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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오늘날 대부분은 부모와 자식으로만 이루어진 소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지, 대가족으로 사는 사람들은 흔치않다. 그럼에도 외롭게 자란 어린시절 기억 때문인지 마음 한켠에 많은 식구들과 함께 살아보고싶다는 소망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은 만큼 바람잘날 없겠지만 그 또한 그만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고 종종 상상하기도 한다. 할머니부터, 부모님, 그리고 형제자매, 그들의 아이들까지. 4세대가 한 집에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소설 속 주인공 히다 류타로의 가족은 현재 4대가 함께 모여 살고있다. 그런데 제목처럼 어쩌다보니 가족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어 대가족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류타로 부부와 알츠하이머를 앓고있는 아내 하루코의 어머니인 다케, 그리고 히키코모리 막내아들 가쓰로가 가족 구성원의 전부였다. 두 채의 집을 네 명이서 적절하게 나누어 쓰고 있었는데 어느날 맏딸인 이쓰코의 집에 문제가 생기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류타로가 유독 아끼던 첫째 딸 이쓰코는 치과의사와 결혼해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웬 증권가에서 일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는 자신만의 IT 기업을 차리겠다고 말하는 이 남자, 소스케와의 결혼문제로 온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쓰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사업에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현재는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아 파산 상태로 마땅히 갈 때가 없다. 유명 사립 중학교에 다니던 그들의 아들 사토루 또한 공립학교로 옮겨야만 했다. 걱정할 일 없을줄만 알았던 큰 딸이기에 충격도 컸다. 그녀는 현재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편은 포도농장에서 몰래 일하는 중이다. 아들만이라도 도와줬으면 싶지만, 사춘기인 사토루는 새로 옮긴 학교에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그렇게 일단락 될 줄 알았지만 끝이 아니다. 둘째 딸, 도모에 마저 임신한 채로 집에 들어오게 되면서 한 차례 시끄러워졌다. 글을 쓰는 일을 하던 그녀는 신문기자인 남편 가즈히토를 만나 결혼하고, 남편 직장에 따라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며 살았다. 항상 사업자금에 허덕이던 첫째와 달리 잘 살고 있을줄만 알았던 둘째였는데 도모에 마저도 이혼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아이는 전 남편 가즈히토의 아이가 아니었다. 취재 중 만난 무려 스물 한 살의 신인 개그맨 신고의 아이이다. 그녀는 한창 자기일로 바쁜 신고에게는 알리지 않고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려 하며 그렇게 히다 부부네 집에 머무른다.
이 집안의 막내 아들 히다 가쓰로는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 히키코모리다. 나이 차이가 꽤 나고, 똑부러진 누나들 틈에서 언제나 관심밖의 대상이었고 점차 밖에 나가는 것 마저 꺼리며 그렇게 혼자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의 길을 택했다. 서른이 다 되도록 하는 일 없이 집에만 쳐박혀 있는 아들이 곱게 보일리만 없다. 언젠가는 내쫓아버리겠다는 마음이 있는 아버지 류타로는 가쓰로에게 모진말을 내뱉으며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었다. 어렸을 적 관심이 생긴 주식을 바탕으로 집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한다.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지만 아버지는 컴퓨터의 타닥타닥 소리마저 귀에 거슬린다.
이렇게 각자 사정을 가진 가족들이 다시 모이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소설이다. 기억이 오락가락한 92, 고령의 할머니 다케, 평화로운 삶을 살다 날벼락을 맞은 것 처럼 다 큰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게 된 히다 부부, 각자 출가해 돌아온 자매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10년넘께 아버지와는 담을 쌓으며 피해 살아온 가쓰로까지 오랫동안 자신들의 삶을 살아온 가족들이기에 어쩌면 삐걱거리는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현대 사회 '불황형 대가족'의 모습을 이 책 한권에 잘 축소해놓았다. 가족, 결혼, 고령화, 이혼 등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그대로 반영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도 같은 아슬아슬한 문제들을 가진 구성원들. 오늘만은 무사히 넘어가주길 바라는 심정도 무리는 아니였으리라. 긂에도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서로를 받아들이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내용은 감동적이었다. 무거운 소재임에도 유쾌하게 풀어낸 저자덕에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던 따뜻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