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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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나의 마지막 히어로 / 엠마뉘엘 베르네임

클러버 랭 KO패. 헤비급 세계 챔피언은 이탈리아 종마 록키 발보아......."

영화가 끝나고 박수치는 관객들 속에 팔걸이를 꽉 잡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록키의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리즈, 옆에 있던 미셸의 재촉에 리즈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만 귓가에는 '빰 빠바밤 빠바밤....' 록키의 전주곡이 계속 울려퍼진다.

귓가에 맴도는 록키의 전주곡, 리즈는 땀에 흠뻑 젖은 채 현실과 꿈 사이를 혼동할만큼 열에 들끓은 후 비서일을 그만두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한다. 자신의 새로운 시작과 예과에 다닐 때 배웠던 교재를 가지러 집에 들르지만 리즈의 결심을 들은 부모님의 반응은 냉랭하고 리즈는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부모님도, 미셸도 정리한 리즈는 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 보금자리를 정한 뒤 오로지 공부와 밤 야근 근무만으로 의사일에 매진한다. 휴가 한번 가지 못할 정도로 공부에만 매달렸던 리즈였지만 자신의 우상 스탤론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는 리즈, 그러던 어느 날 생기 잃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영양크림과 옷을 사러 나간길에 권투 클럽을 발견하고 등록을 한다. 탈의실을 혼자 독점하는 것과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비웃음을 사지만 리즈는 굴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연습한다. 그렇게 체육관을 슬슬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즈음 리즈는 체육관에서 '장'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병원에서 일하며 틈틈이 논문을 써 리즈는 당당히 의사가 되고 곧이어 임신을 하게 되어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다정다감한 남편 장과 아이가 있어 더 없이 행복한 날들, 바쁜 자신을 대신해 장이 아이를 봐주는 일이 많지만 그 속에서도 리즈는 스탤론의 영화가 나오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리즈는 새로나온 스탤론의 영화를 보러 갔다가 텅빈 영화관을 발견하게 되고 스탤론을 위한 계좌를 만들어 자신의 수입 10%를 저금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날들 속에 자상한 남편에게조차 스탤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리즈, 혼자서 영화를 보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대며 극장을 찾는 리즈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되지 못할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마음을 알 수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맡길 곳 없어 차마 영화를 볼 수 없었을 때도 힘들게 긴 줄을 서서 표만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리즈의 모습에는 그녀가 위태로워보이던 자신의 내면세계를 다스릴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던 것이 스탤론으로 아마 일반인이 믿는 영적인 믿음이 스탤론에게 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스탤론으로 연결된 자신의 삶을 놓지 않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나의 마지막 히어로>를 통해 '엠마뉘엘 베르네임'이란 작가를 처음 만났고 사전에 어떤 지식없이 책을 펼쳐봤던지라 간결함의 극치미를 보여주는 작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듯한 간결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과 진동이 이렇게 강력할 수도 있다는게 그저 놀라울 뿐인데 그동안 보았던 길고 긴, 너무나 길고 길어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마저 사로잡히게 되는 영미소설에 등장하는 비유나 묘사와 달리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한문장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핵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게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짤막한 한 문장으로도 독자들을 K.O 시킬 줄 아는 무기를 지닌 '엠마뉘엘 베르네임', 이 강력함을 어떻게 진정시켜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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