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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심리학으로 읽는 가족의 속마음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같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함께 자라온 형제, 자매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친할 법 하지만 때론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제목이 딱 우리 자매 얘기인 것만 같았다. 한 살 터울 연년생으로 태어나 어릴 적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 연년생인 아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질투심에 부모의 사랑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책에서 처럼 이런 저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어쩌면 매번 경쟁자처럼 대해왔는지도 모르겠다. 무늬만 자매라고 할까? 서로 챙기고, 의지하는 돈독한 자매라기 보다는 그냥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인연을 맺을 수 밖에 없는 유전으로 연결된 그런 자매였다. 성격도 취향도 다른 탓에 커가면서 어울리기는 더 힘들어졌다. 그러면서 점차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나 형제, 자매의 관계라는게 참 신기하다. 다시는 안 볼 것 처럼 피튀기며 싸우고 다퉈도 우리를 묶어주는 그 무언가는 항상 존재했었던 것 같다. 가족이라 그런걸까? 그래도 우리 둘 뿐이란 생각이 강했던지 시간이 한 참 흐른 뒤, 마침내 화해를 했다. 성인이 되고나서야 이런저런 얘기를 터놓으면서 그나마 자매다운 자매로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불쑥불쑥 떠오르는 예전의 상처들과 불편한 마음은 어떻게 다뤄야할지 종종 난감하다. 나도 모르게 욱하는 바람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또 둘 사이가 틀어질까 겁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감정을 꾹꾹 억누른 채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럴 때 우리는 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차분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감정이 하는 말을 충분히 받아들여, 이를 다시 이성적인 통로로 배출하기란 물론 쉽지 않다. 이 또한 오랜시간 싸워가며 터득한 방법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궁금했다. 우리 자매가 느끼는 이 감정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현실적인 조언을 마주해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긋난 형제, 자매 관계의 주된 원인은 부모에게 있었다. 책 첫 페이지의 <인류의 절반은 동생을 죽인 살인자의 후예>란 강렬한 제목이 형제자매간의 질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인정받고자하는 욕구,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이 열망이 또 다른 형제자매로 인해 좌절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비슷했다. 물론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 당시 각자의 눈엔 부모님의 다른 아이를 더 예뻐한다고 느낀 것이다. 동생에겐 언니가, 언니에겐 동생이 그렇게 시스터 콤프렉스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부모의 편애가 아이를 망치고 심한 경우 살인을 낳는다. 한 연구에서 심지어 부모라 하더라도 외모를 기준으로 더 예쁜 아이를 선호, 편애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부모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차별이 한 아이에게 어떤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신중히 행동해야하지 않을까. 즉, 공편한 애정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할 경우 형제자매의 사이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형제자매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대게의 경우 부모다.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두 사람 모두가 아이들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고 편애하며 질투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형제자매의 관계가 나쁘다면 부모는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지각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야한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잘못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려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편애를 넘어 미숙한 부모의 경우, 아이들을 싸임 붙이고 그 광경을 즐긴다고 한다. 이는 꽤나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좋은 아이, 나쁜 아이를 구분하고 부모가 좋은 아이와 한 편이 되어 나쁜 아이를 물리친다는 식의 정의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말 저런 부모가 있다면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사랑과 관심을 쏟는다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자기 배 아파 난 자식에게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부모가 그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마지막 장, 상처 극복과 관계 회복을 다룬 파트는 새로운 식의 조언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마음 속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며 서로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한다. 다른 인간관계에서의 처방법과 비슷했다. 형제자매 관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오랜시간 함께해온 상대이기에 힘든 일이 생기면 여전히 애착과 의존하려는 마음이 있다. 이 때, 상대를 내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면 애착도가 급속히 되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익숙하고도 평범한 조언들이다. 어쨌거나 형제자매란 친구보다도, 어쩌면 배우자보다도 더 친밀한 사이일지도 모른다. 잘 지내고 싶지만 어딘가모르게 불편한 형제자매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여러 아이를 둔 부모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부모의 잘못된 방식이 아이를 망가뜨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