은 후세의 해석에 열려 있다. 따라서 작품이 가진 ‘근원적‘ 의미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시대마다 열어주는 각각의 의미가 다 근원적이다. - P159
의미 정보를 중시한 고전 회화에선 형태나 색채가 주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현을 포기한 현대 예술엔 내용이나 주제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색과 형태라는 형식 요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즉 미적 정보만 있을 뿐이다. - P46
우리가 미학이라고 하면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선입견을 좀 완화해주는 것 같다. 확실히 초반에는 내용이 쉬워서 잘 읽힌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좀 어려워지나 그럼에도 1권 끝까지는 그럭저럭 읽을만한 것 같다. 다음에 미술을 감상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예술이 오늘날처럼 자기 고유의 ‘자율성‘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칸트 덕분인데, 우리가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대부분 그에게서 물려받은 거다. 가령 예술이 ‘형식‘이며 ‘상상력‘의 소산이며 ‘천재‘의 산물이며... - P247
중세예술은 애초부터 고대 예술과 전혀 다른 ‘정신‘에 뿌리박고 있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의지다. 중세인들이 고대인들처럼 그릴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럴 의도가 없었단 얘기다. 중세 예술은 예술사의 퇴보가 아니라 그 자체가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 -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