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인문학 - 속박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조언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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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찌보면 간단할 수도 있는 이 물음은 몇천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수 많은 사유를 낳았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렵다면 한껏 어렵고 아리송한 주제이며 반대로 간결하게 생각해본다면 이 또한 복잡할 것이 무엇이냐는 일갈을 받을 수도 있는 인간의 오랜 숙제와도 같은 물음,

하지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어렵다면, 유쾌할 정도로 간단하다면 이것은 어쩌면 나의 마음이 반영된 답일 수도 있다.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내가 느끼는 기분에 따라 이것에 대한 물음은 다양하게 나타나며 인문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심오하고도 복잡한 사유를 이끌어내지 않더라도 그저 내 마음만 들여다보면 일단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이것으로부터 진정 자유롭기란 어렵다.

타인이 재단한 것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이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신념대로 살아가기란 사실 너무 어렵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은 진정한 자유를 원하지만 길들여진대로,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서, 무리에 휩쓸리기 위해 나도 모르는 사이 자유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버린 것은 아닌지 물어볼 일이다. 많은 심리서에서 볼 수 있듯 장자 또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의 여러 인물의 유명한 일화 속에서 내 몸을 휘어감고 있는 껍데기에서 탈피해 진정한 내 모습을 찾는 것을 강조하는 장자의 가르침.

물질만능의 시대, 생각할 여유 없이 다람쥐 챗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현재 내가 채우고 있는 것이, 내가 바라보는 것이 내 안의 내가 아닌 외부적인 것이라면 과감히 버려내야할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새처럼 나를 둘러싼 단단한 막을 걷어내고 지금까지의 내 삶을, 내 자신을 깨버려야함을 이야기한 <장자인문학>, 단단한 울림을 주는 고전이라 책장에 꽂아 두고두고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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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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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나의 마지막 히어로 / 엠마뉘엘 베르네임

클러버 랭 KO패. 헤비급 세계 챔피언은 이탈리아 종마 록키 발보아......."

영화가 끝나고 박수치는 관객들 속에 팔걸이를 꽉 잡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록키의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리즈, 옆에 있던 미셸의 재촉에 리즈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만 귓가에는 '빰 빠바밤 빠바밤....' 록키의 전주곡이 계속 울려퍼진다.

귓가에 맴도는 록키의 전주곡, 리즈는 땀에 흠뻑 젖은 채 현실과 꿈 사이를 혼동할만큼 열에 들끓은 후 비서일을 그만두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한다. 자신의 새로운 시작과 예과에 다닐 때 배웠던 교재를 가지러 집에 들르지만 리즈의 결심을 들은 부모님의 반응은 냉랭하고 리즈는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부모님도, 미셸도 정리한 리즈는 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 보금자리를 정한 뒤 오로지 공부와 밤 야근 근무만으로 의사일에 매진한다. 휴가 한번 가지 못할 정도로 공부에만 매달렸던 리즈였지만 자신의 우상 스탤론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는 리즈, 그러던 어느 날 생기 잃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영양크림과 옷을 사러 나간길에 권투 클럽을 발견하고 등록을 한다. 탈의실을 혼자 독점하는 것과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비웃음을 사지만 리즈는 굴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연습한다. 그렇게 체육관을 슬슬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즈음 리즈는 체육관에서 '장'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병원에서 일하며 틈틈이 논문을 써 리즈는 당당히 의사가 되고 곧이어 임신을 하게 되어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다정다감한 남편 장과 아이가 있어 더 없이 행복한 날들, 바쁜 자신을 대신해 장이 아이를 봐주는 일이 많지만 그 속에서도 리즈는 스탤론의 영화가 나오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리즈는 새로나온 스탤론의 영화를 보러 갔다가 텅빈 영화관을 발견하게 되고 스탤론을 위한 계좌를 만들어 자신의 수입 10%를 저금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날들 속에 자상한 남편에게조차 스탤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리즈, 혼자서 영화를 보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대며 극장을 찾는 리즈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되지 못할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마음을 알 수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맡길 곳 없어 차마 영화를 볼 수 없었을 때도 힘들게 긴 줄을 서서 표만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리즈의 모습에는 그녀가 위태로워보이던 자신의 내면세계를 다스릴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던 것이 스탤론으로 아마 일반인이 믿는 영적인 믿음이 스탤론에게 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스탤론으로 연결된 자신의 삶을 놓지 않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나의 마지막 히어로>를 통해 '엠마뉘엘 베르네임'이란 작가를 처음 만났고 사전에 어떤 지식없이 책을 펼쳐봤던지라 간결함의 극치미를 보여주는 작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듯한 간결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과 진동이 이렇게 강력할 수도 있다는게 그저 놀라울 뿐인데 그동안 보았던 길고 긴, 너무나 길고 길어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마저 사로잡히게 되는 영미소설에 등장하는 비유나 묘사와 달리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한문장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핵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게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짤막한 한 문장으로도 독자들을 K.O 시킬 줄 아는 무기를 지닌 '엠마뉘엘 베르네임', 이 강력함을 어떻게 진정시켜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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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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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라이프 / 엘리트 제국의 몰락 /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엘리트 제국의 몰락>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면서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대중들의 염원하는 담은 제목인건가?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이라는 부제에 대한 호기심을 꺽을 수 없었다.

종말이 가능하기는 할까?

<엘리트 제국의 몰락>은 그들만이 사는 세상, 엘리트 제국 /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엘리트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 공익보다는 사익, 엘리트 제국의 규칙 /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치는 가능한가라는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엘리트는 '가장 뛰어난, 최고의 사람'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정의에서 시작되어 1972년 '하트피엘'이 자신이 집필한 사회학 사전에 '사회적,정치적으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특징을 지닌 소수'라고 정의하였는데 하트피엘이 정의한 '엘리트'라는 개념이 가장 현실적인 듯 싶다.

엘리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미하엘 하르트만'이 본 독일 사회뿐만이 아닌 미국, 영국, 프랑스 등등 전세계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의 불평등을 조장하며 인도처럼 대놓고 카스트 제도를 고수하지는 않더라도 세계 곳곳에 포진해 있는 보이지 않는 계급 군단을 조장하는, 그들만의 세상인 엘리트 제국, 그에 걸맞게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 프랑스, 영국에서의 명문대 졸업생들과 세계 억만장자 CEO간의 상관관계는 결코 낯설지 않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나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릿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곳들의 연간 학비는 일반 학생이 장학금으로 받는 금액을 충당하고도 사회인의 일년 연봉의 반이나 되는 금액인 것을 따져본다면 경제와 정치가 부와 연관되어 있고 비싼 학비에 대한 부담이 없는 상위 집안 자제들이 명문대를 나올 확률 또한 높으며 재벌들의 대학 기부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어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섭리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세계 부자 CEO들의 출신학교들이 대부분 명문대와 연결되어 있는 것 또한 당여한 이치일터,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일반인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허용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들의 세계는 더욱 견고하고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상류층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정치나 경제계 인사들과 어울릴 일이 많아 애초에 사회적 출신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신분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고 부는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탈세도 서슴치 않지만 그에 대한 사회의 댓가는 공적자금과 빼돌린 세금보다도 못한 과징금일 뿐,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을 이야기에 이제는 분노할 힘도 없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돈 많은 대통령의 나는 너희들 편이라는 입발림에 속아 다른 세상을 바라는 대중들의 우매함에 대해서도 화낼 기력이 없다. 자신들의 부와 명예, 집요함으로 나라의 정책을 바꿔버리고 회사가 파산을 맞이하여 월급을 받을 일 없이 쫓겨난 많은 노동자들과는 달리 은행이나 기타 유사 기관에서 연봉 보증을 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고 여유롭게 생활하는 그들을 개념이 없다며 비난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대중과 생각하는 출발선상이 다른 엘리트 집단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평소 알던 내용에서 엘리트라는 단어만 조금 색다르게 다가올까, 엘리트 제국이 몰락하는 것을 호기롭게 바란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아닐까, 세계를 이끌어가는 소수의 1%보다 나머지 99%의 대중의 힘을 바랐던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사회학자보다는 어쩌면 결말이 더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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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눈이의 사랑
이순원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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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오목눈이의 사랑 / 이순원 장편소설




붉은머리오목눈이, 흔히들 뱁새라고 부르는 우리나의 텃새로 얼핏보면 참새와 비슷해보이지만 참새와 다른 식성을 지닌 자그마한 새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뱁새라고 불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며칠 전 딸아이와 생물자원관에 갔다가 오목눈이 모형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름은 들어봤지만 생김새를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처음이었고 이 책을 읽기 않았다면 오목눈이의 습성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6형제의 넷째로 태어난 '육분의', 육분의의 엄마는 육분의를 낳던 순간 구름도 끼지 않은 하늘에 육분의만 보이는 것이 신기해 넷째로 태어난 오목눈이에게 '육분의'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하늘의 신비함만큼 오묘한 이름을 가진 육분의는 어느덧 자라 짝을 짓고 알을 낳아 키우는 어미 오목눈이가 되었다. 알을 잘 키우기 위해 튼튼한 집을 짓고 그렇게 알을 낳아 정성스럽게 키우던 육분의는 그 속에서 유난히 파란 알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것이 뻐꾸기 알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그렇게 두번을 뻐꾸기 알에 속았음에도 세번째에도 결국 육분의는 작고 파란 자신의 알보다 좀 더 큰 파란 알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도 아닐거라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키우고 결국 뻐꾸기 새끼가 먼저 알을 깨고 나와 육분의의 알들을 둥지 밑으로 버림으로써 혼자 남게 된다. 그럼에도 육분의와 남편은 뻐꾸기 새끼에게 앵두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하루종일 먹이를 나르며 자신들보다 점점 더 커지는 앵두를 정성스레 키운다. 오목눈이들이 무서워하는 새매를 닮은 암뻐꾸기가 다가와 공포에 몰기를 몇번, 날개를 푸드덕거리던 앵두는 뻐꾸기의 울음 소리를 내며 암뻐꾸기에게로 날개짓을 하며 사라지고 육분의와 남편은 그 앞에서 그저 허망함을 느낀다.

바보같이 내 알들이 둥지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내 새끼가 부화하였음에도 앵두가 둥지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만했던 육분의 부부는 앵두가 그렇게 떠나고 괴로워하는 날들을 보내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밤 육분의 남편이 누룩뱀에 물려 죽고 혼자 남게 되자 철학 오목눈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정해가기 시작한다.

 

 

 

 

육분의는 앵두가 엄마를 따라 아프리카로 떠난 것을 보고 다시 되돌아오기를 기다릴까란 생각도 해보지만 자신이 직접 앵두를 찾아 아프리카로 날아가기로 결심한다. 너무나 멀고 긴 여행이므로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리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고 떠난 출발이었지만 너무나 멀고 힘겨운 여정이라 육분의는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계속한다.

여행길에서 육분의는 오목눈이와 뻐꾸기를 닮은 물고기인 시클리드와 뻐꾸기 물고기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누가 알려준 적은 없지만 새들이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고 쉬고 싶을 때 보금자리로 정하는 곳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히말라야 산맥 근처에서는 엄청난 눈보라와 추위를 맞고 바다를 건너지 못해 페르시아쪽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서로 전쟁으로 죽고 죽이는 것도 보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로지 앵두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 여정, 사실 자기 자식이 아님에도 기른 정으로 그 멀고 먼 곳까지 목숨을 건 여정을 이어가는 육분의를 마음으론 이해하면서도 그럼에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 더 마음이 싸하게 아파왔던 것 같다. 기른정과 낳은정 사이에서 꽤 진지한 고민을 해봤던 기억이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더 울컥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느끼는 모정을 알면서도 그렇게 엄마를 따라 매정하게 가버렸던 앵두의 모습을 떠올리면 한편으론 가라앉지 않는 서운함이 들어 새들의 모정속에서 꽤나 복잡한 심경을 느껴야했던 <오목눈이의 사랑>

제목에서 가벼운 내용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두께감이 별로 없어 부담없이 펼쳐들었는데 예상을 초월하는 묵직한 감동이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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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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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책 /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 가키야 미우 지음


비혼과 저출생대책으로 인해 시행된 <추첨맞선결혼법>!!!

무슨 이런법이 다 있냐며 자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 전대미문의 법이 일본에서 시행되었다!

기발한 소재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오지만 반면 이것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 오싹함이 다가오는 가키야 미우의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나날이 인구절벽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 초고령화와 비혼, 저출산 문제로 인해 나라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으니 일본 정부는 히든카드로 <추첨맞선결혼법>을 시행한다. 구시대적인 착안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정말 법이 통과될까 반신반의하던 속에 추첨맞선결혼법이 가결되고 이에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 전적이 없는 미혼 남녀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맞선을 보게하는 제도인데 나이차는 플러스마이너스 5세이며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3번 놓게 되면 테러대책활동인 테러박멸대에서 2년을 복무해야한다.

법안이 발의된 후 애인이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려야했고 애인이 없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추첨맞선제를 봐야했으니 이 말도 안되는 제도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와 왠지 모를 섬뜩함을 안겨준다.

알코올중독자에 폭력적인 아버지를 뒀던 요시미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요시미를 길러준 엄마를 외면할 수 없어 함께 살고 있지만 친구도, 취미 활동도 없이 요시미의 일거수일투를 감시하는 듯한 엄마와 함께 사는것이 점점 버겁게 느껴진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그쪽으론 성공할 수 없었던 나나는 아버지 빽으로 라디오 음악 방송과 예능 방송의 제작 스태프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정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질구레한 엽서 분류나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엄마는 결혼해서도 일을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나나는 여행사 직원인 란보와 결혼하면 전업주부로 살고 싶다. 더군다나 결혼추첨제가 시행된다고하니 어서 란보와 결혼을 하고 싶은데 란보는 사치스러운 나나에게 이별을 고한다.

컴퓨터 소프트 회사의 SE로 일하는 다쓰히코는 모태솔로이다. 지금껏 여자친구가 없었던 자신에게 결혼추첨제는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쓰히코는 이번엔 꼭 결혼하고 말리라 다짐한다.

이야기는 혼자인 엄마의 지나친 관심을 받는 간호사 요시미와 장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사치를 일삼는 철없는 나나, 모태솔로 다쓰히코, 나나의 전남친 란보의 이야기가 결혼추첨 맞선 상대로 이어지면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무작위로 추첨된 맞선 상대는 일말의 기대를 깨며 아줌마스럽거나 뚱뚱하거나 다쓰히코가 봐도 별로인 여성들이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다쓰히코는 만나는 족족 여성들에게 속공으로 차인다. 한편 나나와 헤어진 란보는 맞선상대로 요시미와 만나게 되고 이들의 인연이 얽히며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탄생한다. 자신이 보기에도 별로인 여성들에게까지 열여덟번이나 차인 다쓰히코는 가슴에 구멍이 날대로 났지만 한편으로는 여성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고 엄마에게 기대기만했던 나나는 이제 혼자 자립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며 란보와 요시미는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미래가 있다.

말도 안되는 이 제도에 상처를 받기도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혼추첨제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고약하기 이를데 없는 제도였지만 결혼과 별개로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어른으로서의 당찬 한발을 내딛게 된 이들의 앞날은 우울했던 결혼추첨제 제도와 달리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고난과 시련을 멋지게 발돋움한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소재였지만 역시 너무도 현실적인지라 오싹함마저 느껴지는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평소 사회적 이슈를 소설로 쓰는 작가란 것은 알았지만 '가키야 미우'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이 좋아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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