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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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티에 참석했던 23세의 여대생 '레나 백'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뮌헨 경찰청은 실종 여대생 행방을 추적하지만 좀처럼 레나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 제발 살아만 있게 해달라는 부모의 기대는 실종 14년이란 세월 동안 체념으로 바뀌고 그럼에도 실종된 딸을 가슴에 묻고 마음 편할 날 없던 어느 날 체코 국경 근처 숲속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젊은 여성의 인상착의가 레나와 비슷하다는 정보를 받고 레나의 부모님은 딸일지도 모를 레나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14년 동안 그토록 기다려왔던 레나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고 이에 또 한 번의 절규가 뒤따르던 찰나 병원 복도에서 어린 시절 레나와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와 마주치게 되는데....

<사랑하는 아이>는 '레나'라는 인물과 레나의 딸인 '한나', 숲속 오두막집에서 탈출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레나라고 말하는 야스민이란 인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미 뻔히 알 것 같은 내용인데도 인물의 시선을 따라 흐르는 쫀쫀한 전개가 돋보여 몰입하여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지만 이 작품을 쓴 '로미 하우스만'이란 작가가 출판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는 후문은 다소 의외이기도 하면서도 그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는 숲속 오두막집, 납치되어 온 여성은 무조건 레나여야만하며 납치범을 죽이고 싶어 하면서도 감히 그에게 대항할 수 없는 여성들이 느낄 상황과 심리상태는 긴장과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 속에서 아이를 지켜야 하는 엄마의 모성애와 미처 세상을 보지 못한 채 부모의 교육으로만 커온 한나가 보는 세상을 엿보며 안타까움과 서글픔, 충격과 분노가 함께 느껴졌다.

오랜 세월 동안 철저히 유린당하고 학대당한 인물들의 시선과 달리 간간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떤 인물인지 호기심이 일었고 작가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적절한 밀고 당김으로, 너무 뻔하지 않게 글의 완급조절을 잘한 것 같고 당장 눈앞에서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아님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몰입성까지 안겨줘서 이 작가의 다음 소설도 망설임 없이 읽고 싶어질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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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가리로만 할까?
박정한.이상목.이수창 지음 / 들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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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아가리'란 입으로만 한다고 내뱉어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비루함의 상징인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 또한 그런 아가리에 속하는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엔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인이 산 아파트가 한 달 만에 일억이 넘는 가격이 오르고 고민만 하다가 사지 않은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때의 심정이란, 나의 가방끈이 길지 못한 것은 부모 탓이요, 더 넓은 집에 살지 못하는 것은 부모의 도움 없이 시작한 것이라며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고 그로 인해 한없이 우울하기만 한 삶, 그 어둡고 우울하기만 했던 기간을 나 또한 겪어봤다.

한마디로 비루하기 짝이 없는, 답도 없고 쓸데도 없으며 정신건강에 최악인데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까지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온갖 잡생각 때문에 한동안 힘든 기간을 견뎌낸 후 내가 얻은 답은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그만두자였다. 남이 가는 여행, 남이 먹는 음식, 남이 사는 집, 남이 타고 다니는 차, 남의 직장, 남의 성격 모두 내 것이 아니라면 비교하지 말고 그저 내 맘이 편하자고 타인을 깎아내리는 못된 심성 또한 접어두는 것이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지질함에 오래 쩔어있다 깨달은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틈엔가 불쑥 나도 모르게 비루한 생각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내 맘 편하자고 편협한 생각들이 자꾸만 튀어나와 결국엔 입 밖으로 뱉어버린 나 자신이 한심해 지구 멸망을 빌 만큼 사라져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는 그런 사고방식, 그런 생각에 붙잡혀 더없이 초라해질 나 자신을 겨냥한 일침이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한순간 내 감정 편하자고 남을 깎아내리고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변명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여 스스로 평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알면서도 그 순간 이성을 이겨내는 것을 못할 때가 나 또한 많이 발생한다. 그렇게 내뱉어버리면 이후 내내, 심지어 몇 년 동안 불쑥불쑥 그때의 상황 때문에 밤잠을 설칠 만큼 후회스러울 때가 있는데 차마 타인에게는 바른말로 하지 못하지만 나 자신에게 또한 정색하고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아닌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도 심통 난 마음을 다잡기 힘들 때가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도록 하자. 뾰족뾰족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집 나간 이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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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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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 컬렉션 01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히구치 이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지이 모토지로', '나카지마 아쓰시',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의 단편들을 묶어놓은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평탄한 삶보다는 짧지만 굵게 문학에 한 획을 긋고 생을 마감한 작가들의 단편들이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단편을 읽노라면 애틋한 감정마저 생겨난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작가들의 이름이 반갑겠고 일본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름이라 거리감은 덜 느껴질듯하다. 그리고 이들이 살았던 시대상이 문학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현재가 주는 시대성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그 나름대로의 순수한 인간미마저 느껴지기에 단편 한편마다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등장하는 '히구치 이치요'의 '섣달그믐'이란 작품은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마음 씀씀이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집안에 하녀로 일하는 '미네'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를 잃고 자신을 거둬준 외삼촌이 앓아눕는 바람에 미네는 외삼촌댁에 도움이 되고자 하지만 꾀부리지 않고 일 년이나 일했음에도 딱한 사정을 봐주지 않고 돈을 빌려주지 않아 평범한 미네가 주인의 돈을 훔치게 되고 그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게 된 순간 맞닥뜨리게 될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초반에 등장하게 될 돈 많은 집 철부지 도련님의 못된 장난을 연상하던 나는 오히려 이런 구도가 유쾌하게 그려져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인간의 순수함과 악함이란 감정을 나타내고 있지만 마냥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밑바닥까지 가라앉을 어두운 감정을 차고 올라가 밝은 이미지와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은데 그 시대에도 나름대로 삭막하고 황폐한 이미지가 있었음직함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시대성과는 견줄 수 없는 잔잔함이 느껴져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들에게도, 그들이 써 내려갔던 인간 내면적인 고뇌가 깃든 단편들도 모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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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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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임신하여 자신을 낳은 엄마, 기반을 잡지 못해 외할머니 집에 살며 할머니와 불화를 겪었던 아버지, 자신을 이어 태어난 동생,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 그런 집에서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 아버지, 딸의 죽음과 사위의 부재로 인하여 떠맡게 된 손녀 둘, 원래부터 남편 없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할머니는 사랑하는 딸의 죽음과 맞바꾼 손녀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질 못했고 그런 가정 속에서 키워진 미키와 케이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자신과 달리 예쁘고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동생 케이시, 외모나 말주변은 없지만 지적 능력엔 자신 있는 미키, 마약과 성매매가 끊이지 않는 부랑아 같은 곳에서 자란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동생 케이시가 불량 친구들과 사귀며 마약에 손대기 시작하자 믿고 의지했던 자매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경찰이 된 미키, 마약과 성매매에 찌들어 사는 동생 케이시, 길거리를 순찰하는 도중 만나도 자매는 서로 아는척하지 않는다. 마약에 절어 길거리에 죽어 나뒹굴어도 누구 하나 신고하지 않는 삭막한 도시, 그러던 어느 날 미키는 마약에 중독돼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닌 교살로 의심되어 살해되는 여성들의 시체를 마주하며 한참 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동생 케이시를 찾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희망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도시에서 마약을 하기 위해 성매매를 일삼는 동생의 삶을 바라보는 경찰관 언니 미키의 시선을 따라 거대한 미국이란 나라의 부패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살해된 여성들을 쫓는 경찰의 모습에서 사건의 피해자일지도 모를 동생을 가진 가족의 심정을 따라가고 있어 범죄 스릴러의 소설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매력 또한 있는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소설인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지,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게 만드는 소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적인 면이 느껴져서 미키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성장기를 조용히 따라가며 그 자체만으로도 발걸음을 함께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는 글귀와 마약과 성매매에 찌든 미국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란 예고에 호기심이 동했지만 그렇게 예상되는 이야기와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 임팩트가 느껴지기보다 기본기를 충실히 잘 따른 소설이란 느낌을 많이 받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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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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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긴장감이 흐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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