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0

 

벽난로에는 따뜻한 온기가 퍼져 나오고

그 앞에 놓여 있는 안락한 쇼파에는

여유와 온화함이 함께한 얼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마시는 부부

아이들은 시끄럽지도 침울하지도 않게

아주 적당하게 재잘재잘거리며 놀고 있다.

 

창 너머에 있는 남자는 이제 걸어야 할 때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너무 오래 서 있어

냉기가 그의 다리를 저려 오게 한다.

옷깃을 세우고 등을 약간 굽히고 머리도 약간 아래도 내려서

추위를 받아 내어야 한다.

이제 내 삶으로 돌아와 애초에 있지 않았던 그 허상을 벗어날 시간이다.

 

이제 걸어야지.

내가 있는 곳으로

바람이 휘몰아 칠 때는 쉼없이 덜컹러리는 창문과

그것을 뚫고 들어오는 추위를 담는 나의 집으로.

 

꺼진 벽난로에서 뿜는 냉기와

푹 꺼진 쇼파가 주는 불쾌감과

어떤 것도 나눌 수 없는 나 이외의 또 따른 사람의 불편함과

아무것도 모르고 지껄이는 저 볼상스러운 얘들의 소음이 있는 곳

 

나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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