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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사랑해도
유이카와 케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5월
평점 :
<사랑해도 사랑해도>라는 제목과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사랑을 기다린다라는 문구에 이끌렸다. 그 중에서도 책 속 주인공인 유키오의 독백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다. 연애와 사랑 그 무엇도 필요없다고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길 원하는 역설적인 대사에 공감이 되고, 순식간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 상처 또한 누군가의 사랑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플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하는게 아닐까.
"이제 사랑도 연애도 필요 없다.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혼자서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기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있다. 하루 빨리 그렇게 되고 싶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역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언제든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기대고 싶어하는 생물인 듯 하다."
이 소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3대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랑 그리고 가족애를 담은 책이다. 일흔 살, 할머니 오토와와 쉰 살, 엄마인 시노는 그들에게 제 2의 또 다른 인생을 열어줄지도 모르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반면 3개월 차이나는 동갑내기인 두 딸, 유키오와 리리코는 힘겨운 청춘을 열심히 살아가며 연애와 사랑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엄마의 난생 처음보는 소녀같은 모습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한다.
모델하우스 관련 일을 하는 유키오는 직업 상 주기적으로 지역을 이동해 근무해야 한다.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진지한 사랑보다는 얽매일 것 없는 쾌락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그녀는 결혼해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남, 나가미네를 만난다. 이러한 선택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미래를 약속하며 진지한 사이가 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혼자만의 삶을 보내자니 적적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러한 불장난 같은 사랑도 나가미네의 아내에게 들키며 끝을 내야 했다. 그리고 우연히 동창이었던 준이치를 만나 자신도 모르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예상치도 못한 비밀은 그녀의 사랑을 시작도 전에 가로막아 버린다.
3개월 동생인, 리리코는 행동주의자로 하고 싶은 건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한 때 연극에 몸을 담았던 그녀는 오히려 글을 써야겠다며 드라마 작가의 길로 꿈을 변경한다. 이에 소질이 있었는지 상까지 받으며 인정받았으나 이 바닥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일거리를 찾는게 힘들었던 리리코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마지막 연애상대는 구라키라는 남자였는데 현재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찾으며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진정 나이와는 관계가 없는 감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왜 그렇게 불안정한 사랑을 추구하는지 유키오의 상처 투성이인 과거는 나에게도 아프게 다가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랑에게 느낀 배신감.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자신을 맏기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는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가미네는 지루한 결혼 생활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유키오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한다.
구라키의 리리코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도 인상깊었다. 그녀가 구라키를 필요로 할 때만 연락하며 상대하는 줄 알면서도 리리코를 놓을 수 없는 무언가는 뭐였을까? 부모님이 정해놓은 선자리의 여자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임에도 리리코의 한마디면 다 없던 걸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녀를 괜찮다고 기다릴 수 있다고 까지 말하는 남자. 리리코는 정말 꿈을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이런 구라키를 그렇게 밀어낸것일까?
핏줄로 맺어진 가족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신기하게도 서로 닮았간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열심히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결국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되었는지 소설 마지막에는 다루고 있지 않았지만 각자의 해피엔딩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소설은 할머니를 대신해 가게 '다카히사'를 맡아 도와줄 한 여자와 그의 딸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막을 내린다. 다양한 연령대의 삶과 사랑을 엿 볼 수 있는 잔잔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