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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했다면... 사랑한 것이다 - 사랑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장수 지음, 이성표 그림 / 홍익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책에서는 서로를 싫어하는 가로등과 나무벤치, 그리고 남녀가 등장한다.
제대로 된 이야기조차 나누지 않은 사이지만, 처음부터 둘은 서로가 싫었다.
나무벤치는 무시하듯 내려다보는 냉소적인 가로등이, 가로등은 따지듯 올려다보는 나무벤치가 싫었다.
서로에 관한 것이면 무조건 다 싫었다.
그들의 마음의 간격은 실제보다 훨씬 멀었다.
싫어하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남녀만 가까워졌다 헤어졌고, 나무벤치와 가로등은 여전히 둘이 싫었다.
그러던 어느날.
겨울이 다 끝나가고 포근함이 오던 그날.
가로등이 몇년만에 불을 밝히지 않았던 그 다음날.
큰 일이 벌어졌다.
오래된 가로등을 교체하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가로등은 뽑혀져 나무벤치 앞쪽에 뉘어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서로를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기던 그 순간, 둘의 눈은 마주쳤고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그렇게 둘은 그동안 서로에 대한 숱한 오해들과 미움을 깨닫고 마지막에는 용서를 구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그 누가 의연할 수 있을까.-
결국 나무벤치와 가로등은 헤어지던 그날, 서로가 오해했음을 알았고 미안해했다.
항상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나무벤치와 가로등.
헤어짐 앞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뉘우친다.
그리고 서로의 진짜 마지막.
차가 떠나고 둘은 헤어져 간다.
그제서야 나무벤치는 가로등에게, 가로등은 나무벤치에게 잘가라고, 잘 있으라고 소리친다.
행여 못들었을까 둘은 더 큰 소리로 "날 용서해." 라고 외쳤다.
진정한 이별의 순간,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 마음에 감사했다.
책을 읽고 나서 그 누구보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던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누군가 나의 옆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며, 그것이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는 나무벤치와 가로등의 이야기처럼 서로에 대한 작은 오해들로 너무 늦게 사랑을 깨닫기도 한다.
이 이야기처럼 후회하고 지난 사랑을 추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후회하기 전에, 더 늦어버리기 전에 대화하고, 표현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