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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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먹는 소녀, 무더위를 식혀줄 이야기라고 생각해 흥미를 느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오싹함이나 서늘함보다는 식인의 본능을 지닌 매런의 내적 갈등과 심리묘사로 인해 안타깝고 슬픈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다.

기억조차 희미한, 어쩌면 최초의 기억일지도 모를 아가 시절 매런은 자신을 맡은 베이비시터를 먹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본즈 앤 올>, 젖니조차 나지 않은 아기가 어떻게 사람을 뼈만 남기고 먹을 수 있을까, 문장 그대로를 읽어내려가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왠지 겉도는 듯한 느낌을 가지며 읽게 됐지만 아무런 감정 없이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의 느낌과 달리 사람을 먹어치운다는 설정이 크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도중에 끊을 수 없는 무언의 매력이 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먹어치워버리는 매런,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다가온 아이들의 숨결을 느낄 때마다 순간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식인 본능이 살아나 걷잡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마는 매런, 그리고 찾아오는 후회와 자신에 대한 자책,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듯한 엄마의 태도,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아 매런이 저지르는 식인 이야기가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조차 자기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데 하물며 아이가 본능을 거스르기란 더 어렵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소설 내내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는 매런의 모습이 내내 안타깝게 다가왔다.

매런이 또래 아이를 먹어치울 때마다 엄마는 체념한 듯 짐을 챙겨 자리를 잡았던 곳들을 미련 없이 떠나고 그런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면서 매런의 엄마도 점점 지쳐간다. 그 누구와도 정을 나눌 수 없고 사고 없이 오늘 하루도 잘 넘겼다는 불안감 속에서 매런을 키워냈을 테니 매런의 엄마도, 매런도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위태로운 생활은 매런이 열여섯 생일을 맞으며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져버린 엄마, 하지만 똑똑한 매런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엄마가 조부모님의 집에 갔을 거라고 예상한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조부모님의 주소를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난 매런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발견하지만 원망의 마음 뒤로 너무 괴로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빠를 찾아 나선다.

<본즈 앤 올>은 식인 소녀인 매런의 식인 성장기를 다룬 것 같지만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임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람을 먹어치우고 그 후에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를 구체적으로 끌어내지는 않는다.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가 다소 위험한 발상이라 그것을 디테일하게 풀어썼다면 아마 나는 이 소설을 읽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디테일을 빼고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녀의 성장이란 느낌을 주는 소설이고(그것이 식인 소녀임에도) 이후에 '리'라는 캐릭터와의 만남을 통해 더 한층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예상했던 호러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분위기와 전개여서 의외의 가독성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무서운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이 영화화된다니 영화에서는 소설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낼지 그것 또한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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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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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시기와 그 시기를 대표하듯 모던보이를 자처하던 '에드가 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은일당 시리즈 '호랑이 덫'은 남산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고 신출귀몰한 호랑이가 사람을 해한다는 말로 다 저녁에 외출하려던 에드가 오를 잡는 선화의 모습부터 시작된다.

자신과 같은 모던을 추구하던 친구 세르게이 홍이 경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를 만나러 나서는 에드가 오의 발길을 잡는 선화,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을 이야기하며 에드가 오의 출타를 막아보지만 호랑이 출몰을 어른이 두려워하느냐며 콧방귀를 뀌는 에드가 오, 이에 선화는 호랑이 출몰과 박람회 등으로 일본 순사가 도처에 깔려 있으며 잘못될 경우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며 말려보지만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만드는 일에 신통함을 보이는 에드가 오는 선화의 눈길을 피해 창문을 넘어 외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어둑어둑한 밤길, 습한 기운에 곧 비가 올 것임을 직감한 에드가 오는 선화의 말을 들을까 고민하는데 그런 와중 들린 한발의 총성과 번쩍이는 번갯불에 총을 든 순사와 미동조차 없이 누워있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순사는 포수가 사람을 쏘고 도망쳤다며 어디론가 가버리고 얼굴에 구멍이 난 시체와 남겨진 에드가 오는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남정호 순사와 재회하게 되는데....

'은일당' 시리즈의 매력은 단연 에드가 오의 허당기인데 에드가 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탐정놀이하듯 몰입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논리정연하게 풀어 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굉장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허당의 대표 이미지를 그야말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정이 갈 수밖에 없는 인물인데 사고만 치고 다니는 에드가 오 곁에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에드가 오가 사건 해결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화와 연주의 활약이 케미를 이루며 흥미를 더하고 알듯모를듯한 이들의 미묘한 감정선도 한층 즐거움을 준다.

어둠 속에 일어난 살인사건, 에드가 오의 지인인 세르게이 홍을 예의주시하는 순사, 그리고 세르게이 홍을 중심으로 도는 묘한 소문, 왠지 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보듬어줘야 할 것만 같은 에드가 오 캐릭터의 유쾌함과 시대적 배경의 아픔까지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에 담겨 있어 독자로써 느껴야 할 부담감을 조금은 덜 수 있는데 계절을 주제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 같아 이어질 다음 편엔 우리의 에드가 오가 어떤 사고와 사건 해결을 할지, 그의 곁에 두 여인들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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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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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에 가라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의사를 선택한 해수, 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슬렀다는 자기 의지에 반해 자신이 정말 의사를 원했던 것인지 회의감을 느끼는 해수에게 최근 들어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때마다 그들의 과거가 보여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더군다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해수를 보는 의료진의 눈길도, 그러다 정말 환자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해수로 하여금 사직서를 내게 만들지만 그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신의 뜻으로 엮여 있다는 운명론이 해수의 발목을 잡는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고생고생하며 의사가 된 연화,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의사가 된 재하, 재하가 한눈에 반한 해인, 해수를 비롯한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각자 마음속 깊이 품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데 이들 모두 19년 전 발생한 크루즈 사건과 연관되어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환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상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크게 마음속에 자리 잡아 상실감을 주는지 엿볼 수 있다.

바다 위에서 벌어진 크루즈 화재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과 그 사건과 얽혀있던 사람들의 악연들...

소설을 읽으며 하필이면 바다 위에서 발생한 크루즈 사고가 자연스럽게 연상시킨 사고로 인해 가슴 언저리가 내내 묵직하니 아플 수밖에 없었는데 등장하는 인물이 그 사건으로 인해 짊어져야 했을 상처가 글로도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아 더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굉장한 몰입감이나 임팩트가 있는 소설이라기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전래동화와 뜬금없게 느껴질 정도의 로맨스 기류에 좀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표지와 다르게 묵직한 통증을 내내 달게 해줬던 느낌이 강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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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 여성 호러 단편선
김이삭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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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라 더 섬뜩함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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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범죄 추리 게임 The Perfect Crime Puzzle Book - 형사 vs 범인 숨막히는 심리 게임의 최후 승자는? 섹시한 두뇌계발 시리즈 9
개러스 무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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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범죄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만 범죄 추리게임이 실린 책에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이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지만 간략한 이야기를 통해 범인을 색출하는 문제 형식은 왠지 모르게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어떤 문제들이 실려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90문제가 실려 있는 <완전 범죄 추리 게임>의 저자 '개러스 무어'는 세계 최고라 칭해지는 두뇌 게임 전문가이자 퍼즐북 작가라고 한다. 어른도 아이를 위한 두뇌 게임을 고안해 냈다고 하는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어떤 문제는 아이들의 관점에서도 풀기 쉽게 이루어진 문제가 있는가 하면 좀 더 두뇌를 가동해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게끔 하는 문제도 있어 지루하다거나 흥미를 잃은 위험 없이 즐길 수 있다.

평소 범죄 추리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문제풀이 형식이라 승부욕을 자극받을 수 있는 문제들이 산재해있어 즐겁게 풀 수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어렵거나 복잡한 문제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미로 찾기나 스도쿠, 암산이나 디지털 숫자 변환 등이라든지 한 사건을 두고 이루어진 증언의 거짓과 참을 판별해 내는 문제 등 생각보다 광범위한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대략 문제는 한쪽이거나 한 장 분량이며 문제의 해답이 뒤편에 실려 있어 막히는 부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혼자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아이를 둔 가정에서 함께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여행할 때 이동거리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또는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은 어른과 아이를 위해 고안한 두뇌 게임이라는 저자의 고민이 엿보였던 것 같고 90여가지나 되는 문제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연구했을 저자의 노력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으로 손색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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