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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ㅣ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평점 :
암울한 시기와 그 시기를 대표하듯 모던보이를 자처하던 '에드가 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은일당 시리즈 '호랑이 덫'은 남산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고 신출귀몰한 호랑이가 사람을 해한다는 말로 다 저녁에 외출하려던 에드가 오를 잡는 선화의 모습부터 시작된다.
자신과 같은 모던을 추구하던 친구 세르게이 홍이 경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를 만나러 나서는 에드가 오의 발길을 잡는 선화,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을 이야기하며 에드가 오의 출타를 막아보지만 호랑이 출몰을 어른이 두려워하느냐며 콧방귀를 뀌는 에드가 오, 이에 선화는 호랑이 출몰과 박람회 등으로 일본 순사가 도처에 깔려 있으며 잘못될 경우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며 말려보지만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만드는 일에 신통함을 보이는 에드가 오는 선화의 눈길을 피해 창문을 넘어 외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어둑어둑한 밤길, 습한 기운에 곧 비가 올 것임을 직감한 에드가 오는 선화의 말을 들을까 고민하는데 그런 와중 들린 한발의 총성과 번쩍이는 번갯불에 총을 든 순사와 미동조차 없이 누워있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순사는 포수가 사람을 쏘고 도망쳤다며 어디론가 가버리고 얼굴에 구멍이 난 시체와 남겨진 에드가 오는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남정호 순사와 재회하게 되는데....
'은일당' 시리즈의 매력은 단연 에드가 오의 허당기인데 에드가 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탐정놀이하듯 몰입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논리정연하게 풀어 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굉장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허당의 대표 이미지를 그야말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정이 갈 수밖에 없는 인물인데 사고만 치고 다니는 에드가 오 곁에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에드가 오가 사건 해결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화와 연주의 활약이 케미를 이루며 흥미를 더하고 알듯모를듯한 이들의 미묘한 감정선도 한층 즐거움을 준다.
어둠 속에 일어난 살인사건, 에드가 오의 지인인 세르게이 홍을 예의주시하는 순사, 그리고 세르게이 홍을 중심으로 도는 묘한 소문, 왠지 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보듬어줘야 할 것만 같은 에드가 오 캐릭터의 유쾌함과 시대적 배경의 아픔까지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에 담겨 있어 독자로써 느껴야 할 부담감을 조금은 덜 수 있는데 계절을 주제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 같아 이어질 다음 편엔 우리의 에드가 오가 어떤 사고와 사건 해결을 할지, 그의 곁에 두 여인들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