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대에 가라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의사를 선택한 해수, 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슬렀다는 자기 의지에 반해 자신이 정말 의사를 원했던 것인지 회의감을 느끼는 해수에게 최근 들어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때마다 그들의 과거가 보여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더군다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해수를 보는 의료진의 눈길도, 그러다 정말 환자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해수로 하여금 사직서를 내게 만들지만 그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신의 뜻으로 엮여 있다는 운명론이 해수의 발목을 잡는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고생고생하며 의사가 된 연화,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의사가 된 재하, 재하가 한눈에 반한 해인, 해수를 비롯한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각자 마음속 깊이 품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데 이들 모두 19년 전 발생한 크루즈 사건과 연관되어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환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상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크게 마음속에 자리 잡아 상실감을 주는지 엿볼 수 있다.

바다 위에서 벌어진 크루즈 화재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과 그 사건과 얽혀있던 사람들의 악연들...

소설을 읽으며 하필이면 바다 위에서 발생한 크루즈 사고가 자연스럽게 연상시킨 사고로 인해 가슴 언저리가 내내 묵직하니 아플 수밖에 없었는데 등장하는 인물이 그 사건으로 인해 짊어져야 했을 상처가 글로도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아 더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굉장한 몰입감이나 임팩트가 있는 소설이라기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전래동화와 뜬금없게 느껴질 정도의 로맨스 기류에 좀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표지와 다르게 묵직한 통증을 내내 달게 해줬던 느낌이 강하게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