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늦은 밤까지 내곁을 지켜주던건 라디오였다. 실제로 공부를 하던 하지 않던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던 그 시절에, 주위는 온통 깜깜하고 적막함이 흐르는데 혼자가 아니라고 너처럼 깨어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는 듯했던 라디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내놓고 방송이 되기만을 고대했던 추억이 있고 내 사연이 방송되는 순간을 카세트 테잎에 녹음해 놓고는 듣고 또 듣기도 했었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 다시 듣기 하면 그만이지만 그 시절엔 그런 기술이 없었으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라디오를 듣는 시간은 점차 줄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라디오는 고마운 친구같은 존재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면서, 먼 길을 가는 차 안에서, 늦은 밤까지 끝내야 할 일을 붙잡고 있을 때.... 라디오를 켜놓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킥킥 거리거나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코 끝이 찡해지거나 하기도 한다. 라디오에겐 그런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라디오 디제이는 요즘은 활동이 뜸한 가수 이소라, 꾸준히 라디오에서 만날 수 있는 유희열, 푸른밤 정엽 등이다. 주로 밤에 라디오를 듣는터라 차분한 목소리의 디제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도 좋아하는 디제이의 방송 작가가 펴낸 책이라 손이 갔다.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인기있는 한 코너를 책으로 펴낸 <그 남자 그 여자> 시리즈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유희열씨의 목소리를 통해 듣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기뻤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파트가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들 속에서 유희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를 상상하며 들으니 더욱 마음에 와닿는것 같고.... 모처럼 감성이 말랑말랑해지는 에세이를 읽은 느낌이다. 차가운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 세월이 더 흐른 다음에 이 책을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은 사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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