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당신의 운명을 바꾼 한 권의 책이 있다면?

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탐독. 요즘 내 일상을 대변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처음엔 단순히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책을 읽거나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접한 책들이었으나 점차 책만이 줄 수 있는 무한한 위로, 생각, 교훈에 빠져 현재는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짧지도 적지도 않게 살아온 것 같은 내 인생, 그 어떤 시절보다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닥치는 대로 많이 읽는 난독과 다독의 그 어느 중간지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당신을 혹은 당신의 인생을 바꾼 단 한권의 책이 있냐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큼 강력한 책은 아직 없었다. 이는 물론 내가 아직 접해보지 않은 책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아마 몇 천권 쯤 읽게 되는 날에는 어떤 책으로부터든,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이 쌓이고 쌓여서든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책을 한 권쯤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책 한 권이 삶의 많은 부분에 파고들어 작용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기에 책의 메시지는 아주 미미할지라도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남아 한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서문에서는 책 한권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은 지극히 낭만적인, 즉 순진한 생각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어쩌면 저자의 표현대로 마법일 수도 있겠으나 나 또한 그런 순진한 생각의 옹호자이다. 그것이 내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책이 나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나는 그 변화를 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인생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10명의 위대한 학자와 예술가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운명을 바꿔 놓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어쩌다보니 책속의 주인공과 같은 삶의 변화를 맞이한 작가도 있었고, 먼 길을 돌아왔으나 마침내 자신의 길인 글을 쓰는 길 위에 서있는 작가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소설가인 김중혁 작가의 생각이 현재의 나의 생각과 비슷해서인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게 되었고, 그 속의 야한 묘사들이 그를 소설가로 이끌었다. 그러다 동료 부대원들을 상대로 야한 소설을 쓰며 대여료로 담배 한 값을 받았고 나날이 쌓여가는 담배들을 보며 누군가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작가의 삶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부대원들이 준비된 독자들이라고 해도 그에겐 글을 짓는 남다른 능력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작가의 원동력은 자신의 즐거움이라고 말하며 책은 길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책은 삶을 바꾸지 않지만, 대신 뭔가를 살짝 바꾼다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 큰 게 바뀌는 게 아니고, 한 권 읽고 나면 마음의 위치가 0.5 센티미터 정도 살짝 옮겨지는 것 같다고 했다."

 "누가 내 책을 읽고나서 '나의 인생을 바꿨어.' 이렇게 말하기 보다는, 다 읽고 나면 살짝 바뀐 것 같은. 뭐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좋은 것 같아. 그게 문학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 굉장히 와닿는 부분이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위치 0.5 센티미터, 생각의 한 뼘 정도는 변화하거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작고 작은 이동들이 모여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미세한 변화를 위해 책을 읽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만큼이나 영향을 미친 책들도 제 각각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이미 읽은 책들도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여전히 낯선 책들도 많았다. 이렇게 타인의 책 이야기를 통해 나만의 새로운 독서목록이 생기기도 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과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수정』를 시작으로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