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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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 컬렉션 01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히구치 이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지이 모토지로', '나카지마 아쓰시',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의 단편들을 묶어놓은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평탄한 삶보다는 짧지만 굵게 문학에 한 획을 긋고 생을 마감한 작가들의 단편들이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단편을 읽노라면 애틋한 감정마저 생겨난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작가들의 이름이 반갑겠고 일본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름이라 거리감은 덜 느껴질듯하다. 그리고 이들이 살았던 시대상이 문학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현재가 주는 시대성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그 나름대로의 순수한 인간미마저 느껴지기에 단편 한편마다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등장하는 '히구치 이치요'의 '섣달그믐'이란 작품은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마음 씀씀이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집안에 하녀로 일하는 '미네'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를 잃고 자신을 거둬준 외삼촌이 앓아눕는 바람에 미네는 외삼촌댁에 도움이 되고자 하지만 꾀부리지 않고 일 년이나 일했음에도 딱한 사정을 봐주지 않고 돈을 빌려주지 않아 평범한 미네가 주인의 돈을 훔치게 되고 그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게 된 순간 맞닥뜨리게 될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초반에 등장하게 될 돈 많은 집 철부지 도련님의 못된 장난을 연상하던 나는 오히려 이런 구도가 유쾌하게 그려져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인간의 순수함과 악함이란 감정을 나타내고 있지만 마냥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밑바닥까지 가라앉을 어두운 감정을 차고 올라가 밝은 이미지와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은데 그 시대에도 나름대로 삭막하고 황폐한 이미지가 있었음직함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시대성과는 견줄 수 없는 잔잔함이 느껴져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들에게도, 그들이 써 내려갔던 인간 내면적인 고뇌가 깃든 단편들도 모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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