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유다의 키스

유다의 키스 ㅣ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매력적이지만 철저히 상대방을 교만하는 결혼사기꾼을 단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유다의 키스

유다의 키스 ㅣ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발레슬레브의 크리스티안순 근교, 로테는 인턴직원인 미카엘이 출근하지 않아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되고 별일 없을 거라는 예상을 넘어 끔찍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한편 광고계에서 잘 나갔지만 쓰레기 같은 자신의 삶을 청산하고 다른 사업을 시작한 단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미술 선생님의 남자친구를 찾아달라는 딸의 요청을 받아 미술 선생님인 우르술라를 만나게 된다. 나이차가 많아 어머니와 아들 같아 보이는 관계였지만 우르술라가 한눈에 빠져든 것처럼 자신에게 열렬한 구애를 펼치는 야콥을 밀어낼 수 없었고 젊고 건장하며 미남이기까지 한 야콥이 고등학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어리고 예쁜 제자들을 제치고 자신만을 바라본다는 사실은 인생에 다신 없을 로또와도 같았을 것이다.

왜 이런 멋진 청년이 나이도 많은 자신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일까..의심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잊고 싶을 만큼 야콥은 너무도 멋졌기에 우르술라가 이 청년에게 빠지지 않을 이유 또한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쯤 되면 독자들의 예상이 그러하듯 야콥은 우르술라의 재산을 가지고 흔적도 없어 사라져버린다. 너무도 사랑했기에 그녀에게 남겨진 상실감과 수치심은 우르술라가 야콥을 경찰에 신고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단 소르메달의 딸인 라우라가 그런 선생님을 너무 안타까워해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렇게 시작된 야콥을 쫓는 과정에서 단은 야콥의 이름과 그의 등에 있는 인도 문신의 의미가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의 먹잇감이 되는 대상은 유럽 로또에 당첨된 중년 여성으로 상대마다 접근하는 방식에서부터 그녀들을 대하는 고도의 심리전 등 그를 추적하면 할수록 단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단이 야콥의 행방을 쫓는 동안 첫 장면에 등장했던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친구 플레밍과의 공조로 살해당한 미카엘이 야콥의 동생이며 그가 발견된 장소에서 야콥의 지문이 발견된 점을 들어 이 사건이 어떤 연관선상에 있을 것인가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단은 야콥이 오래전 교구에서 파문당하며 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벌이는 결혼사기극에 누나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그에게 미끼를 던지는데.....

제목이 그렇듯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조차도 예수의 제자 '유다'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을 정도인데 사실 이야기를 읽을수록 사건과 제목의 연관선상이 무엇일까 내심 궁금했더랬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차피 인간이란 끝까지 알 수 없는 오묘함으로 점철된 존재인 만큼 반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인가 싶었다. '아나 그루에'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 앞전에 출간된 소설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알고 미쳐 읽어보지 못한 '이름 없는 여자들'을 통해 주인공 '단'을 더 알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지음, 김단비 옮김 / 앨리스 / 2021년 11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목에서부터 솔깃해질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는 그동안 만났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쓰인 글과는 조금 다른 차별화를 두고 있다. 사실 기존의 책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겠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도입부부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기 좋은 장소를 한두 군데쯤 선별해놓고 있을 것이다. 몇 군데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곳을 책 읽기 좋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실패와 여러 장소로의 이동, 그러면서 시간과 상황에 맞게 자신에게 최적화하기 위해 몇 번이나 그 장소를 찾아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나는 책 읽기 좋아하는 장소를 집보다는 카페를 선호하는 편인데 소규모의 카페는 좁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그 좁은 공간에 나 이외의 손님이 있다면 나만의 책 읽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불편함이 있어 잘 찾지 않는다. 아무래도 넓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라든가 좁은 공간보다는 널찍하며 음악은 가요보다는 팝이나 잔잔한 어쿠스틱 음악을 선호하는 카페에 딱딱한 나무 의자가 아닌 약간의 쿠션감이 있는 의자라면 책 읽기 좋은 장소로 합격 라인에 드는데 그럼에도 카페 주인이 친절하지 않다면 두 번은 안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름의 노력으로 책 읽기 좋을 장소로 골랐음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오롯이 독서하는 것이 뭉그러질 때가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손님이 많아 바로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집중이 안 되거나 의외로 집중력이 흐트러져 집중을 못 하게 되는 등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독서 유랑민이라면 충분할 만큼 느껴봤을 것이다.

책 읽기 좋을 최적의 장소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도입부부터 책 내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렇게 잡다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자신이 사담을 소신 있게 적어논 작가의 고민은 공감과 쩨쩨해 보일 수 있는 고민을 나만 했던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 등이 뒤섞여 여러 감정을 불러온다.

저자는 북 카페라는 곳이 의외로 책을 읽을 장소로 추천되지 않는다는 점을, 책을 읽기 좋을 장소로 카페를 들고 있지만 카페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이 카페 주인과 독자 간 어떤 입장 차가 있는지, 그럼에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비난이 얼마나 위선적인 일인지,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없는 장소지만 왜 그 장소가 자신은 좋은지 등등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세세한 경험담을 실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하지만 어쨌든 장소가 같아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상황에 따라 독서가 잘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는 내가 떠안아야 할 문제이고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생겨 계획이 틀어졌더라도 속은 상할지언정 무언가를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쳤던 독서와 공간에 대한 생각들이 오롯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위를 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담은 이 책은 그래서 더 독특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1~2 세트 - 전2권 - ① 선사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②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ㅣ 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김상훈 지음 / 성림원북스 / 2021년 11월

얼마 전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의 워크북을 접했던 터라 성림원북스의 <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 또한 별 고민 없이 집어 들게 됐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둔 부모라면 상관없겠지만 과학이나 역사 책은 어렵고 촘촘한 깨알 글씨로 점철된 책이 아닌, 가볍게 여겨지더라도 재미있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학교 공부와 연결되어 있어 더욱 역사란 분야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이의 성향에 성림원북스에서 나온 <한 번에 끝내는 중학 한국사>는 조건에 딱 부합되는 책이라 같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중학 한국사'는 1,2권으로 나누어지며 대부분의 한국사 책이 그러하듯 시대별로 분류해놓고 있다. 1권에서는 선사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를 담았고 2권에는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를 담고 있는데 책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이해를 돕는 시대별 유물이나 지도의 시원스러운 사진은 물론 아이들의 필기체를 연상시키는 단원 정리 노트, 연도별 연표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단 아이와 문제집을 고를 때 눈여겨보는 것이 자간 간격이나 책을 펼쳤을 때 번잡스럽지 않게 보일 구성인데 자칫하면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동서남북 상하 구분 없이 사진과 깨알 글씨는 다른 출판사보다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고 해도 꺼려지기 마련인데 세계사를 볼 때도 그랬지만 한국사 역시 교과서를 보는듯한 깔끔한 배열이 제일 마음에 든다. 상당한 정보를 담기보다 핵심 정보를 담으면서 아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중요한 핵심은 기억할 수 있어 좋고 함께 실린 사료 또한 선명해서 상당한 정성을 쏟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단원 노트 정리를 통해 각 시대 인물이나 사건의 차이를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어 만족도를 더하고 있다.

책의 뒤편에도 쓰여 있지만 한국사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은 물론 한국사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학업을 위해 피해 갈 수 없다는 느낌인 입장에서 펼친다면 그에 딱 부합되어 추천할 만한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은데 중간중간 단어 뜻풀이까지 되어 있어 초등학생이 읽기에도 무난한 책이다. 더불어 부모님이 함께 읽음에도 좋은 책인데 아이가 읽기 전에 어떤 내용들인지 살펴보다 보니 책장을 술술 넘길 정도로 흥미롭게 읽어지는 책이라 거실 맡에 두고 함께 읽기 좋은 책으로 꼭 추천하고 싶다.

개가 있는 계절

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개가 있는 계절>을 읽고 있노라면 '오야마 준코'의 <고양이는 안는 것>을 읽을 때의 가슴 따뜻함이 느껴진다.

개와 고양이라는 주제와 문체도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 책이 떠올랐을까 생각해 보니 각박한 세상에서 주인 잃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시로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 자신에게 사랑과 정성을 들이던 가족이 있었지만 시로는 버려졌고 그런 시로가 찾아든 새로운 보금자리는 하치고라는 주변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오는 고등학교였다. 학교에서 개를 키우는 것이 성립되느냐 안 되느냐의 기로에서 학생과 교장의 팽팽한 토론에서 결국 미술부에서 시로를 돌봐주는 조건으로 학교개가 된 시로, 원래 이름이 시로였지만 그것을 알지 못했던 하치고의 미술부 아이들이 재학 중인 고시로의 이름을 부른 것에 시로가 반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하치고 명물이 된 시로는 고시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개가 있는 계절>은 시로가 1988년부터 2019년까지 학교에서 지내며 바라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의 시선에서 바라본 하치고 아이들의 모습과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 그런 부담감에도 꿈과 희망이란 패기를 가슴에 품은 고등학생들의 모습들이 시대별로 그려지면서 하치고의 재학생에서 졸업생, 사회로의 발을 하치고 선생으로 부임해오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훗날 각기 다른 이야기로 등장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서로의 진로를 응원해 주고 이성의 호기심을 마음에 담았던 풋풋한 이야기에서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는 별로 없는 별종 친구와 취미가 맞아 함께했던 특별한 4일간의 이야기, 학교의 모습과 다른 행동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등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과 그것을 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고시로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어 시대마다 어떤 학생이 등장해 이야기가 전개될까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됐던 것 같다.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 개의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읽는 내내 즐거웠고 인간과 개가 주는 온기가 온몸을 따뜻함으로 데워주어 쌀쌀한 계절만큼이나 코로나로 인간과의 관계가 단절돼가는 듯한 요즘에 읽기 좋을 소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