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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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임신하여 자신을 낳은 엄마, 기반을 잡지 못해 외할머니 집에 살며 할머니와 불화를 겪었던 아버지, 자신을 이어 태어난 동생,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 그런 집에서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 아버지, 딸의 죽음과 사위의 부재로 인하여 떠맡게 된 손녀 둘, 원래부터 남편 없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할머니는 사랑하는 딸의 죽음과 맞바꾼 손녀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질 못했고 그런 가정 속에서 키워진 미키와 케이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자신과 달리 예쁘고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동생 케이시, 외모나 말주변은 없지만 지적 능력엔 자신 있는 미키, 마약과 성매매가 끊이지 않는 부랑아 같은 곳에서 자란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동생 케이시가 불량 친구들과 사귀며 마약에 손대기 시작하자 믿고 의지했던 자매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경찰이 된 미키, 마약과 성매매에 찌들어 사는 동생 케이시, 길거리를 순찰하는 도중 만나도 자매는 서로 아는척하지 않는다. 마약에 절어 길거리에 죽어 나뒹굴어도 누구 하나 신고하지 않는 삭막한 도시, 그러던 어느 날 미키는 마약에 중독돼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닌 교살로 의심되어 살해되는 여성들의 시체를 마주하며 한참 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동생 케이시를 찾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희망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도시에서 마약을 하기 위해 성매매를 일삼는 동생의 삶을 바라보는 경찰관 언니 미키의 시선을 따라 거대한 미국이란 나라의 부패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살해된 여성들을 쫓는 경찰의 모습에서 사건의 피해자일지도 모를 동생을 가진 가족의 심정을 따라가고 있어 범죄 스릴러의 소설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매력 또한 있는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소설인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지,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게 만드는 소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적인 면이 느껴져서 미키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성장기를 조용히 따라가며 그 자체만으로도 발걸음을 함께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는 글귀와 마약과 성매매에 찌든 미국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란 예고에 호기심이 동했지만 그렇게 예상되는 이야기와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 임팩트가 느껴지기보다 기본기를 충실히 잘 따른 소설이란 느낌을 많이 받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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