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하는 것은 그 파랗던 산이 점차 붉은 색을 띄워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이지만, 가을이 무르익어 감을 알 수 있는 것은 길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청소부의 빗질에서 느낀다.


가을의 흔적이 완연한 길 위를 지나는 청소부의 빗질은 길에서 가을을 지운다.

깊은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벌써 가을이 지나간다.

먼 산에는 아직도 그 깊은 가을을 뽐내고 있는데, 나의 발 아래에서는 만끽하지도 못한 가을이 청소부의 빗질로 지워져 간다.


나의 선택이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미쳐 누리고 즐기지 못한 가운데 나를 스쳐 지나가 이제 잡을 수 없는 저 시간이 되어 버린다.

나의 시간을 부여 잡고 나의 시간을 누려야 겠다.

후회와 아쉬움이 아니라 그 때의 기쁨과 지나간 추억으로 나의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