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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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를 일본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이끌려 읽게 된 <용의자 X의 헌신>은 내게 충격적이었다. 그전까지 추리소설은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전부라고 여겼었는데 이런 스타일의 미스터리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뻤었다. 그 후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모두 찾아 읽었고 그 후로 일본 미스터리의 세계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내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애틋함이 느껴지는 작가 중의 한사람이다. 그의 책이 멋지면 멋진대로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꼭 챙겨보게 되는데 어쩌면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즐거움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국내출간이 썩 빠른편이다. 미스터리 팬들 뿐만 아니라 폭 넓게 사랑받는 작가이기에 신간이 속속 출간되어 팬들을 기쁘게 한다. <플래티나 데이터>도 일본에서 2010년에 출간된 소설인데 국내출간 소식이 빨리 들려와서 놀랍기도 하고 '역시'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매번 독특하고 색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는 어떤 소재로 즐거움을 줄지 한껏 기대하고 책을 읽었다. 띠지에 적혀있는 " 제가 가진 최대의 창조력을 구사하였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는지요? -히가시노 게이고 " 라는 문장 역시도 나의 기대를 높게 만들었다.

 

인간의 DNA를 분석해서 특정 인물로 특징지을수 있는 시스템이 수학천재에 의해서 개발되었다. 범죄가 발생하면 그 시스템으로 DNA를 분석해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의 DNA가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DNA를 수집하기 위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그 시스템을 이용해 범죄자 검거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 시스템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나고 어느날 시스템을 개발한 수학천재가 연쇄살인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당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어떤 이유로 이런 살인을 벌이는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어떤 책을 선택하던간에 가독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싫은 이유도 있겠지만 어렵지 않고 빠른 진행으로 술술 읽힌다. 좋은 의미로는 가독성이 좋은것이고 나쁜 의미로는 가볍다고 할 수 있다. <플래티나 데이터>도 그의 책답게 가독성은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묵직함이나 책장을 덮고도 가슴을 누비는 감동은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이러나저러나 분명한건 앞으로도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백야행>과 같은 걸출한 작품을 기다리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나오는대로 모두 읽을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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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도쿄 - 21세기 마초들을 위한 도쿄 秘書
이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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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자 도쿄>라는 제목을 보고 새삼 그동안 봤던 여행서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특별히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예쁜 가게들, 맛있는 음식점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정보가 들어있는거지 특별히 여성만을 위한 여행서라고 할 순 없는데 '남자'를 내세운 도쿄 여행서에는 대체 어떤 도쿄의 모습이 실려있을지 퍽 궁금해졌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도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허름한 뒷골목에서 꼬치구이에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술집이나 특색있는 술집들을 소개하고 있는 '도쿄의 뒷골목에서 목을 축이자', 라면부터 장어까지 맛난 식당을 소개한 '도쿄 남자들의 스태미나식 정복', 향기좋은 커피와 간단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한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서점에서 장난감 천국에 카메라 백화점까지 다양한 놀거리를 소개하고 있는 '숨은 장난감 찾기', 후끈후끈한 도쿄의 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에로틱 도쿄 나이트',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 '러블리 도쿄! 피크닉 출발', 스타일에 관심있는 남자들을 위한 '도쿄 남자 스타일링법', 간단한 잠자리에서부터 야경이 멋진 호텔까지 소개하고 있는 '도쿄 남자들의 잠자리', 도쿄의 특별한 곳을 소개하고 있는 '감춰 둔 럭셔리 작업 장소를 펼쳐라' 까지.

 

전체적으로 그동안 봐왔던 여행서와는 차별화되어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가끔 '19금' 표시를 넣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정보들까지... 남자들을 위한 즐거운 정보들이 많이 있었다. 여자들끼리의 여행에서도 들러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지만 남자친구나 남편과 함께 하는 도쿄 여행이라면 더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곳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도쿄는 친숙하고 대중적인 여행지인데 이 책을 통해 또다른 시각으로 도쿄를 보게됐다. 서울에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서울을 속속들이 알 수 없듯이 도쿄 여행을 여러번 했어도, 도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도쿄를 전부 알 순 없을거다. 도쿄 여행을 하기 전에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면 색다른, 남과는 또다른, 그동안 봤던 도쿄와는 또다른 도쿄를 만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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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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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다는 책을 많이 보는터라 보통 원작을 읽은 후에 영화를 보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 워낙 유명한 영화고 훌륭한 영화였기에 원작을 읽게 되어서 설레였다. 원작이 훌륭한데 영화가 별로였거나 영화는 좋았는데 원작이 별로였던 적이 왕왕 있었기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좋은 영화의 원작을 읽게 된다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영화 속에서 만났던 이지와 루스가 원작 속에선 어떻게 살아 숨쉬고 있을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인다.

 

소설은 1980년대와 1930년대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벌린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살아온 현재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공허해한다. 자신에게 더이상 애정을 보이지 않는 남편과 자신의 품을 떠난 자식들. 에벌린은 요양원에 있는 시어머니를 남편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스레드굿 부인을 만나면서 그녀의 삶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스레드굿 부인이 들려주는 스레드굿 집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에벌린은 요양원 방문을 기다리게 되고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삶에 용기를 갖게 된다.

 

니니 스레드굿은 에벌린을 1930년대 휘슬스톱으로 이끈다. 이지와 루스는 식당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꺼려하는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당시 금기시 되어 있던 흑인들에게도 음식을 팔기도 한다. 그녀들의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와 그 후의 모습들까지 니니 스레드굿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대범하고 담대한 이지, 차분하지만 용감한 루스, 이지와 루스의 아들 스텀프, 그리고 휘슬스톱 사람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나는 읽을수록 가랑비에 옷 젖듯이 소설속 인물들에게 감정이 스며들게 되면 좋은 소설이라고 느낀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그렇게 스며들듯 마음을 적시는 좋은 소설이었다. 여러갈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제법 두툼한 책을 언제 다 읽었냐 싶게 읽어버리고 말았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진다. 이번엔 소설 속 이지와 루스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지 다시 한번 꼼꼼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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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도쿄 한 바퀴 지하철 명물 여행 지하철 타고 도쿄 한 바퀴
이토 미키 지음, 김정화 옮김 / 에디션더블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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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가장 쓰이는 건 숙소와 교통편일것이다. 숙소는 미리 예약을 해 놓고 가면 안심이 되지만 교통편은 현지에서 해결해야 하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외딴 곳을 여행할 땐 어렵기 그지 없지만 도시를 여행할 때 좋은 점은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도쿄처럼 지하철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도시를 여행한다면 지하철만큼 좋은 교통 수단이 없을것이다. 택시나 단체 버스가 아닌 일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면 현지인들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지하철 타고 도쿄 한 바퀴>는 편리한 여행을 할 수 있는 편리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아사쿠사 지역, 니혼바시 지역, 긴자 지역, 롯폰기 지역, 오모테산도 지역 등 지역별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유명한 먹거리, 볼거리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사이 사이 주변 지도까지 첨부되어 있어 유용하게 쓰일 듯 하다. 지도에는 주요 상점을 표시하고 영업시간과 대표메뉴의 가격 등도 실려 있어 실용적인 정보가 된다.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지하철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귀여운 일러스트가 가득하다는건 장점도 되지만 사진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에선 아쉽기도 했다. 가끔씩 실물 사진을 곁들였다면 더 풍성한 도쿄 여행 안내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가지 아주 유용한 정보는 지하철 패스를 1일권으로 끊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인데 이 정보는 눈에 확 띄었다. 도쿄 여행갈 때 꼭 써먹어야겠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인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을 만나는 순간에도 설레이지만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몹시 설레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앞둔 설레임을 듬뿍 느꼈다. 얄팍한 이 책을 도쿄 여행할 때 꼭 챙겨들고 가서 모든 곳을 들러볼 순 없겠지만 몇 군데 고르고 골라서 방문해 봐야겠다. 책 속의 일러스트만큼 예쁘고 맛난 것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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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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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늦은 밤까지 내곁을 지켜주던건 라디오였다. 실제로 공부를 하던 하지 않던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던 그 시절에, 주위는 온통 깜깜하고 적막함이 흐르는데 혼자가 아니라고 너처럼 깨어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는 듯했던 라디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내놓고 방송이 되기만을 고대했던 추억이 있고 내 사연이 방송되는 순간을 카세트 테잎에 녹음해 놓고는 듣고 또 듣기도 했었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 다시 듣기 하면 그만이지만 그 시절엔 그런 기술이 없었으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라디오를 듣는 시간은 점차 줄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라디오는 고마운 친구같은 존재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면서, 먼 길을 가는 차 안에서, 늦은 밤까지 끝내야 할 일을 붙잡고 있을 때.... 라디오를 켜놓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킥킥 거리거나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코 끝이 찡해지거나 하기도 한다. 라디오에겐 그런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라디오 디제이는 요즘은 활동이 뜸한 가수 이소라, 꾸준히 라디오에서 만날 수 있는 유희열, 푸른밤 정엽 등이다. 주로 밤에 라디오를 듣는터라 차분한 목소리의 디제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도 좋아하는 디제이의 방송 작가가 펴낸 책이라 손이 갔다.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인기있는 한 코너를 책으로 펴낸 <그 남자 그 여자> 시리즈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유희열씨의 목소리를 통해 듣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기뻤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파트가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들 속에서 유희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를 상상하며 들으니 더욱 마음에 와닿는것 같고.... 모처럼 감성이 말랑말랑해지는 에세이를 읽은 느낌이다. 차가운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 세월이 더 흐른 다음에 이 책을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은 사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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